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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okawari - flower dance

첫사랑

by 지서원

나는 맥주를 한 모금 마시고 펜을 든 채 DJ okawari의 음악을 재생했다. ‘flower dance’. 스무 살 오월의 한 가운데에서 첫사랑이 내게 가르쳐 준 노래다.


첫사랑이 결혼을 한다고 한다. 여러분에게 첫사랑은 어떤 의미인가? 어떤 만남이었나? 그 첫사랑은 현재 진행형인가? 나는 글에 물음표나 느낌표 류의 글점 쓰기를 선호하지 않지만 주제가 첫사랑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정신 나간 물음표 살인마가 돼버리는 것 같다. 타인의 첫사랑은 어땠을까? 궁금해 마지않다.


처음 맛본 맥주의 청량함, 흩날리는 꽃잎의 달콤함, 심장을 울리는 비트의 신비함, 부서지며 내리쬐는 청춘의 찬연함. 내게 있어 첫사랑은 이 모든 것을 눌러 담은 기억이기 때문이다. ‘flower dance’를 듣고 있으면 무분별하게 쏟아지는 꽃 이파리의 한 가운데 서있는 느낌이 든다. 향기롭고 부드럽고 몽환적이며 여기저기 나부끼는 꽃 조각의 일부가 된 것 같은 기분. 그러다가 나와 같은 듯 다른 누군가를 우연히 마주칠 것만 같아서 설렌다. 까마득하고 풋내 나는 깊은 구멍 속으로, 마치 토끼와 앨리스의 끝없는 추락처럼 빠르게. 그러다가 느지막이 털썩하고 주저앉아 버릴 우리. 너와 나는 노란 가로등들이 지배하는 학교 대운동장에서, 푸른 녹음 속에서, 카프리를 한 병씩 들고 이어폰을 나눠끼고 있었다. 내려앉은 어둠을 헤치며 넓다란 운동장 트랙을 달리는 몇몇의 대학생들. 선선한 온도 틈으로 흘러나오는 취향의 노래는 스물의 오월과 잘 어울렸다.


"10년 뒤의 너는 원고를 쓰고 있을 것 같아." 언젠가 내게 했던 그 애의 한 마디가 예언처럼 각인되어 있다. 진즉 멋진 작가가 되고 싶었지만 아직도 나는 풋내기야. 여태 그 예언은 내 안에서 응원처럼 맴돈다. 우리가 헤어지고 10년이 더 지났다. 그즈음 울기도 많이 했겠지. 어설픈 미움도 영글지 못한 사랑도 시간이 희석한다. 첫사랑이 결혼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다시 한번 안녕을 고한다. 나는 심지어 미소 짓고 있다. 행복하다니 다행이야. 귓가에 울리는 ‘flower dance’. 어린 청춘의 꽃 조각이 이리저리 나부끼다 멀지 않은 근처에서 느직이 뒹군다. 그 흔적마저도 사랑한다. 나의 한 조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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