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일차] 옛 생각들....

운동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by 천진의 하루

운동은 어느 순간 산책으로 바뀌었다. 제목을 바꿔야 하나 고민했지만 그대로 두기로 했다. 걷는 것도 나에게는 운동의 한 종류라 여겨지기 때문이다. 오늘도 아침 알람은 여전히 부담스러웠다. 힘겹게 일어나 창밖을 보니, 밤사이 비가 내렸는지 안전틀이 촉촉했다.


내가 일어나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들었는지, 마루가 딸의 방에서 나와 기지개를 켰다. 그러나 오늘도 마루와 함께 산책을 나갈 수는 없었다. 운동복을 챙겨 입으며 헬스장에 갈까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비가 오는 것도 아니고, 그냥 혼자 산책을 나서는 게 더 좋을 것 같았다. 슬리퍼를 신고 현관문을 나섰다.


비 온 뒤의 새벽 공기라 그런지 제법 서늘했다. 화단의 풀들은 빗방울을 머금고 있었고, 곳곳에서 풀벌레 소리가 들렸다. 이어폰을 꽂고 유튜브를 들을까 하다가, 아무 생각 없이 걸어보기로 했다. 좌우의 화단을 번갈아 보며 새로운 것이 없는지 살폈다. 크게 달라진 건 없었지만, 피어 있던 꽃들이 조금 더 활짝 핀 듯했다.


오늘 산책에서는 화단 나무 사이에 자리 잡은 거미를 발견했다. 성대한 거미줄 한가운데에 있던 거미는 내가 다가가자, 큰 나무에 걸어 둔 줄을 타고 순식간에 달아났다. 거미줄에는 새벽 빗방울이 이슬처럼 맺혀 있었다. 휴대폰 카메라에 담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다.


예전에 천보산 근처에 살 때, 새벽 산책에서 만났던 아주머니가 있었다. 그분은 휴대폰으로 이슬 맺힌 거미줄을 찍는 법을 배웠다며 사진을 보여주셨다. 나도 그렇게 찍고 싶었지만, 마주치는 기회도 드물고 바쁜 출근길에 여유 있게 연습하기란 쉽지 않았다. 오늘 그 광경을 다시 보니, 언젠가 여유를 갖고 천천히 연습하며 찍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마음이 오래가기를 바랐다. 그러나 몇 번 시도하다 시간을 지체해 산책을 서둘러 마무리해야 했다.


오늘 하루 가장 큰 고민은 차량을 바꿀까 하는 것이었다. 아내와 함께 대리점에서 새 차를 구경한 뒤로 욕망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이 이어졌다. 중고차 경매 앱으로 견적을 받아보고, 직접 방문해 확인도 해봤다. 이미 반쯤은 ‘사야겠다’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그것이 욕심이라는 걸 알면서도 쉽게 뿌리치지 못했다.


욕망은 건드리면 점점 커진다고 한다. 지금의 내가 꼭 그런 모습이었다. 흔들리다가도 현실을 마주하며 마음을 다잡으려 하지만, 아직 여운이 남아 있다. 언젠가는 욕망이 아니라 더 나은 선택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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