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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으니 Sep 05. 2016

카페 희노애락

서른, 전 재산 털어만든 카페




벌써 작은 카페를 오픈한지도 4달이 지났다.


처음 한 달은 가게 운영에 스스로도 적응기를 갖느라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게 시간이 흘렀다. 불과 몇달전만해도 회사에 종속되어 있던 몸. 그런데 어느새 카페를 꾸려가는 자영업자가 된 것이 나도 때론 신기하다.


회사원의 장점은 정해진 일들 해야할 일들을 처리하고 태풍이 불면 대표자의 그늘에서 보호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허나 장사를 하게 되니 모든 선택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이 나에게 있었다. 꽤나 묵직한 무게감이 되어 나를 눌렀다. 태풍으로부터 나를(내 가게를) 보호해줄 보호막은 없고 나는 혼자다.



정말 더웠던 8월. 기억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잔혹했다. 작은 가게의 주방은 아무리 에어컨을 켜도 후끈거렸다. 연신 얼음을 만들어내는 제빙기와 냉장고의 열기로 인해  정말 미치도록 더웠다.



고비의 8월이 지나고 날이 선선해지자 이제야 나는 카페 운영이란 나에게 도대체 무엇을 가져다 주는 가 생각해본다.


손님께 선물받은 캘리그라피




카페의 희노애락

-혹은 영세 자영업자의 희노애락



내 장사가 처음인 나는 주로 희와 노를 오가며 극한 감정의 변화를 겪었다. 워낙에 감정기복이 심하고 감정선이 풍부한 인간이다보니 기쁠땐 매우 기뻐하고 분노할땐 굉장히 분노했다.(쓰고나니 자랑은 아닌것 같다...)


무엇이 나를 아니 자영업자를 기쁘게하고 슬프게하는가?


사람들은 카페를 꿈꾸고 카페를 동경하고 카페를 로망한다.

하지만 난 말해주고싶다. 허허...

해보니 다 좋은건 아니에요!!! 라고.......




희 : 카페 운영의 기쁨


•단연 커피나 음료에 대해 맛으로 칭찬받을 때.

이것보다 더 기쁜 일은 없다.


'맛있다' 라는 그 단순한 말 한마디가 이 작은 가게를 꾸려가게 해주는 원동력이 된다.


나에게 직접 맛있다고 말해주는 손님이 있는 가 하면 자리에서 혼잣말로 맛있다고 말하는 손님이 있다.( 가게가 작으니 다들린다!! )

아직 초보 사장인 나는 손님들이 음료를 마실때 어떤표정으로 마시는지 꽤 신경쓰는 편이다. 나의 커피를 맛있게 먹는 것 보다 더 큰 기쁨은 없다.


손님의 편지. 감동의 도가니


• 또 하나의 기쁨은 인테리어 칭찬받을 때.

나는 가게를 셀프로 인테리어 했기 때문에 애착이 굉장히 크다.

손님들이 '가게가 이쁘다 ' , '가게 덕분에 동네가 화사해졌다', ' 밤엔 더 조명이 빛을 발한다', ' 센스가 좋다'  등등의 칭찬의 말을 해줄 때면 내가 고생한 보람이 느껴져서 기쁘다.



노 : 카페 운영의 분노



작은 가게 하면서 뭐 화가날 일이 있겠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정말 이글이글 타오르는 마음을 감출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날 때가 있다.


하지만 난 화를 낼 수도 없고 표현 할 수도 없는 을 중에 을이다.


              사장인데 왜 을이냐고??



언제나 손님이 갑이니까!


그러하다. 손님은 언제나 갑이고 왕이다.


막무가내의, 안하무인의, 무례한, 개념미탑재된 손님일지라도......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이미 인터넷에 떠도는 경악스러운 일들은 많으니까.

게다가 종종 나는 을중에 을 호구 중에 호구 사장이라 종종 삥도 뜯긴다 흑흑..


아마도 내가 생각하기엔.. 여자고 게다가 (사장치고는) 어리고 초짜라 이 약육강식의 자영업세계에서 나는 최하위에 있는 것이다.


그래서 더더 안좋은 일도 많이 당한다.

속상하지만 그냥 쌓아둔다. 풀 길이 없다.

내 마음아 지못미..





애 : 카페 운영의 슬픔


비올 때. 비가 연속으로 계속 올 때. 비가 오기 직전의 습하고 꾸물거리는 날씨일 때. 비 소식이 있을 때. 세상 슬프다.


대로변에 있지도 않고 프렌차이즈도 아니고 크지도 않은 동네 구멍카페는 날씨영향을 많이 받는다. 비만 오면 가뜩이나 없는 유동인구 뚝.


손님이 없으면 슬프다.

월세 내는 영세한 자영업자의 슬픈 현실


그외에도 날 슬프게 하는 작은 일들


변기 막힐 때

에어컨 고장 날 때

내 미니화단의 잘익은 토마토가 스틸당할 때

손님이 커피 남기고 갈 때

많고 많은 메뉴 중 없는 메뉴만 찾을 때

배고플 때


이 배고픔 이라는 것이 사람 참 슬프게 한다. 배고픈데 뭔가 먹을 게 없거나 먹을 수 없는 상황일때 매우 슬프다. 왜이러구 사나 ..인생이 허무하게 느껴질 때도 있음



락 : 카페 운영의 즐거움


귀연 꼬맹이가 날(내 가게를) 좋아해줄 때

나 아직 언니다!!!!


우리가게엔 컬러링북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몇권의 컬러링북과 펜 색연필이 준비되어있다. 원래는 어른들용인데 아이들이 더좋아한다.


열시미 그리는 모습을 보면 나까지 즐거워진다

신난 꼬마 친구!



단골손님이 나를 위해 먹을 것 챙겨다 주실 때!!!

(나 먹을 복 좀 있는 듯!)



손님들이 주신 삶은달걀 가지전 감자(생감자 선물받아서 오븐에 구워먹었음) 복숭아 포도 아이스크림 등등  언젠가 한번은 순대도 받았다.


이럴때 참 즐겁다. 누군가가 나를 생각한다는 그 자체가.



그리고 또 하나의 큰 즐거움. 작은 가게가 꽉 찼을 때다

밤에 더 예쁜 작은 커피집




카페를 꿈꾼다면 카페의 이면도 진지하게 고민해보길 바라며 끄적여본 나의 카페 일상



그래서 카페라이프의 숨은부재는 uncomfortable cafe life  인것.


희노애락 즐기며 오늘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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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궁금한 것이 있으시다면 인스타그램으로 놀러오세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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