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는 치과 문 앞에서 완성된다.

by 천진의 하루

"어느 한순간도 내가 선택하지 않은 순간이 없다.

그러니까 절대로 남 탓하지 말아라.


아침 출근길, 라디오처럼 흘러나오던 김태균 씨의 세바시 강연에서 들은 말이다.
‘자신의 인생에서 최고의 선택’이라는 제목 아래, 그가 한 책에서 읽었다며 소개한 문장이었다. 그 순간, 말 한 줄이 내 가슴에도 콕 박혀버렸다.


우리는 매 순간 선택하며 산다.
눈을 뜰지 말지, 밥을 먹을지 말지,
오늘 일을 미룰지, 아니면 용기 내어 마주할지.
이런 사소한 선택들이 쌓여 하루가 되고, 결국 인생이 된다.

물론 모든 선택이 내 의지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원치 않는 선택을 떠안기도 하고,
내가 한 선택이면서도 남이 말리지 않았다고 탓하기도 한다.
어쩌면 ‘내가 잘못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일이 두려웠던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수를 인정하는 용기는 가까스로 한 걸음 더 성장했음을 알려주는 작은 신호다.


그래서 실패도, 후회도, 모두 나를 만들어온 과정이라 생각하려 한다.

선택은 끝없이 이어진다. 그중에는 잘못 뽑힌 카드도 분명 있고, 그 실수가 어딘가에 쌓여 언젠가 새로운 길을 열어주는 밑거름이 되기도 한다.


나의 하루도 선택으로 시작한다.
눈을 뜰 것인가 말 것인가, 일어날 것인가 조금 더 누워 있을 것인가.
이 단순한 선택조차도 가끔은 너무 크게 느껴지지만 그래도 살아 있는 동안은 결국,
나는 일어나는 쪽을 선택해왔다.


그것만으로도 내게는 작은 자부심이다.

나는 스스로 결정장애가 아닐까 생각해왔다.

그런데 가만히 떠올려보니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아침에 언제 일어나느냐는 결정하지 못해도 일어나 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는 일만큼은 반드시 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 마음 하나면 충분히 나를 움직인다.

그렇게 하루가 열린다.
아침을 먹을지 말지, 출근할지 말지(결국 카드값과 대출금이 대신 결정하지만),
몸을 일으켜 회사로 향한다.


누구나 커피 한 잔 들고 멋진 풍경을 바라보며 느긋한 하루를 시작하길 꿈꾼다.
나 역시 그 꿈의 한가운데 서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현실은 늘 쉬지 않고 등을 떠민다. 잠시 숨을 고르는 틈마저 허락하지 않는 사회 속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선택이라는 파도에 떠밀린다.


책상 위 물건들은 오늘도 같은 자리에 나를 기다린다.
컴퓨터, 도장, 펜, 책상…
늘 말없이 서 있으면서도
“왜 그렇게 급하게만 살아? 괜찮아, 천천히 해.”라고 속삭이는 듯하다.
그런데 나는 그 말을 거의 듣지 못한다. 어쩌면 들을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가끔은 생각한다.
이 무게를 언제쯤 내려놓을 수 있을까.
선택이 어려운 이유는, 아마도 그 무게가 선택의 끝에 따라붙기 때문일 것이다.
잘못 고른 선택 하나가 내 미래를 더 힘들게 만들까 두려워 떨던 날도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조금씩 달라지고 싶다.
무언가에 떠밀려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선택한 길 위에서 천천히 걷는 사람이 되고 싶다. 무엇이 달라질지는 나도 모르지만 오늘 하루의 첫 장면을 스스로 선택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이미 조금 더 행복해졌다.


그리고 오늘,
오랫동안 미뤄왔던 선택 하나를 드디어 했다.
진작 했어야 했는데
괜히 시간을 끌어 스스로를 더 아프게 했다.
선택에도 타이밍이 필요함을, 몸이 먼저 알려주는 하루다.


아… 아프다.
나는 지금 치과로 간다.
무섭지만,
그래도 오늘은 내가 선택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