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도 집에 와 방들이 만실이다. 이럴 때면 내 침실은 소파가 된다. 일주일에 한두 번은 소파에서 자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잠이 깊지 않다. 어제도 평소보다 늦게 잠들었고, 결국 아침 기상도 늦어졌다. 그래도 운동 알람에 힘을 내 몸을 일으켰다.
어제는 많은 비가 내렸다. 아침에도 빗방울의 흔적이 남아 있어 창밖 인도는 촉촉했다. 이런 날엔 마루와 산책을 나갈 수 없다. 마루는 풀밭을 헤치며 냄새 맡는 걸 좋아해, 산책을 다녀오면 온몸이 젖어 씻겨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비 오는 날이면 주로 헬스장으로 운동을 가곤 했다. 다행히 오늘은 비가 멎고 하늘이 맑았다. 마루와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혼자만의 산책은 가능할 것 같았다.
헬스장 대신 산책을 택했다. 천천히 걸으며 마루와 함께할 땐 놓치던 풍경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길가에 핀 야생화들을 휴대폰에 담았다. 가끔 후드득 여분의 빗방울이 떨어지기도 했지만 걷기에 불편하지 않았다. 집을 나서기 전, 마루가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던 모습이 떠올라 웃음이 나기도 했다.
산책길에서 마주친 할머니가 “오늘은 왜 혼자냐”라고 물으셨다. 나는 “풀들이 젖어서 함께 나오지 못했다”라고 답했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비가 와도 마루와 함께 산책할 수 있겠지만, 출근하는 입장에선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도 혼자 걷는 산책길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 마루가 풀숲을 헤치며 냄새를 맡듯, 나는 꽃들의 사진을 찍으며 세상의 냄새를 맡는 듯했다.
오늘의 산책은 헬스장에서의 30분 운동 못지않게 의미 있었다. 숨 가쁘게 하는 운동이나 바람과 공기를 느끼는 산책이나, 하루를 능동적으로 시작하게 한다는 점에서는 같다. 상쾌한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니 마루가 반갑게 달려와 깡충거리며, 내가 밖에서 묻혀 온 냄새를 맡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