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화장품을 좋아하는 중국인 관광객 A씨는 한국에 올 때마다 면세점을 들른다.
'A사의 수분 미스트', 'B사의 주름 개선 에센스', 'C사의 쿠션 팩트' 등 구입을 원하는 제품 목록을 꼼꼼히 적어 온다. A씨에게 면세점 쇼핑이란 여행의 중요한 목적이다.
여행에서 쇼핑을 1순위에 두는 A씨지만 참기 힘든 게 있다. 꽉 막힌 도로 상황이다.
택시를 이용하든, 버스를 이용한 단체 관광이든 교통 체증은 쇼핑에 나서기도 전에 A씨를 지치게 만든다. A씨는 교통, 주차 문제가 심각한 강남지역 쇼핑은 피한다고 했다.
A씨 사례처럼 교통은 쇼핑에 중요한 요인이다. '편리한 교통 환경'을 장점으로 내세운 워커힐 면세점이 주목 받는 이유다.
롯데·SK네트웍스· 현대백화점·신세계·HDC신라 등 5개 대기업이 서울 시내 면세점 유치전에 나섰다. 이 가운데 SK네트웍스의 워커힐 면세점은 대형버스 주차공간 확보를 통한 ‘교통 친화적’ 전략을 추진한다.
주차시설 해법을 비롯한 교통문제가 면세점 선정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업계 예측도 나온다.
실제로 강남권 입지를 내세운 현대백화점, HDC신라, 신세계 등 3개 업체는 강남권 교통난 대책을 강구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코엑스몰 근처에 위치한 HDC신라와 현대백화점은 탄천주차장을 적극 활용해 교통난을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탄천주차장을 활용한다는 계획은 이 일대에 교통혼잡을 더 심각하게 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미 롯데면세점 코엑스점도 탄천주차장을 이용하고 있다. 탄천주차장은 모두 450대의 버스를 주차할 수 있는 규모지만 이곳에 관광버스가 더 집중되면 이 일대에 교통난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탄천공영주차장은 폐쇄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탄천주차장은 오는 2023년쯤 완전히 문을 닫는 것을 목표로 단계적 폐쇄조치에 들어간다. 서울시는 탄천주차장을 대신해 강남구 율현동 일대 세곡지구 부지에 오는 2018년까지 공영주차장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탄천주차장을 주차 용지로 내세웠던 면세점들이 난감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신세계면세점의 신규 면세점 부지인 강남 센트럴시티 인근도 교통난 해소책이 필요한 지역이다.
센트럴시티는 하루 평균 유동인구가 70만명에 달한다. 이곳에는 전국 최대 규모의 고속버스터미널이 있어 평소에도 교통체증이 극심하다. 현재 센트럴시티 인근에 관광버스를 주차할 수 있는 곳은 JW메리어트호텔 옆 주차장으로 25대를 세울 수 있다.
이에 비해 워커힐 면세점은 도심에서 벗어난 서울 광진구 광장동에 위치해 있다. 교통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지역이어서 워커힐 면세점은 신규 면세점 인가 경쟁에서 '편리한 교통'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서울시가 조사한 2015 도로별 통행속도 데이터에 따르면 워커힐 면세점 인근 지역의 평균 통행 속도는 38.6km/h다. 서울 시내 평균 속도가 25.2km/h인 것을 감안하면 이 지역의 교통흐름이 원활한 편이다.
워커힐 면세점 측은 관광객들이 혼잡한 도심에서 벗어나 교통 체증이 심하지 않은 지역이라는 점을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관세청은 신규 시내면세점 사업자를 다음달 초에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