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의 기억들
마루는 산책 가자는 말이 나오면 좋아할 때가 있다.
오늘은 기분이 별로인지 산책 가자는 말에도 반응이 없다.
리드줄을 준비하고 아내가 떠놓은 하네스를 입혀도 반응이 별로였다.
아내와 함께 나가는 것이 아니어서 달갑지 않은 모양새이다.
기지개를 켜는 녀석을 번쩍 들어서 안았다.
그래도 나가는 것이 좋은지 품에 안겨 얌전하다.
배변 봉지를 챙기고 가슴에 안은 채로 1층 현관 앞으로 나왔다.
바닥에 내려놓기가 무섭게 녀석은 풀밭으로 달려간다.
코를 박고 냄새를 맡으며 자신의 흔적을 찾는 것 같다.
언제나처럼 비슷한 위치에 왼쪽 다리를 치켜들고 오줌을 갈긴다.
그렇게 녀석과의 산책은 시작된다.
내 걸음을 따라 걷기도 하고 앞서 나가기도 한다.
보도블록을 걷기도 하다 다시 화단으로 들어가 냄새를 맡기를 반복한다.
나도 뒤따라 가면서 화단에 새로 피어오른 꽃들을 확인한다.
봄의 기운이 한창인 화단에는 노란 민들레 꽃이 듬성듬성 피어 있다.
그 사이로 자줏빛의 자주달개비가 군락을 이루고 있기도 한다.
오늘 화단에는 흰색의 야생화가 피어 있었다.
아주 작은 꽃이 여리게 피어 있는데 이름은 알 수가 없다.
앞서가려는 마루의 리드줄을 멈추고 휴대폰의 카메라를 켰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들꽃을 보면 사진을 찍게 되었다.
요즘은 인터넷이 발달해서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면 무슨 꽃인지를 검색해 준다.
오늘 사진에 담은 흰색의 꽃은 흰젖제비꽃이란다.
'흰 젖제비꽃은 일반적인 제비꽃과 마찬가지로 여러해살이 식물이며, 잎이 뿌리에서 모여 나며, 긴 삼각모양이며 가장자리에 둔한 톱니모양이 있다. 꽃은 잎 사이에 난 꽃대 위에 1개씩 달리는데 꽃이 흰색이라는 점이 다르다. 개화시기도 4~5월경으로 같고, 꽃잎의 개수도 똑같이 5장이다.'라는 친절한 설명도 보여준다.
참 좋은 세상을 살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그 외에도 아파트를 거닐면서 보는 화단에는 꽃을 피우기 위해 준비하는 나무들도 많다.
이미 꽃을 피운 벚꽃, 앵두꽃 그리고 싸리도 움트려 준비 중이다.
화단은 모두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 애쓰는 중이다.
마루와 천천히 걸으며 나는 새로움을 느끼고 마루는 냄새를 맡는다.
우리는 서로 다른 방법으로 세상과 자연을 느끼는 것이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자연은 조금씩의 변화한다. 자연은 매일이 똑같지 않다는 것을 얘기하는 중이다.
오늘도 마루는 산책을 하며 즐거워하는 것 같다.
나의 산책도 즐거움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