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위키트리 WIKITREE Jan 20. 2016

'코피노 아빠 찾기 사이트' 운영자 구본창 인터뷰

[구본창 씨 제공]


지난해 8월 한국 남성과 필리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를 말하는 '코피노' 아빠를 찾는 사이트가 생겼다. 사이트 이름은 '코피노 아빠(KOPINOFATHER)'다.


이 사이트(☞바로가기)에는 "코피노 아이들이 아빠를 찾습니다"라는 글과 함께 코피노 아빠로 추정되는 한국인 남성 이름과 나이, 전화번호 등 신상 정보가 올라와 있다. 이들의 아내, 아기 사진도 있다. 


현재 코피노는 약 1만 명에서 3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지만 정확한 통계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4일부터 18일까지 수차례 필리핀에 사는 '코피노 아빠' 사이트 운영자 구본창(52) 씨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그는 필리핀 현지에서 코피노 지원 단체 'WLK(We Love Kopino)'를 운영하고 있다.


구본창 씨는 한국에서 교육 서적을 집필하며 12년 간 학원을 운영했다. 그러던 중 기러기 아빠였던 2012년 아내와 딸들을 만나러 필리핀을 찾았다가 '코피노 맘'의 비참한 현실을 보고 코피노 돕기에 나섰다.  


구 씨에게 '코피노 아빠' 사이트 이야기를 들어봤다. 통화 내내 그의 말투는 거침 없었다.


[구본창 씨가 운영하는 '코피노 아빠' 사이트 화면]



그는 "코피노 아빠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가지지 못한 코피노 맘들이 코피노 친부를 찾을 수 없을 때 나에게 사이트에 정보를 올려달라고 요청한다"고 했다. 구 씨는 정보가 올라온 남성에게 연락이 오면 코피노 맘에게 연결해주는 역할까지만 한다고 했다.


그가 만든 '코피노 아빠' 사이트에 대해 개인정보를 지나치게 공개한다는 비판도 있다. 이에 대해 구 씨는 "상관없다. 고소하고 싶으면 해도 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8일 '코피노 아빠 찾기' 사이트에 정보가 공개된 남성에게 고소당해 다음 달 한국에 올 예정이다. 


구 씨는 2014년부터 코피노 맘들이 한국 남성을 상대로 양육비 청구소송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를 두고 코피노 아빠 정보로 양육비 청구소송을 해 수수료를 챙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구 씨는 "나에게 '돈 벌려고 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냐'고 질문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돈 벌려고 한다'고 말한다. 어차피 듣고 싶어하는 답은 그 답이니 귀찮아서 그렇게 대답한다"고 했다.


이어 "공익적인 도움은 한계가 있다. 현지에서 코피노 맘을 제대로 돕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코피노 맘도 스스로 자립하려면 약 1000만 원 정도가 필요하다. 코피노 문제는 자본주의 논리로 풀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학력이 낮은 코피노 맘은 대부분 가정부로 일하며 한 달에 약 12만원을 벌면서 어렵게 생활하고 있다고 했다. 구 씨는 코피노 맘 소송을 도와 받은 돈은 자신이 운영하는 코피노 지원단체인 'WLK' 운영비로 모두 쓴다고 했다. 


그는 "나는 아내가 한국에서 보내주는 20만 원이면 충분히 먹고 산다. 사람들이 오해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일일이 설명할 시간이 없다. 그 시간에 나는 코피노와 코피노 맘을 돕는다"고 말했다.


구 씨에게 활동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을 물었다. 그는 언제 닥칠지 모르는 신변 위험과 코피노 맘이 도움을 요청해 문제 해결에 나섰는데 갑자기 코피노 맘이 남편 편에 서서 태도를 바꿀 때 심적으로 힘들다고 했다. 


유도 7단인 구 씨는 "이곳에 와서 생존 본능 때문인지 '실전 능력'이 500배 넘게 늘어났다"며 웃으며 대답했다. 실제로 그는 필리핀에서 살해 위협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구 씨는 코피노와 코피노 맘을 돕는 일을 멈출 수 없는 이유가 있다고 했다. 


그는 "내가 도운 코피노 맘들이 양육비를 받아서 아이들에게 뭘 먹일지 고민하지 않게 됐다. 아이들이 학교에도 갈 수 있게 됐다"며 "나는 항상 계획없이 삶을 산다. 그냥 이렇게 보람을 느끼며 살고 싶다"고 했다.


구 씨는 앞으로도 계속 이들을 돕는 일을 하면서 필리핀에서 살겠다고 말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