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일차] 의지로 여는 아침

운동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by 천진의 하루

새벽에 일찍 눈이 떠졌다. 기상 알람이 울리기 직전에 일어나 알람을 끄고 침대에 앉아 잠시 고민했다. 창밖에서 후드득 빗소리가 세차게 들려왔고, 열어둔 창문으로 찬 바람이 스며들었다. 제법 굵은 빗줄기였다.


정신을 가다듬고 스탠드를 켠 뒤 책을 꺼내 들었다. 이제는 몸에 밴 습관처럼 책을 읽고 필사를 한다. 필사 중인 『중용』도 이제 한 편만 남았다. 『채근담』으로 시작해 『심경』, 그리고 『대학·중용』까지 매일 한 페이지씩 써 내려왔다. 언제부터 시작했는지는 가물가물하지만, 묵묵히 쌓여가는 시간의 적금을 믿으며 이어가고 있다.


세 권 모두 고전의 명작으로, 인생에서 지켜야 할 군자의 도리와 바른 길을 말하고 있다. 지금은 그저 옮겨 쓰는 정도인지, 가슴 깊이 새겨지는 말이 많지는 않다. 수백 줄을 써 내려왔지만 단 한 줄도 또렷이 기억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이어왔다는 사실이 나름의 자긍심을 준다.


책에서 말하는 가르침대로 살고 있지는 못하지만, 삶의 난관 앞에서는 그 말들이 잠재의식 속에서 불쑥 떠올라 길을 선택하게 한다. 삶의 모든 순간은 선택에서 비롯되고, 그 선택이 옳았는지는 시간이 증명한다. 그 과정에서 책의 가르침이 내 안에 하나의 판단 기준으로 자리하고 있는 듯하다.


오늘도 내가 올바른 선택을 했다고 믿게 해주는 힘은 아마 그 책들의 가르침일 것이다. 비가 내려 마루와 산책을 나갈 수 없으니, 헬스장으로 향하기로 한 것도 수많은 유혹 속에서 고른 바른 선택이었다. 조금 일찍 도착해 문을 열고 들어서니, 아무도 없는 헬스장. 첫눈 내린 아침, 하얀 도화지에 첫 획을 긋는 기분이 들었다.


빠르게 걷는 것 외에는 대단한 운동을 하는 건 아니지만,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다는 사실이 좋았다. 앞으로도 마루와의 아침 산책이 대부분이겠지만,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엔 헬스장으로 향할 것이다. 짧게는 삼십 분 정도의 걷기를 마치고, 하나둘 헬스장을 채워가는 사람들을 뒤로한 채 집으로 돌아왔다.


하루의 시작이 내 의지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이렇게 기분 좋은 일인 줄 몰랐다. 예전엔 어머니의 부르는 소리에 허둥지둥 뛰어나가던 것이 내 아침의 전부였다. 이제는 하루를 준비하고 가늠하며 여유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 이렇게나 편안하고 감사한 일임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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