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일차] 상대에게 손을 내민다는 것
운동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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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진의 하루
Jan 12. 2026
입추가 지나고 말복의 주말 아침이다. 요즘은 알람이 울리기 전 눈을 뜨는 일이 잦아졌다. 오늘도 새벽 세 시에 잠이 깼다. 이 시간에 완전히 일어나면 하루 종일 정신이 멍해질 것 같아 다시 침대에 몸을 뉘었다.
이런 날은 기상 알람에 쉽게 반응하지 못한다. 너무 일찍 깬 탓에 다시 잠든 것이 문제일 것이다. 하지만 일찍 일어나 피곤한 몸으로 하루를 보내는 것보다는 낫다. 그러니 알람을 놓쳤다고 해서 스스로를 책망할 필요는 없다.
뒤척이다 정신을 가다듬고 일어나 아침 루틴을 실행했다. 이제는 몸이 자연스럽게 기억하는 습관이 되어가고 있다. 그때 마루가 벌써 방문 앞에 와 있었다. 혹시 자신을 두고 나갈까 현관 앞 중문에 기대어 기다리는 모습이 귀여웠다.
아파트 화단에 나오자 서늘한 공기가 몸을 감쌌다. 말복이지만 입추가 지나고 비까지 내려서인지 기온이 확 떨어졌다. 몸은 본능적으로 움츠러들었다. 매일 걷는 익숙한 길이지만 마루는 매번 새로운 냄새를 찾아내며 신나게 움직였다.
산책 도중 여러 마리의 강아지를 만났다.
강아지들은 서로의 냄새를 맡으며 인사를 나눈다. 얼굴을 가까이 대어 적대감이 없는지 확인한 뒤, 상대의 뒷부분 냄새를 맡으며 친근함을 표시한다.
사람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처음 만난 상대에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는 것 역시 무기를 감추고 있지 않다는 표시라고 들은 적 있다.
이는 곧 “당신에게 적의가 없다”는 신호다. 이후 고개를 숙이며 예의를 표한다. 좋은 관계는 서로가 안전하다고 느낄 때 비로소 시작된다.
오늘 하루도 큰일 없이 흘러갔다.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도 감사한 일이다.
삶이 늘 극적으로 변한다면 감당하기 힘들 것이다. 변화는 거창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오히려 눈에 띄지 않게 조금씩 스며든다.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고 그 흐름 속에 머무는 일이다. 변화를 향한 걸음은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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