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이어지는 폭염과 열대야 탓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있다. 어제도 기온이 39도에 육박했지만, 하루 종일 집 안에서 꼼짝도 하지 않은 채 버텼다. 아내는 에어컨 없이 지내보자고 했지만, 저녁 늦게 몰려온 열대야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결국 에어컨을 켜고 냉면을 시켜 저녁을 해결했다.
아들은 창원에서 시합이 있었다. 더운 날씨 속에 무거워 보이는 몸 상태로 최선을 다했지만, 경기 종료 직전에 상대 팀에 실점하며 아쉽게 패했다. 먼 길을 원정 가서 패하고 돌아오는 길은 아마 더 길고 지치게 느껴졌을 것이다.
어제 하루도 나는 큰 탈 없이 보냈고, 생각해 보면 얻은 것이 많은 하루였다. 잃은 것이 있다면 흘러가는 시간뿐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마루는 많이 좋아졌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우울한 듯 구석에 숨은 채 아무것도 하려 하지 않았던 모습이 무색하게, 이제는 집 안을 이리저리 잘 돌아다닌다.
오늘도 알람이 울렸지만 쉽게 일어나지 못했다. 운동 알람이 다시 울리고서야 마지못해 몸을 일으켰다. 운동을 하겠다는 결심은 어느새 마루와의 산책으로 바뀌었지만, 어떤 것이든 움직이는 데 의미를 두기로 했다.
잠에서 일어나 책을 읽고 짧게 필사를 한 뒤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마루를 찾았다. 그런데 어디에 숨어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낮은 목소리로 “마루야, 산책 가자!”라고 불렀다. 주방으로 가 냉수를 한 모금 마시고 있을 때, 마루는 어디선가 모습을 드러내며 나를 바라보며 기지개를 켰다.
아마도 작지만 분명히 들리는 ‘산책 가자’는 말이 마루 귀에 들어갔던 것 같다. 나는 현관으로 가 신발장에서 배변봉투와 하네스를 꺼냈고, 마루는 다가와 다시 한번 기지개를 켰다. 하네스를 가져다주자 번갈아 앞발을 들어 가슴에 넣었지만, 오늘은 이상하게도 나갈 기세가 없었다.
평소엔 현관문만 열어도 기쁜 듯 뛰어나가던 녀석이, 오늘은 그 자리에 앉아 움직이지 않았다. ‘오늘은 나가고 싶지 않은 건가?’ 싶어 하네스를 풀어주었더니, 마루는 쪼르르 딸의 방으로 달려가 버렸다. 혼자 산책을 나설까 하다가, 다시 한번 마루에게 권해보기로 했다.
다시 나직하게 “산책 가자” 하고 부르니, 마루는 다시 다가왔고 결국 함께 밖으로 나섰다. 조금 늦게 나간 터라 오늘은 십여 분 남짓한 짧은 산책이지만, 마루는 이곳저곳 냄새를 맡으며 열심히 돌아다녔다. 녀석이 마치 산책을 밀당하듯 나와 장난을 치는 듯한 아침이었다. 그렇게 평범한 일상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