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을 보지도 않고 물건값을 일정 부분 미리 지불하고 물건을 구매하시는 분들은 없을 겁니다. 물건을 구매하기 전 후기부터 시작해 장점과 단점 그리고 가격 비교까지 모든 걸 꼼꼼히 끝낸 후 물건들을 사는 게 보편적이죠. 하지만 유독 아파트 시장에서만 물건을 직접 보고 사는 방식이 아닌 짓지도 않은 아파트에 금액을 미리 지불하고 몇 년이 지나 입주를 하는 방식이 보편적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을 흔히 '선분양'이라고 부르죠. 이런 선분양은 흔히 아파트를 미리 예약한다는 점에서 '예약판매'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런 선분양으로 지어진 아파트에서 각종 하자들이 발생되면서 선분양의 단점들이 지적되면서 후분양이 그 대책으로 떠오르고 있죠. 하지만 건설사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후분양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과연 어떠한 이유로 건설사들은 후분양이 아닌 선분양을 더 선호하는 걸까요?
아파트 선분양제가 가능했던 이유는 시대적인 영향이 한몫을 했습니다. 1970~1980년대 강남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질 좋은 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하기 위해 당시 정부는 주택 대량 공급을 위해 선분양이라는 제도를 도입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러한 선분양은 강남 개발 붐과 더불어 우리나라 주거 부족을 해소하는 건 물론이고 아파트가 질 좋은 주거 형태라는 인식을 주기에 충분했죠. 또한 그렇게 강남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들이 빠르게 건설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도 완성된 주택이 아닌 모델하우스를 보고 사전에 아파트를 계약하다 보니 실제 완공된 주택과의 괴리가 발생하였습니다.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을 때에는 사천 흥한 에르가처럼 주택 사업자가 부도나거나 계획보다 공정률이 뒤떨어져 공사가 중단되는 등 계약자의 피해가 발생하였죠. 심지어는 IMF 당시에는 건설사가 줄도산을 하면서 게약자들이 큰 피해를 본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 도입한 것이 분양보증제도였죠. 하지만 이러한 분양보증제 역시 IMF 당시 수많은 주택사업자가 도산하면서 부도 직전까지 가는 상황에 이르게 되자, 정부 출자로 회생하면서 1999년 대한 주택보증으로 전환 설립이 되었습니다.
아파트 선분양제도가 도입된 지 40년이 지나면서 선분양 제도에 대한 문제점들이 발생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입주 2~3년 앞서 선분양을 진행하면서 분양권 전매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건 물론이고 분양 시점부터 입주 시점까지 2~3년이라는 시간이 발생되면서 그 사이 건설사가 부도가 나면서 계약자의 피해가 속출하게 되었죠. 또 무사히 완성이 되더라도 모델하우스에서 보인 것과 다르게 지어지면서 아파트 품질 문제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었습니다.
여기에 최근에는 부실시공 및 아파트 하자 문제 등이 꾸준히 제기되면서 아파트 선분양이 아닌 후분양 제도에 대한 논의가 정부 차원에서 진행이 되었죠. 이에 2017년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이었던 김현미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한국 토지주택공사(LH)의 공공주택부터 시작해서 단계적으로 주택 후분양제도를 도입하고 민간부문에 대해서도 공공택지를 우선 공급하는 등 점진적으로 후분양제를 유도해가는 로드맵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정치권은 물론이고 관련 건설사를 중심으로 치열한 논쟁이 발생되면서 현재까지도 후분양제는 표류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아파트 후분양제가 도입되면 완성된 아파트를 실제로 보고 살 수 있어 소비자들은 분양가와 비교하여 아파트의 품질을 제대로 비교할 수 있고, 선분양으로 인한 건설사 부도로 인한 피해를 없앨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건설사 입장에서는 후분양으로 아파트를 진행할 경우 중소 건설사는 물론 대형 건설사들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문제가 발생하게 되죠. 이로 인해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 건설사들의 경우 아파트 건설에 참여하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건설사들은 후분양으로 아파트를 진행하게 될 경우 자금 조달을 위해 은행 등에서 자금을 조달한 비용에 이자 등을 분양가에 전가하게 될 경우 아파트 가격이 높아질 수 있다는 주장을 하면서 후분양 제도 도입을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죠. 이에 일부에서는 아파트 가격 상승은 피할 수 없지만 소비자들에게 좀 더 안정적이면서 질 좋은 아파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후분양 도입을 찬성하고 있습니다. 아파트를 빠르게 공급한다는 측면에서 선분양이 장점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파트의 품질 논란이 지속적으로 발생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어느 쪽이 소비자 입장에서 좀 더 유용한 제도인지는 분명 다시 한번 생각해볼 가치는 있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