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몸이 좋지 않아 일찍 잠자리에 누웠지만, 쉽게 잠이 들지 않았다. 피곤한 날이면 어찌 된 일인지 몸의 세포들이 나를 가만히 두지 않는다. 간질간질, 욱신욱신—무엇이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온몸이 잠을 방해하는 듯했다. 결국 자정이 넘어서야 겨우 잠들었고, 그마저도 편안한 잠은 아니었다.
아침도 마찬가지였다. 힘겹게 몸을 일으켜 운동 알람을 끄고 한참을 망설였다. 이런 날에는 달콤한 속삭임이 더 크게 들린다. “어제는 몸이 안 좋았으니, 오늘은 조금 더 자도 괜찮아.” 무의식의 그 말에 넘어갈 뻔했지만, 마음을 다잡고 일어나 마루와 산책을 나섰다.
어제와 다름없이 찬바람이 피부를 스쳤지만, 옷을 하나 더 껴입은 덕분에 금세 적응할 수 있었다. 마루는 어제보다 훨씬 밝고 들떠 있었다. 나를 앞장서며 이리저리 리드했고, 곳곳의 흔적을 킁킁거리며 확인한 뒤 자신의 자취를 남겼다. 그렇게 삼십 분의 산책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나갔다.
요즘 나는 『돈키호테』를 읽고 있다. 어린 시절 만화책과 영화로 접했기에 이미 내용을 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책을 펼치니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졌다. 무엇보다 두 권 합쳐 천 페이지가 넘는 책이라는 사실부터 놀라웠다. 이제 첫 번째 권의 3분의 2쯤 읽었는데, 기억 속의 돈키호테와는 사뭇 다른 인물이 그 안에 있다.
풍차를 향해 달려드는 장면만이 전부라고 생각했는데, 그 긴 이야기 속에는 훨씬 더 많은 삶의 풍경이 담겨 있었다. 아직은 왜 그가 그런 망상 속으로 뛰어들었는지, 왜 그렇게 어리석은 선택을 했는지 다 알지 못한다. 하지만 어쩌면 조금 더 읽다 보면 그 이유를 이해하게 될지도 모른다.
가끔은 나도 상상의 세계 속에서 살고 싶을 때가 있다. 어쩌면 돈키호테는 그 상상을 실제로 실행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삶에는 실행하는 사람과 생각만 하는 사람이 있다. 생각만 하는 사람은 결코 실행하는 사람을 이기지 못한다. 나는 그동안 상상만 하는 쪽이었다. 책을 읽으며 ‘왜 나는 변하지 않을까, 왜 여전히 제자리일까’ 하고 낙심했지만, 돌이켜보면 나는 책에서 배운 대로 행동해 본 적이 거의 없었다.
있었다 해도 며칠뿐이었다. 며칠이 지나면 “역시 나는 부족한 사람이야, 운이 없는 사람이야”라며 스스로 단정 지어버렸다. 그런데 이제야 책의 문장이 눈에 들어오고, 그 의미가 귀에 들리기 시작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다.’ 아직은 늦지 않았다고 믿고 싶다. 내가 하겠다고 마음먹었고, 이미 행동하기 시작했으니 시작은 좋은 셈이다. 이 마음을 잊지 말고, 조금씩이라도, 더디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려 한다. 무엇이 되든, 되지 못하든 상관없다. 중요한 건 내가 드디어 ‘가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