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권형진 기자 = 국정 역사교과서가 일본군 위안부 관련 내용을 축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28일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라 일본과 충돌 우려가 있는 내용을 대폭 삭제하거나 축소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본군 위안부 서술을 강화했다는 교육부 주장과 배치된다.
5일 더불어민주당 역사교과서국정화저지특별위원회(국정화저지특위)가 국사편찬위원회에서 받은 '원고본 외부 검토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위안부 문제나 일본과의 외교관계를 악화할 소지가 있는 내용은 삭제하거나 축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원고본은 원고에 사진, 도표 등을 넣어 처음 책자 형태로 만든 초고본이다. 외부 검토보고서는 국사편찬위가 위촉한 외부 전문가 13명이 작성했다. 그중 10명이 동북아역사재단,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등 역사 관련 정부산하단체 전문가다.
일본군 위안부와 관련해 검토보고서는 "2015년 12월28일 (한일 정부 간) 합의를 반영할지 여부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일 위안부 합의가 국정 역사교과서 집필에 영향을 주었다는 반증이다.
원고본에 있던 '트럭에 실려가는 한국인 위안부' 사진이 지난달 28일 공개한 현장검토본에서는 삭제된 게 대표적이다. 검토보고서는 "끌려가기 직전 사진을 실은 의미를 이해하기 어려움. 감정에 호소하는 기술"이라고 지적했다.
이 사진은 중학교 역사②, 고등학교 한국사에서 모두 빠졌다. 우편향 지적을 받았던 교학사 고교 한국사 교과서에도 '일본군 트럭에 실려 이동 중인 일본군 위안부들' 사진이 게재된 것과 대조적이다. 교학사 교과서는 이 사진에 "한국인 위안부는… 전선에 동원되어 강제로 끌려다녔다"는 설명을 달았다.
검토보고서는 또 "연령이 범죄가 반인도적이라는 사실을 보여주지는 못함. 위안부 실태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논란을 초래할 소지가 있음"이라며 "여러 나라 여성들이 피해를 당했다"로 기술하도록 권고했다.
고교 한국사 현장검토본 228쪽 '역사 돋보기' 코너에는 검토보고서 지적처럼 "여러 나라의 여성들이 일본군 위안부로 동원되어 피해를 당하였다"라는 문장이 들어가 있다.
앞서 현장검토본을 공개하며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은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동원과 인권유린에 대한 일본정부의 책임을 명시하였다"고 강조했었다. 하지만 국정화저지특위는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라 일본과의 외교관계를 악화시킬 소지가 있는 내용을 대폭 삭제하거나 축소 기술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고본에 있던 '일본 국회의원들의 야스쿠니신사 집단참배' 관련 기술도 현장검토본에는 삭제된 것으로 확인했다고 국정화저지특위는 밝혔다. 교학사 교과서에도 기술되어 있는 내용이다("태평양 전쟁 전범들이 합사되어 있는 야스쿠니 신사에 일본 의회, 정부의 고위층들이 국제적 비난에도 불구하고 참배를 계속하고 있다").
검토보고서는 일본의 극우성향 출판사인 '후쇼사'가 발행한 역사교과서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비판하는 내용에 대해서도 '채택률이 낮았다'고 수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장검토본에는 "검정에서 통과되어 일부 학교에서 사용되었으나 그 채택률은 낮았다"고 최종 기술되었다.
교학사 교과서는 "역사를 왜곡한 중학교 교과서를 만들어 검정을 통과하였다"며 '새로운 역사교과서'가 '역사를 왜곡'했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혔다. 반면 현장검토본은 이들의 주장을 소개하며 '이러한 인식에 기반하여 만들어진'이라고만 기술했다.
유은혜 국정화저지특위 위원장은 "지난해 12월28일 한일 위안부 합의가 국정 역사교과서에 일정하게 반영된 부분은 매우 심각하다"며 "집필진도, 검토진도 편향된 상태에서 일본 눈치까지 보면서 만든 교과서는 당장 폐기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