“현실이 제일 무섭다” 스크린으로 옮겨진 온라인 커뮤니티 ‘보모 괴담’
“엄마 왔다~”
여느 날과 다름없는 퇴근이다. 집 안에 들어섰다. 고요한 정적,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 ‘이상하네, 목욕 중인가’. 어둠 속을 더듬거리며 거실 불을 켰다. 괜한 불안감이 엄습했다. 서둘러 욕실 문을 열었다. 안방에도, 아이 방에도, 서재에도 그녀가 없다. 내 딸을 돌보고 있어야 할 그녀가 사라졌다.
영화 <미씽 : 사라진 여자>는 우리 주변에서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사건이라는 점에서 충격을 더한다. 퇴근하고 돌아왔을 때 아이를 볼 수 없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보모가 내 아이를 해칠지도 모른다는, 평범해서 파급력이 더 강한 우리의 불안감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티저 예고편이 공개된 뒤 올 하반기 경쟁작을 모두 제치며 포털 사이트 ‘많이 본 무비클립’ 1위를 차지한 건 이런 이유에서 기인한다. (영상)
이른바 ‘보모 괴담’은 수년 전부터 육아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단골 주제였다. 2011년 11월 30일 한 포탈 육아 관련 카페에 올라온 글이다. 7만 7000명 이상이 가입한 곳이다.
어느날 퇴근해서 집에 갔는데 아이가 사라졌다고 생각해보세요…
게다가 식구처럼 지내며 모든 걸 믿고 맡겼던 보모가 아이를 데리고 하루 아침에 사라 졌다니…
그리고 보모가 위장 신분에 브로커 출신 범죄자와 연관되어 있다고 하던데...이게 웬일이에요.
정말 하늘이 무섭지도 않답니까? 도대체 세상이 어떻게 되려고 이런 일들을 저지를 수 있나요.
전 정말 지금 가슴이 두근거리네요. 휴…
└ 민수맘 : 실제로 몇 년 전에 저 친구가 그런 일 당했다고 들었어요ㅠㅠ 너무 무서워요
└ 동글이 : 네… 루머 아닌 것 같아요ㅠㅠ
└ 아영맘 : 이 이야기 루머래요. 기자 친구가 그랬어요.
└ 진주맘 : 루머면 좋겠는데… 일주일 전에 미용실에서도 이런 일이 있었다고 들어서ㅠㅠ
└ 영원맘 : 워킹맘이라 이런 말 들으면 심장 철렁… 너무 무섭네요
여느 괴담이 그렇듯 보모 괴담 역시 구전되며 파급력을 더해갔다. 무엇보다 이 두려움은 육아와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대한민국 많은 워킹맘들의 일상과 닿아있다는 점에서 더욱 강력하다.
연출을 맡은 이언희 감독은 이 같은 워킹맘들의 두려움을 이야기의 동력으로 삼아, ‘그들’의 문제를 ‘우리’의 문제로 탈바꿈하고자 했다.
감독은 영화 <미씽:사라진 여자>는 “워킹맘과 보모로 너무도 다르게 살아온 두 여자에게 일어난 절박했던 5일간의 이야기”라며 특히 “지선과 한매로 대변되는, 나와는 상관없다고 여겼었던 주변 이야기가 결국 나 역시 겪을 수 있는 일이었다는 점을 생각하게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보모 ‘한매’와 워킹맘 ‘지선’은 각각 공효진 씨와 엄지원 씨가 맡았다.
엄지원 씨는 실제로도 가정과 일을 병행하고 있어 캐릭터의 감정을 깊이 이해하는 데 탁월했다고 한다. 이 감독은 “배우가 어떤 식으로든 캐릭터를 살아 있는 인물로 만들어주길 원했기에 엄지원이 최우선이었다”고 엄 씨 연기력에 신뢰를 보냈다.
공효진 씨 연기 역시 기대와 찬사를 모으고 있다. 비밀에 쌓인 여자, 한매를 연기하기 위해 공 씨는 데뷔 이후 가장 파격적인 변신을 보여줄 예정이다. 엄지원 씨는 “공효진이 아니었으면 완전히 다른 영화가 나왔을 것”이라며 호평했다.
이언희 감독은 캐릭터 심리 묘사를 섬세하게 연출하기로 유명하다. 2001년 <고양이를 부탁해> 공동각본으로 두각을 나타낸 이 감독은 2003년 <...ing>, 2007년 <어깨너머의 연인>을 연출했다.
여기에 <아저씨>, <추격자>, <끝까지 간다> 등 손에 꼽는 스릴러 장르에서 호평을 받아온 최강 제작진이 합류했다. 충무로 ‘베테랑’ 제작진 합류는 2016년 하반기, 최고의 감성 미스터리 탄생을 알리며 영화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영화 <미씽:사라진 여자>는 11월 30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