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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분더비니 Aug 27. 2017

잊지 말기를, 잊히지 않기를

영화 너의 이름은



너무나도 무겁고, 너무나도 아팠던 일들이 있다. 쉽게 잊어서는 안 되는 비극들이 있다. 결코, 그런 아픔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번복되지 않도록 잊어서는 안 되는 것들. 하지만 인간의 삶은 언제나 산만하고 단발적이다. 그래서일까. 복잡하고 바쁜 삶 속에서 결코 잊지 않으리라 다짐했던 일조차 쉽고 허무하게 희미해져 가는 것이 다반사다. 한때는 굵직한 헤드라인으로 새겨졌던 온갖 아픈 일들이,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무덤덤하게, 건조하게 무뎌져 간다. 붙잡을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부끄러울 만큼 무심하게.




미즈하와 타키. 두 사람은 시간을 초월해 몸이 바뀌는 체험을 하게 된다. 그 둘을 둘러싸고 있는 배경은 '재앙'이다. 물론 자연의 힘으로 발생하는 안타까운 재앙도 있지만, 오늘날 대부분의 재앙은 인간의 욕심에 의해 만들어진다. 되돌릴 수 없을 만큼 거대하게, 회복할 수 없을 만큼 또렷하게.




인간, 더 구체적으로는 어른들에 의해 만들어진 슬픈 재앙 속에는 언제나 늘 무고한 영혼이 있다. 아무런 죄 없이도 희생당해야만 하는 어린 영혼들. 아이들의 순수함이 어른들의 싸움 속에서 쉽게 폭발하는 일은 비단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비극의 상흔은 점점 치유될 수 있지만, 그 속에서 사라져야 했던 아이들의 무고한 희생은, 그 날 그때 그 시간에 멈춰 여전히 아프고 쓰라리다.



미즈하와 타키. 그들은 자꾸만 서로의 이름을 까먹는다. 서로의 이름을 잊지 않기 위해 부단히 애쓰는 그들의 모습은 간절하고 절실하다. 서로가 서로를 부디 잊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함. 서로가 서로를 기억 속에 새기고 싶어하는 안간힘. 그 감정은 비단 미즈하와 타키만의 것이 아니다. 어린 두 영혼의 절박함은 스크린 너머 관객에게도 유사한 소망을 품게 한다. 잊지 않기를 바라는 소망, 기억을 붙잡길 원하는 애타는 소망. 이어 그들은 오늘을 스쳐간 과거의 아픔을 환기하게 한다. 기억 너머로 잊고 있던 어린 눈망울을, 비극 속에 끝내 숨진 아이들의 마지막 모습을 떠올린다. 미안함과 부끄러움, 슬픔이 뒤섞인 감정으로 힘껏 다짐한다. 잊지 말기를, 잊히지 않기를. 다시는 그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결코 그 아픔이 반복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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