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씨는 능력 있는 사람입니다. 최순실 씨의 공덕을 제가 한번 얘기해 볼까요?
대구, 경북 지역의 50대 이상 성인들은 지역주의에 사로잡혀서 하늘이 두 쪽 나도 여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었어요. 어떻게 해도 안 움직이던 그 콘크리트 같은 사람들의 생각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깨졌습니다. 그게 여간해서 깨집니까? 지난 총선 당시 공천 파동을 통해서 금이 짝 가더니, 이번 기회에 와르르 무너졌습니다.
또 옛날엔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사회비판 의식도 높았는데, 요즘 대학생들은 지난 20년간 사회가 이렇게 되던, 저렇게 되던 깊은 잠에 빠져있었어요. 그런데 이번엔 대학생들이 갑자기 눈을 번쩍 뜨고 제일 먼저 일어나더니 지금 제일 앞장서고 있습니다. 이 대학생들을 다 깨운 사람이 누구예요?"
지난 1일 법륜스님이 경기도 하남시 하남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즉문즉설 강연에서 한 말이다.
이날 법륜스님은 "시아버님도 남편도 선거 때마다 새누리당만 지지해왔는데 최순실 사태가 터지니까 더 이상 못 믿겠다고 한다"며 "중립내각보다는 탄핵을 해야할 것 같은데 야당도 마음에 안 들고 뉴스를 볼 때마다 짜증스럽다"는 한 시민 질문을 받고 이같이 답했다.
법륜스님은 우선 "질문자는 최순실 씨한테 고맙다고 해야한다"며 "'역시 능력 있다. 내가 그렇게 노력해도 안 되던데, 며칠 만에 우리 남편과 시아버지의 생각을 확 바꿔주었구나'해야 한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대구·경북 지역의 50대 이상 성인들이 지닌 지역주의를 깨뜨렸고, 대학생들의 사회비판 의식을 깨웠다고 평했다. 또 "이 사건을 계기로 국민들이 ‘진정 이 나라의 주인은 국민’임을 확실히 각성하게 됐으니 좋은 일"이라고도 했다.
대통령 하야와 탄핵 요구가 나오는 데 대해선 "대통령을 탄핵하면 우리 속은 시원할지 몰라도 정치적 행위를 법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뒤처리가 깔끔하지 못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또 "하야하면 2개월, 즉 60일 안에 선거를 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60일 안에 선거를 하게 되면 우리는 좋든 싫든 ‘대통령제’ 선거를 또 치러야 한다"고 덧붙였다.
법륜스님은 "똑같은 시스템 안에서 누군가 5년 동안 대통령을 하면 지금의 상황과 거의 똑같은 결과를 빚을 확률이 높다"며 "감정과 현실은 다르다는 걸 알아야 한다"며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되 댓글로 욕을 하는 것, 집회나 시위에서 폭력을 행사하는 것 두 가지만 조심하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