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차]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된다

운동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by 천진의 하루

알람이 울려도 선뜻 몸을 일으키지 못하는 건, 어쩌면 해야 할 일에 대한 간절함이 부족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오늘도 새벽 기상 알람이 울렸다. 아내가 소리에 놀라 잠을 깬다며 잔소리를 해서, 은은한 선율이 나지막이 흐르도록 설정해 두었는데도 이제는 그 소리에 반응하게 된다.


어제저녁,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일기예보는 밤사이 많은 비가 내릴 거라고 했다. 몸을 일으켜 소파에 앉아 눈을 감고 이런저런 생각에 잠겼다. 오늘은 비도 오는데, 그냥 쉬는 게 어때? 머릿속 생각 회로는 거침없이 달콤한 말을 흘려보냈다. 잠시, 정말 잠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떠, 옆에 놓인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아침 기록 어플을 켜고 일어나 창밖 풍경을 사진에 담았다. 260일째 기록을 남기기 시작한 지도 어느덧 여덟 달이 넘었다. 그동안 새벽이 아닌 날도 있었지만, 잊지 않고 꾸준히 하다 보니 이렇게나 많은 기록이 쌓였다.


창밖을 보니 비는 내리지 않는 듯했다. 마루를 데리고 산책을 나갈까 잠시 고민했다. 밤새 내린 비에 산책로의 풀들은 빗방울을 머금었을 것이다. 촉촉이 젖은 풀잎들은 허리를 숙여 그 무게를 견디고 있을 테고, 풀잎 사이를 헤치고 다니는 걸 좋아하는 마루는 온몸으로 빗방울을 껴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산책 후 흠뻑 젖은 마루를 씻겨야 하는데, 출근 전의 나로선 불가능하다. 결국 오늘 산책은 포기하기로 했다. 대신 운동을 가기로 마음을 정하고 운동복을 챙겨 입었다. 매일 나가던 산책이 빠지니, 마루는 졸졸 따라다니며 자신도 데리고 가라는 신호를 보냈다.


다시 창밖을 보니 우산을 쓰고 산책하는 견주가 눈에 들어왔다. 그 모습을 끝으로, ‘오늘은 산책이 안 되는 날’이라는 생각이 굳어졌다. 마루도 내가 데리고 가지 않을 것을 알아챘는지 더 이상 내 곁을 맴돌지 않았다. 딸아이 방 앞에 배를 깔고 누워 고개만 돌린 채 나를 바라봤다. “미안해.” 한마디 남기고 현관을 나섰다.


헬스장에 도착하니 이미 나보다 먼저 온 사람이 있었다. 그분은 늘 벨트 마사지기에 어깨를 기대며 몸을 풀고 있다. 러닝머신 세 대 중 내가 좋아하는 세 번째 자리가 비어 있어 빠르게 걷기를 시작했다. 평소보다 속도를 조금 높여 6으로 설정했지만, 20여 분쯤 지나자 예전에 다쳤던 다리 근육이 뻣뻣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속도를 낮추고 계속 걸었다.


산책이 아닌 운동을 오랜만에 해서인지 근육은 금방 지쳤다. 욕심부리다 다치는 것보다, 조금 천천히 오래 걷는 것이 낫다. 운동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마루는 산책을 함께하지 못한 것에 삐진 듯했다. 평소 같으면 현관문이 열릴 때 앙앙거리며 달려 나오는데, 오늘은 모른 척했다. 어디에 숨어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매일 같은 루틴을 지키는 건 쉽지 않다. 상황의 변화나 조건의 차이가 금세 꾸준함을 무너뜨리기도 한다. 그러나 끝까지 지켜내려는 노력이 그 사람의 미래를 만든다. 그 작은 차이가 시간 속에서 차곡차곡 쌓이고, 마침내 폭발하는 순간이 오기까지 버텨낼 인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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