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영국의 만 15세 청소년들은 스마트폰 사용시간이 평일 기준으로 하루 2시간일 때 정신적으로 만족감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청소년의 '스마트폰 중독'에 대한 부모들의 우려가 깊어지는 가운데 나온 실증적 연구 결과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16일 미국 심리과학협회(APS· 옛 미국심리학회)에 따르면 영국 옥스퍼드대 인터넷연구소의 실험심리학자 앤드루 시빌스키 박사와 카디프대의 네타 와인스타인 교수는 이 협회가 발간하는 '심리과학'(Psychological Science)지 최근호에 이런 내용의 논문을 실었다.
연구진은 영국 교육부의 전국 학생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만 15세 청소년 12만여명의 스마트폰, PC, TV, 게임기 등 '디지털 화면' 사용시간과 이들이 느끼는 정신적 웰빙(mental well-being)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시빌스키 박사는 "과학자로서, 또 부모로서 현재 (관련 분야 연구) 문헌을 조사해 보니 의견은 많지만 증거는 부족했다"고 연구 동기를 설명했다.
통계 기법으로 분석한 결과 청소년들의 정신적 웰빙이 최고치가 되는 디지털 기기 평균 사용 시간은 평일 기준으로 ▲ 비디오 게임 1시간 40분 ▲ 스마트폰 사용 1시간 57분 ▲ 영화·TV 등 비디오 보기 3시간 41분 ▲ 컴퓨터 사용 4시간 17분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나온 디지털 스크린 사용 시간을 단순히 합산하면 11시간이 넘지만, 영국 청소년들이 하루에 11시간씩 이런 기기를 들여다 보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멀티태스킹'을 하는 청소년들이 TV를 보면서 스마트폰을 사용하거나, 컴퓨터 화면을 켜 놓고 채팅을 하면서 비디오 게임을 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어느 정도까지는 디지털 화면 사용이 청소년들의 정신적 웰빙을 높여 주고, 그 뒤로는 약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런 경향은 성별, 인종별, 사회경제적 배경 등 변수를 통제해도 마찬가지로 나타났다.
최적치를 넘은 디지털 스크린 사용이 청소년들의 정신적 웰빙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그리 크지는 않았다. '아침을 챙겨 먹느냐 마느냐'나 '일정한 시간에 잠들고 깨느냐' 등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시빌스키 박사는 디지털 스크린이 성장 과정에서 떼어 놓을 수 없는 부분이 됐으며 이른바 '디지털 토박이'(digital native) 세대를 형성하는 과정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술이 미치는 효과에 관한 명확한 가설을 시험하는 실증 분석에 기반해서 청소년의 디지털 기기 사용에 관한 정책 권고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