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일어나 운동을 하겠다고 마음먹고, 30일의 첫 목표를 달성한 지도 이틀이 지났다. 대단한 성취는 아니지만, 정해둔 목표를 해냈다는 사실이 스스로 대견하고 만족스럽다. 자기 계발서 저자들은 말한다. 더 큰일을 이루려면, 아주 작은 것을 달성하는 기쁨을 자주 맛보라. 그 말을 읽을 때마다 ‘작은 목표를 달성하는 게 뭐가 어려운 거야’라고 생각했었다.
현실 속 나는, 아주 사소한 것조차 오래 지속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자신을 보며 패배감과 자괴감에 빠졌고, 나는 이 정도밖에 안 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성공하거나 부를 이룬 사람들을 보며, 그들은 정말 특별한 존재라고 여겼다. 그때마다 내 자존감은 가차 없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사무실 자유게시판에서, 내가 하지 못하는 일을 해내는 직원들의 글을 보았다. 블로그를 개설해 자신의 장점을 담은 글을 쓰고, 매일 새벽에 일어나 인증 사진과 날짜를 기록하는 모습이었다. 평범했던 동료가 조금씩 행동하며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게 된 것이다.
그제야 내 문제의 본질이 보였다. ‘실행력.’ 이 단어가 내 삶에서 빠져 있었다. 책을 읽고 기록하는 일은 그 직원보다 훨씬 오래 해왔지만, 변화는 없었다. 무엇이 문제인지 모른 채 시간을 흘려보냈고, 그 사이 동료는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이후 나도 그 직원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새벽 기상 알람을 맞추고, 인증 사진을 찍어 하루를 기록했다. 자기 계발서에 적어 두었던 ‘작은 습관 만들기’ 지침을 꺼내, 몇 가지 목표를 세웠다. 새벽 4시 30분 기상, 책 한 페이지 읽기, 한 페이지 필사, 잠자리 정리. 지금도 몇 가지는 지키지 못하지만, 계속 지키려 애쓰고 있다.
그러다 강세형 작가의 『현관문을 여는 사람이 되었습니다』를 읽고, 산책을 할까 고민하다가 운동을 하기로 결정했다. 매일 아침 헬스장에서 30분 운동을 하고 글을 쓰는 루틴을 만들었다. 새벽 기상은 지키지 못할 때도 있었지만, 오전 6시 운동만큼은 반드시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피곤해 기상 알람을 꺼도, 운동 알람이 울리면 침대를 박차고 일어났다.
헬스장의 첫 문을 열고 들어가는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다른 누군가 먼저 와 있을 땐, 조금 일찍 나가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가 가장 먼저 들어가기도 했다. 그러나 인생이 늘 뜻대로만 흘러가진 않는다.
어느 날, 우리가 키우는 강아지 ‘마루’가 우울해졌다. 헬스장 대신 마루와 아파트 단지를 산책하기 시작했다. 천천히 걸으며 주변을 바라보니, 헬스장에서 빠르게 걷는 것 못지않은 즐거움이 있었다. 덕분에 마루의 우울함도 사라졌고, 이제는 내가 아침 산책 준비를 하면 어디선가 달려와 앞장선다.
어제는 비가 내려 산책을 쉬었지만, 오늘은 날씨가 좋아 함께 나갔다. 비 온 뒤라서 인지 새벽 공기는 한층 서늘했다. 현관을 나서자마자 화단 근처에서 찬 공기가 몸을 감쌌다. 마루와 함께 걸을 때는 속도를 낼 수 없다. 다른 강아지들이 남긴 냄새를 작은 코로 킁킁거리며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나도 보조를 맞추기 위해 멈춰 서서 주변을 바라보고, 잠시 여유를 부린다.
봄꽃이 만발하던 화단에는 이제 푸른 풀만 가득했다. 그 사이에 남은 몇 송이 민들레와 장미, 이름 모를 꽃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계절은 이미 한여름의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었고, 이주쯤 지나면 찬바람이 불며 열매가 맺히기 시작할 것이다. 바쁘게 살아가는 동안 보지 못했던 풍경들이, 계절의 속도에 맞춰 묵묵히 변해가고 있었다.
오늘 아침, 화단 곳곳에서 풀벌레 소리가 들려왔다. 아직은 희미한 울음이었지만, 곧 우렁찬 매미 소리로 바뀔 것이다. 러브버그가 바닥을 까맣게 뒤덮었다가 사라지고, 6년을 기다려 세상에 나온 매미들이 열정을 다해 울어대는 여름이 다가오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은 잠시 멈춰 서고 여유를 가졌기에 들을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순간들이었다. 자연은 반복되는 생을 묵묵히 살아가고, 나 또한 그 안에서 반복되는 삶을 살고 있다. 시간에 쫓겨 보지 못하고 지나친 것들이, 사실은 모두 소중했다는 걸 오늘 새삼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