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눈이 번쩍 떠졌다. 휴대폰 화면을 켜니 시계는 새벽 1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일어나야 할 시간도 아닌데, 또다시 잠에서 깨어난 것이다. 왜 이렇게 자주 깨어나는 걸까. 걱정 때문일까, 피곤함 때문일까, 아니면 설명할 수 없는 불안 때문일까.
허탈한 숨을 내쉬며 다시 이불속으로 몸을 뉘었다. 이런 날은 어김없이 새벽 알람을 무시하게 된다. 잠시 깼던 것이 오히려 더 깊은 피로를 불러오는 듯하다. 일어나야 한다는 마음보다, 조금만 더 자고 싶다는 유혹이 훨씬 강하다. 결국 알람을 끄고 두 번째 잠에 빠져든다.
다행히 마루와의 산책 시간에는 일어난다. 몸은 무겁지만, 그래도 함께 걷는 아침이 나를 깨운다. “마루야, 가자.” 조용히 불러보지만 아무런 인기척이 없다. 평소라면 어디선가 나타나 꼬리를 흔들며 나를 빤히 쳐다보던 녀석인데, 오늘은 꼼짝도 하지 않는다. 조금 더 큰 소리로 부르자, 그래도 여전히 움직이지 않는다.
혹시 어디 아픈가 싶어 안방을 둘러보았지만 보이지 않는다. 딸아이의 방 문을 살짝 열자, 침대 위에 앉아 나를 바라보는 마루가 있었다. 그 눈빛이 왠지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듯했다. 문을 닫고 현관으로 향하자, 마루가 천천히 따라 나와 길게 기지개를 켰다. 언제나처럼 들고 있는 하네스에 머리를 밀어 넣으며 나갈 준비를 한다.
현관문을 여는 순간, 마루는 쏜살같이 엘리베이터 쪽으로 달려간다. 아침 공기 속에는 차가운 바람이 묻어 있었다. 낮에는 아직 따뜻하지만, 새벽과 아침은 제법 선선하다.마루와 천천히 걸으며 화단을 바라본다. 새로 핀 꽃도 없고, 눈에 띄는 변화도 없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하다. 불안하게 시작된 새벽이 이렇게 잔잔하게 흘러간다. 마루의 발소리와 내 발걸음이 겹치며, 오늘 하루도 그렇게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