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 기분

by 천진의 하루

아침 출근길 버스를 탈 때마다 기사님께 반갑게 인사를 한다. 누군가를 위해 수고를 하는 사람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행복한 기운을 얻는 방법이다. 아침의 기분이 하루를 좌우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밝게 인사하려 노력한다.


버스는 정류장에서 조금 못 미쳐 정차했고 오늘도 '안녕하세요.'라는 소리와 함께 버스에 올랐다. 버스는 출발했고 내리지 못했는지, 정류장까지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일어선 것인지 학생이 문을 열어 달라고 했고 기사는 작은 소리로 욕을 했다.


좋은 기분으로 시작한 내 하루가 망쳐질까 봐 씩 웃고 말았다. 학생은 정류장을 착각했거나 도착한 줄 몰랐을 수도 있다. 무심코 있다가 놀라 내려야 했을 수도 있다. 기사님은 모두 내리고 손님을 태워서 출발했기에 다시 서는 것이 싫었을지도 모른다.


다시 버스를 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에 학생의 처지를 받아들였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투덜거려야 상황은 변하지 않고 자신의 기분만 불편해진다. 상대에게 들렸다면 싸움으로 이어질 수도 있고, 주변에 나처럼 듣고 좋지 않은 기분이 들었을 누군가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배려를 했다면 더 좋아질 기분이 거친 말에 의해 상했다. 나의 일은 아니지만 거친 말을 아침에 들었다는 것이 하루의 기분을 망칠 수도 있다는 것에 놀라웠다. 버스를 내려 상한 기분을 다스려 준 것은 따스하게 내려 쬐던 햇빛이었다.


전날 내리는 비에 바삐 걸었던 정류장을 오늘은 느리게 걸으며 바라보았다. 주변 화단으로 들꽃이 피어 있고 비둘기는 한가로이 보도블록을 쪼고 있었다. 도대체 보도블록 틈사이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옆으로 다가가도 날아가지 않고 제 할 일에 바빴다,


아무리 봐도 아무것도 없었다. 이미 다 쪼아 먹은 것일지도 모르지만 비둘기가 보기에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주변을 맴돌며 열심히 블록사이를 쪼고 있는 참 여유로운 아침의 풍경이다.


오래전 끄적여 두었던 글을 소환해 읽고 퇴고하며 덧붙이는 작업을 하는 중이다. 아침의 여유로운 풍경과 기분 나쁘게 시작한 하루를 지워주던 따스한 햇살이 다시 보고 싶다. 이제는 차를 타고 출근을 하는 날이 많기에 보지 못하고 지나치는 날이 더 많다.


모처럼 대중교통을 타고 출근길에 나섰고 횡단보도에 서 머리를 매만지는 젊은 아가씨는 내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재빨리 머리빗을 가방에 넣었다. 때마침 신호가 바뀌고 건너는 중에 정류장으로 들어오는 버스를 보고 천천히 걷던 걸음을 재촉해야 했다.


버스에 오르며 서두르지 않고 기다려 주신 기사님께 반갑게 인사를 올렸다. 기사님도 덩달아 반갑게 인사를 건네주셨다. 작은 친절은 다시 내게로 돌아와 하루를 즐겁게 해주는 것이다. 기사님은 내가 자리에 앉을 때까지 기다리셨다 출발하는 배려도 함께 주셨다.


차창 밖으로 스치는 아침의 풍경을 여유롭게 보는 것도 오랬만이다. 이제는 봄기운이 가득해 산수유나무는 노란 꽃이 송골송골 맺혔고 일찍 나온 제비꽃이 추위에 놀라 고개를 푹 숙여 오들오들 떨기도 한다. 겨우내 눈꽃이 피었던 산에 드문드문 색이 입혀지고 있는 중이다.


아침의 여유란 찾아보아야 알 수 있는 것들인가 보다. 바쁘다는 핑계로 잊고 지내던 여유는 내 마음속에 있는 것이다. 자세히 보아야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듯이 드려다 보아야 느낄 수 있는 것이 여유로운 풍경인 듯하다.


2024년 5월과 2026년 3월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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