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 고민

by 천진의 하루

휴일이면 많은 고민이 나를 휘감는다.

제일 먼저, 울리는 알람에 반응해 일어날 것인지를 고민한다.

매번 더 잠을 청하는 것으로 매듭지어지는데도 알람을 울리게 둔다.

언젠가는 알람에 맞추어 일어나 새로운 일상을 할 거라 기대한다.

'루틴을 바꾸면 생활이 바뀐다.'라고 김정윤 작가가 하는 말을 들은 지 이틀 밖에 안 됐다.

그런데 휴일이면 여지없이 내 루틴은 무뎌진다.

이어지는 탄식은 가끔 나를 죄인으로 만든다.

휴일도 루틴을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다독이며 위안을 한다.

매번 반복하는 고민인데도 끝이 나지 않는다.


두 번째 고민은 집에 있어도 되는 가이다.

전날 많은 비가 내렸는데 일어나 바라보는 창 밖의 풍경은 맑고 화창하다.

꼭 어디를 가야만 할 것 같은 날씨지만 생각하면 갈 곳이 있지는 않다.

예정된 계획이 없는 휴일은 거의 집에 있는다.

소파에 누워 티브이를 틀고 채널을 돌리며 흥미를 끄는 방송을 보다 하루를 보내는 일상이 많다.

볼 것이 없으면 낮잠을 자고 일어나면 다시 저녁이 되기도 했다.

하루를 아무런 성장 없이 소비해 버리는 것이 전부였다.

지금은 책을 읽기도 하고 산책을 하기도 한다.

작지만 큰 성장을 한 것일 수도 있다.


아내는 운동을 가고 나는 아침 겸 점심으로 배를 채우고 마루와 산책을 나왔다.

오후에 나선 아파트 산책로는 내리쬐는 햇빛이 따가웠다.

비가 내리던 전날의 스산함은 간데없고 짙고 파란 하늘에는 뭉게구름이 수채화를 그리고 있었다.

강한 빛을 쏘아대는 태양이 걷는 등 위로 따스하게 닿았다.

마루는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고 바쁜 걸음을 재촉한다.

화단에는 자신의 계절을 불태우고 떠난 꽃들과 새롭게 그 자리를 빛내는 꽃들이 있었다.

자신의 자리를 내어주기도 하고 새롭게 돋아나기도 한다.

자연은 순리대로 흘러가고 있었고 자신의 삶을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있다.

나 또한 시간을 받아들이고 있다.

하늘이 맑고 파래서 어디라도 가고 싶은 날이다.

왜 나가지 않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오늘 '글쓰기의 최전선'이라는 책을 마무리했다.

나는 어떤 책이든 끝가지 읽으려 한다.

은유 작가님의 책인데 김경윤 작가님이 추천해서 읽었다.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에게 글쓰기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지도해 주는 책이다.

나의 약점은 한 번으로 그 책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휴일 최대의 고민인지도 모르겠다.


요즘 휴일에 거의 책을 읽는 경우가 많은데 집중해서 책을 읽는다고 하는데도 기억나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그럴 때, 오늘 무엇을 한 것인가라는 고민을 한다.

책을 읽고 특별한 인사이트를 얻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다.

정말 책에서 얻어지는 것이 있는지 확신을 갖지 못한다.

저자의 책에서 그 당시의 감정이나 나와 동질 되는 것을 찾지 못하는 것을 느낄 때 혼란스러워진다.

인사이트를 찾는 것이 아니라 텍스트를 보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번뇌에 괴로워한다.

그래서 더 포기할 수 없는 것 같다.

지금까지 너무 많은 포기를 했었기에 이번 만은 끝까지 멈추지 않는 것을 느껴보고 싶기에 다시 읽기에 도전한다.

내 생이 끝나기 전에 그런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기를 소망한다.

그러면 지금의 고민이 감사할 것이다.


2024년 5월 어느 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