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광경

by 천진의 하루

모임이 있는 날이다.

술 마시는 게 싫어서 모임에 소극적이 되었지만 술을 좋아했던 적도 있었다.

많이 마셔야 좋은 것이라고 느낀 적도 있었고 그러니 술이 과해 실수하는 일도 많았다. 이후 술 마시는 일을 피하다 보니 모임에 나가는 일도 줄었다.

어느새 술을 마시지 않는 모임을 찾게 되고 일상이 변했다.

오늘 모임은 술을 마시는 모임이다.

새로운 업무에 나오고 영업을 하기 위해 모임에 참석했고 의식적 관계의 강화를 위해 술이 오고 가기도 한다.

영업을 해야 하고 관계를 쌓아야 하기에 가끔 참석을 하지만, 퇴근 시간보다 두 시간이나 늦은 약속이기에 항상 망설인다.

어찌할까를 고민하다 천천히 약속 장소로 걸어가기로 했고 걸으며 주변을 돌아보고 천천히 나를 보기로 했다.

친구들의 카톡이 들어와 웃으며 답장하다 수줍게 피어난 나팔꽃을 보았고 멈춰서 카메라에 담았다.

이미 시들어 버렸는지, 아직 피워내지 못했는지 모를 꽃 한 송이가 시선에 들어왔다.

인생은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고 한다.

이 작은 꽃의 모습이 피기 위한 준비냐, 시들어 버린 것이냐는 보기에 따른 것이다.

어떤 꽃은 시들면 작아지지 않고 떨어져 열매나 씨앗을 품기도 한다.

그런데 피지 않은 모습에서 시들음을 본 것이다.

지금의 시선이 삐뚤어져 있는 것 아닐까 싶었다.

정신을 다잡고 살피니 현실이 들어왔고, 도약을 위해 준비하는 꽃망울을 섣부르게 판단한 것이라 생각했다.

내 마음이 메말라 있었던 것이 아닌지 반성하며 사물을 바라보는 마음과 상황의 부족함을 느꼈다.


다시 길을 걷었고 평소에는 보지 못하던 것을 보게 되는 호사를 누렸다.

터벅터벅 걷던 길에 고개를 돌렸을 때 다리 아래로 흐르는 중랑천에 유년시절 보지 못했던 커다란 잉어가 유영을 하고 있는 생경한 모습을 보았다.

어디서 여기까지 흘러 온 것일까?

이곳이 살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것 같은데 말이다.

유년시절 이곳은 피라미와 붕어 그리고 불거지, 모래무지가 노닐던 곳이었다.

내 팔 만큼 큰 잉어가 살고 있지는 않았다.

그 녀석들이 중랑천에 자리 잡았다는 얘기를 얼핏 들은 적이 있는데, 많은 비로 수해가 났을 때, 중랑천 상류에 잉어를 키우는 양식장이 피해를 당했고 거기에 살던 잉어들이 중랑천으로 들어왔다고 했다.

가끔 차를 타고 가다 보면 다리 난간에서 개울을 내려다보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는데, 그때마다 뭐가 그렇게 볼 것이 있는지 궁금했었는데 그 이유를 오늘 알았다.

떼를 지어 유영하는 잉어들을 보니 장관이었다.

있어야 할 곳이 아닌 곳에서 살아낸 잉어들이 대견했다.

우리 인간도 그런 사람들에게 열광한다.

열악한 환경과 상황을 이겨내고 성장해 살아남은 사람에게 존경을 표한다.

그리고 인간 승리라고 말한다.

장자에 보면 곤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데, 곤은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자신의 크기를 결정한다고 한다.

내가 본 잉어도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삶의 방법을 찾아냈다.

우리도 처한 상황을 받아들이고 생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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