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알람이 울린다.
매번 알람에 눈을 뜨지도 않으면서 계속해서 그 시간이면 울리도록 둔다.
일종의 자기 방어 수단 중 하나이다.
알람을 끄고 이불속에서 다시 눈을 감는다.
이내 십여분이 훌쩍 지나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출근을 해야 하는 시간은 아직 많이 남았기에 망설이는 것이다.
그래도 오늘은 십분 밖에 지나지 않아 몸을 일으켜 세웠다.
나의 아침루틴은 별 것이 없다.
매번 바뀌기도 하니 루틴이라 부르기도 창피하곤 하다.
아침 기운이 차갑지 않기에 이불속의 천연의 모습으로 책상에 앉아 스탠드의 불을 켠다.
그리고 책상 위에 언제나 놓여 있는 인문학 책인 '1일 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교양수업 365'를 펼쳐 든다.
이 책은 2024년 새해를 맞아 아침 루틴을 만들겠다는 다짐으로 시작한 책이다.
가끔 건너 띄어 다음 날 읽기도 한다.
그렇게 한 페이지를 읽고 어제 읽다 접어둔 책을 읽었다.
7시에는 출근을 준비해야 하는데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니 어느새 7시를 넘어 있었다.
출근 준비를 재빨리 하고 집을 나섰다.
요즘은 세상이 좋아져서 버스 정류장에 몇 분 후 차량이 도착하는지를 휴대폰으로 볼 수 있다.
무작정 나가서 정류장에 붙어 있는 버스 시간표를 보며 발을 동동 구르고 시계만 쳐다보던 시절이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타고 다니던 차량을 매각했다.
그렇게 뚜벅이가 된 지 이틀이 되었다.
바쁘게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나의 아침이 조금 부산스러워졌을 뿐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조금 일찍 서둘러 출근길을 나가야 한다는 것뿐이다.
조금의 일찍은 내가 맡는 공기의 맛도 다르게 만들었다.
아침에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폐부를 찌르고 포만감을 느끼게 한다.
지하주차장에서 차를 타고 출발하면 느끼지 못하는 맛이다.
오늘은 조금 늦은 출발로 달려야 했다.
언제 달려 보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도로의 신호등은 규칙이 있다.
내가 건너고자 하는 횡단보도의 신호가 녹색이 되려면 왼쪽의 차량을 움직이게 하는 신호가 녹색이 된다.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와 도로에 도착했을 때 내 앞의 차량이 녹색신호를 받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뛰었다.
내 신호를 받아 길을 건너기 위해 진심을 다해 뛰었다.
차량을 타고 다니던 것에 최적화되어 있던 몸이 갑작스러운 달리기에 쉽게 적응하지는 못했다.
어찌어찌 시간 안에 횡단보도를 건넜고 대기 중이던 버스에 올라탔다.
내 몸은 한 것 부픈 폐 속의 공기를 연신 내어 뱉으며 식식거렸다.
가쁜 호흡은 오래도록 힘들게 했다.
이제는 조금 달리는 것도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동 부족'
내가 항상 가지고 있던 생각이 맞다는 것을 가르쳐 준 아침이다.
버스 속의 아침이 어제와는 다르게 한산했다.
이렇게 뚜벅이의 아침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