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정리하듯 글을 쓰는 나를 봅니다.오늘도 어김없이 컴퓨터를 켜고 블로그의 ‘글쓰기’ 버튼을 누르며 기분이 좋아진다. 대단한 주제는 아니지만, 이렇게 글쓰기가 점점 몸에 붙어가는 느낌이 들어서 좋고 별일 없는 하루에도 이렇게 작은 행복이 찾아온다는 것이 고맙기만 하다.
새벽에 눈이 떠졌다. 책상 앞에 앉아 휴대폰을 켜보니 새벽 두 시. 요즘 새벽 기상 알람을 놓치고 일어나지 못했던 자신에게 답답하고 화가 났던 탓인지, 이런 날은 유난히 일찍 눈이 뜨이곤 한다.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다시 잠을 청하지만, 이런 날은 하루 종일 몸이 무거울 수밖에 없다.
잠시 후, 알람이 울렸고 무거운 몸을 일으켜 창밖의 사진을 찍고 날씨를 살펴보니 다행히 비는 내리지 않았다.어젯밤 태블릿으로 소설을 읽다 “내일 마저 읽어야지” 하고 잠들었는데, 잠의 공격 앞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고, 운동 알람이 울리고 나서야 정신을 차리고 침대를 박차고 나왔다.
책상에 앉아 매일 읽는 책을 펼치고, 짧은 일기를 썼다. 바닥에 널브러진 운동복을 챙겨 입고 마루를 부르니, 녀석은 금세 잠에서 깨어나 꼬리를 흔든다. 며칠 동안 비가 내려 아침 산책을 나가지 못했는데, 오늘은 드디어 함께 나갈 수 있게 된 것이다.마루는 산책을 나설 때면 앞다리를 길게 뻗으며 기지개를 켜고, 손에 든 하네스를 바라보며 목을 들이밀어 입혀 달라는 눈빛을 보낸다.
그럴 때마다 참 신기하다. 현관문을 열면 마루는 언제나처럼 숨 가쁘게 달려 나가 화단을 누비며 냄새를 맡고, 자신의 체취를 남긴다.요즘 화단의 풀들은 제법 자라 마루가 들어가면 보이지 않을 정도이고, 기분이 좋은지 풀숲에 용변을 보는데, 풀 길이가 길어질수록 치우는 일은 쉽지 않다. 그래서 짧은 풀이 있는 쪽으로 마루를 유도하지만, 다른 견주들도 나와 같은 생각인지 그쪽 길에는 발자국이 많다.
오늘도 어김없이 치우지 않은 다른 개의 배설물이 보였고, 결국 마루의 것과 함께 그것까지 치웠다. 정상적인 성인이라면 저렇게 두고 가지는 않았을 거라 생각하지만, 함께 살아가는 사회라면, 최소한의 배려는 지켜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다짐하며 길을 걷는다. 산책이 끝날 즈음, 마루는 언제나처럼 “이제 그만 돌아가자”는 듯 자리를 잡고 움직이지 않는데, 그 타이밍이 어쩜 그리 정확한지 가끔 놀란다. 그렇게 삼십 분 남짓의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우리는 종종 한 가지 생각에 매몰되어 다른 시선을 잃을 때가 있다.내가 옳다고 믿는 것이, 어쩌면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할 때다. 그럴 때면 설득이란 이름으로 타인을 강요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조직에서 최고참이 되고, 삼십 년 넘게 일하다 보니 자연스레 생긴 경험과 신념이 있다. 그것이 쌓여 어느새 ‘나의 옳음’으로 굳어지고, 그 믿음을 후배들에게 전하며 ‘조언’이라 생각했지만, 돌이켜보면 그것이 ‘꼰대의 말’이었음을 뒤늦게 깨닫는다.
‘나이가 들수록 입을 닫고, 지갑을 열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그 입을 닫는다는 게 참 어렵다. 후배들에게 맡기자고 다짐하면서도, 우려와 한탄을 섞어 “이건 이렇게 해야지” 하고 말하는 나를 보면 과거 나를 답답하게 하던 선배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 속에서 지금의 내가 겹쳐진다.
시간은 흘러가고 세상은 변했고,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는 것처럼 생각을 바꾸어야 하는 것도 있다. 구태한 생각을 전할 바엔 입을 닫는 연습을 해야 한다. ‘내가 옳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 때, 비로소 타인의 말을 들을 수 있다. 오늘의 내가 내일의 나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그렇게 하루를 살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