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넛 카페에서

by 천진의 하루


오늘 모처럼 출장을 나왔다.

내가 하는 일이 사무실에 앉아서 기다리기만 하는 일이 아니기에 출장을 자주 나가는 편이지만 격조했었다.

경기가 나빠지고 부동산 시장이 경직되면서 거래가 많이 줄었기에 일이 없었다는 것도 출장을 나가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연말이 다가오면 한 해를 마감해야 해서 굳이 영업의 필요성이 약해지는 이유도 있다.

마냥 사무실에 있기도 뭐 해서 결재를 서둘러하고 길을 나선 것이다.

여전히 시장은 얼어 있고 거래처들도 대부분 문을 닫아 만나지를 못했다.

나는 주로 양평과 여주 쪽으로 출장을 가는데 오늘처럼 아무도 만나지 못할 때는 허탈하기도 하다.

차를 타고 유람하는 것처럼 다음 거래처로 향하다 점심을 먹기 위해 차량을 휴게소에 세웠다.

이곳에는 순댓국을 맛있게 하는 식당과 도넛 카페가 있다.

차를 주차할 때는 따뜻한 국물이 일품인 순댓국을 먹을 생각이었는데 차에서 내리며 마음이 변했다.

카페의 문을 열고 들어가 꽈배기 3개와 도넛 1개 그리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켰다.

결재를 하면서 밥을 먹을걸 잘못했나 하는 마음이 살짝 들었다.

양에 비해 가격이 높아서 순댓국 값에 버금가는 금액이 나왔다.



먹기 전에 사진을 찍었으면 좋았으나 그러지 못했다.

내가 카페에 들어올 때는 친구인듯한 여자 두 분이 도넛을 앞에 두고 카페라테를 옆에 두고 환담을 나누고 있었다.

이 카페의 커피는 쓴맛이 심하게 나고 입에 맞지 않는 것 같다.

호두를 섞은 단팥 도넛은 따뜻하고 달콤한 가운데에 호두 알갱이가 씹히며 색다른 즐거움을 주었다.

꽈배기는 잘 반죽되어 찰기를 머금었고 듬뿍 묻힌 설탕의 달콤함과 잘 어우러져 있다.

카페 밖으로 갈 길을 재촉하는 차량들이 지나고 먹을거리를 찾는 사람들이 듬성듬성 다닌다.



내가 앉은 테이블 옆으로 정원에나 있을 법한 흔들 그네가 놓여 있다.

잠깐 화장실을 다녀온 사이에 그녀들은 자리를 떠났고 새로운 손님들로 카페가 웅성거리고 있다.

출장을 나와서 편하게 음식을 먹고 시간을 보낸 적이 별로 없었다.

혼자 식당에 들어가 밥을 먹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식사를 거르거나 드라이브스루를 통해 햄버거를 사서 먹고는 했다.

내가 점심을 거르고 거래처에 가면 식사를 하기 위해 나간 분들도 많아서 만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오늘은 편안히 내 위장을 채우고 가려는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카페에 앉은 사람들의 종알거림이 나쁘지 않다.

무슨 할 말이 많은지 모르지만 혼자 느끼는 고독보다 함께 재잘거리는 모양이 부럽기도 하다.

옆자리에서 젊은 아가씨 둘이 휴대전화를 보면서 화면 속의 남자를 평가하고 있다.

남자 친구는 아니고 주변의 남자일 것이다.

반대편에서는 몇 명의 나이 지긋한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나와 비슷한 높이의 음성과 비슷한 관심사를 논하는 것을 보면 보지 않고도 짐작이 간다.

이제 슬슬 움직여야 할 시간이다.

테이블 위에 커피와 도넛은 비워졌고 시간은 두 시를 가리키고 있다.

여유의 시간을 마무리하고 일상의 시간으로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처음 카페 앉아 글을 썼는데 생각보다 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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