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일차] 인문학 강좌를 듣고

운동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by 천진의 하루

어제는 인문학 모임 ‘귀쫑’의 정기 강좌가 있는 날이었다. 이번 강좌는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를 주제로, 고려대학교 철학과 강용주 교수의 저자 직강이 진행됐다. 구심의 권유로 귀쫑에 가입한 지도 벌써 3년째에 접어든다.


종일 큰비가 내려갈까 말까 망설였는데, 강좌 시간 즈음 비가 거짓말처럼 그쳤다. 구심의 한의원에서 함께 출발하는 다른 회원들을 기다리며 근황을 나눴다. 요즘 오른쪽 어깨 통증이 심해져 오십견이 오는 듯해, 물리치료와 침, 부황을 받았다. 치료 후 어깨 움직임이 훨씬 부드러워지고 통증도 사라졌다. 한방 치료가 나와 잘 맞는 듯하다.


구심과의 대화는 언제나 배울 점이 많다. 상대를 배려하며 경청하는 모습이 나에게는 부족한 부분이라, 대화 중 자꾸 내 이야기만 늘어놓게 된다.


한 시간을 달려 모임 장소에 도착하니, 회원이 아닌 사람들도 참여하는 무료 강좌라 제법 많은 인원이 모였다. 회장님이 회원들은 앞자리에 앉아 달라고 하셔서 앞으로 나갔다. 사실 전자책으로 3분의 2 가량 읽었고, 인파 속에서 저자 사인을 받기 어려울 것 같아 책을 사지 않으려 했지만, 앞자리에 빈손으로 앉는 것도 어색해 결국 책을 구매했다.


그러나 강의는 기대와 달리 다소 지루하게 흘러갔다. 책을 읽을 때는 간결하고 부드럽게 쓰였다는 인상이었기에, 강의를 들으면 막연했던 쇼펜하우어 철학이 조금은 정리되리라 기대했지만, 저자의 설명은 두서가 없었다. 책에서 전하려는 핵심을 명확히 정하지 않은 채 강의하는 듯한 인상이었다. 강의 후 뒤풀이 자리에서 회원들도 대부분 비슷한 의견을 나누었다.


그래도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

“인생이 짧다는 것을 알려면 오래 살아야 한다.”

“인생은 고통이며, 버텨내어 최소한 칠십까지는 살아야 한다.”


뒤풀이는 치킨과 맥주를 곁들이며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자리였다. 같은 차로 이동했기에 혼자 먼저 돌아올 수 없었고, 집에 도착하니 밤 12시가 훌쩍 넘었다. 평소보다 세 시간이나 늦게 잠든 셈이다. 늦게 잔 여파는 새벽에 그대로 나타났다. ‘일어날 수 있을까’ 하는 불안이 생각보다 일찍 눈을 뜨게 했고, 창밖을 보니 어둠이 채 가시지 않았다. 새벽 3시 30분, 홀로 거리를 비추는 가로등 불빛을 사진에 담고 날짜를 기록했다.


겉으론 깨어 있었지만 곧 다시 침대에 누워 잠들었고, 아침 운동 알람은 듣지도 못했다. 정신을 차리고 몸을 일으키니 이미 출근 준비를 알리는 알람이 울리고 있었다. 그렇게 오늘의 산책은 시간 뒤편으로 흘러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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