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의 힘: 생각이 아니라 느낌으로 사는 순간

모든 삶은 흐른다.

by 천진의 하루


새벽에 일어나 아직 걷히지 않은 어둠 속에 스탠드를 켜고 책상에 앉으면 이러저러한 심상들이 머릿속을 흐른다. 쥐 죽은 듯 고요한 새벽 밤사이 많은 일들이 일어났겠지만 아직 전달되지 않은 것들에 대한 궁금증과 앞으로 나아갈 하루의 많은 것들의 두려움이 교차하는 것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에 일일이 답할 수는 없지만 쏟아지는 궁금증은 어쩔 수가 없다.



생각의 힘이 삶에 도움이 된다고 하지만 쓸데없는 고민으로 번지는 경우가 더 많다. 불확실한 미래를 상상하고 설계하면서 오히려 불필요한 두려움을 가득 채우게 되기도 한다. '걱정을 한다고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할 필요가 없겠다.'라는 어느 개그맨의 얘기가 생각이 난다. 정적이 흐르는 고요한 새벽 나는 쓸데없는 고민들 속으로 침잠해 들어가곤 한다.



어느덧 새벽은 나와 가장 친숙한 시간이 되고 있었다. 새벽 기상을 하고 책을 읽고 필사를 하는 일을 하루의 습관으로 만들려는 노력에 결실이 맺히는 듯했다. 매번 작심삼일을 넘지 못했던 게으름쟁이가 드디어 1년이 넘는 시간을 새벽에 일어나 책을 읽고 사색에 젖는 자의적인 하루를 만들어 낸 것이다.



오늘 소개하는 책은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철학자이자 작가인 로랑스 드빌레르의 책 ' 모든 삶은 흐른다'라는 책이다. 인간의 삶과 철학을 바다의 일상에 은유하여 서술한 책이다. 철학 책은 아무리 읽어도 쉽게 알아채지 못하는 것 같다.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직 명확히 확정 지어지지 않았지만 내가 느낀 대로 쓰고자 한다.



흔들리는 새벽과 일상에 처음 만난 구절은 '포기하지 말라'라는 충고였다. 매일 많은 유혹에 시달리며 불안정적인 일상을 마주하며 포기하고 싶었을 때가 많았다. 더 이상 발전이 없는 것 같고 아무 변화도 없는 것 같은 하루가 사람을 지치게 하고 있었다.


삶이라는 바다 한가운데에서 그 어떤 폭풍우가 몰아치더라도
육지에 다다를 때까지는 절대 포기하지 마라.



바다 한가운데를 홀로 표류하고 있는 것 같은 나에게 어떤 상황에도 육지에 다다를 것이니 포기하지 말라는 것 같았다. 우리는 간혹 눈앞에 펼쳐진 망망함에 좌절하고 주저앉아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적어도 한 가지는 존재하곤 한다. 우선 그것부터 차근히 해나가면 되는 것이다.



쏟아지는 많은 변수들을 억지로 막거나 처리하려 무리하지 않아야 한다. 당신이 할 수 있는 만큼의 범위에서 생각하고 가진 역량 범위 내에서 처리하려 해야 한다. 너무 많은 고민에 휩싸이면 결국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하고 고민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게 된다.



나는 생각이 많아지면 잠을 잘 이루지 못하는 성격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 속에서 표류하는 생각들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상황을 바꾸며 머릿속을 맴돌고 결국 밤을 홀딱 새우고 난 후에야 끝이 난다. 하지만 우려했던 상황은 너무도 쉽게 끝나 허무했던 적이 여러 번이었다.


바다는 파도가 오지 않도록 억지로 막거나 무리하지 않는다.
바꿀 수 없는 것을 바꾸려 하지 않는다.
그냥 다가오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저자는 그런 내게 바꿀 수 없는 것을 바꾸려 하지 않는 바다를 통해 가르쳐 주는 것 같았다. 고민하고 방황하기보다 그대로 두고 스쳐가도록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맞서 싸워서 이길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니 상황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스쳐갔던 수많은 고민들이 그랬던 것 같다.



안절부절못하지 못하고 잠을 이루지도 못하며 수없이 고민했지만 해결하지 못한 채 시간이 흘렀고 지금은 그때의 고민이 무엇인지로 기억하지 못한다. 결국 시간은 그 많은 고민과 혼란을 천천히 잠재워 주었고 부지불식간에 해결되고 말았던 것이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습관의 부정확이나 유혹에 빠지는 일, 성장하지 못한다는 고민들도 시간이 해결해 줄 수 있는 일인 것 같다.



멈추지 않고 육지에 다다르기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면 당신이 바라는 것을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꾸준한 복리의 힘을 이길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포기하지 않고 하루하루를 쌓아 나간다면 어떤 태풍에도 흔들리지 않을 튼튼한 섬이 만들어질 것이다.



내가 아는 것이 정답이 아니라는 사실부터 인정하는 법을 배워야 할 것이다.
먼저 모른다고 인정할 줄 알아야 앞으로 더욱 알아갈 수 있다.



다양한 것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다. 대화의 중심에 서서 리드해 가려면 박학다식은 필수적이라 생각하고 잡다한 지식을 폭넓게 채우려 노력했었다. 간혹 도가 지나쳐 모르는 것인데도 아는 체를 시전 하는 못난 일까지 있었다. 나와 만나는 사람들은 뒤에서 수군거리며 손가락질을 했었다. 만물박사 같다고 말이다.


처음에는 듣기가 좋았지만 나중에서야 그 말이 나를 비꼬는 별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잘 모르는 지식조차도 아는 체를 하다 보니 얼마 지나지 않아 무식이 들통나 버리기도 했다. 창피함에 빨갛게 달아오른 두 빰을 연신 비비며 자리를 떠난 적도 있었다. 이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고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모른다라고 분명히 말하기 시작했다.


그 작은 변화가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삶의 방향을 바꾸게 된 지도 모르겠다. 소크라테스가 '자신은 무지하다는 것을 안다.'라는 것으로 아테네 신전의 신탁을 확인했듯이 말이다. 나는 대화의 주도권을 갖기 위해 주제에 대해 충분히 알아야 한다는 말을 오독한 것뿐이었다. 알아야 한다는 부담을 벗자 편해졌고 굳이 아는 체를 할 필요도 없어졌다.


내가 아는 것이 정답이 아니라는 생각은 타인을 이해하는 시작점이 되어 주었다.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서 자신이 옳다는 아집은 결국 상대를 배제하게 만들고 독선에 빠지게 만들기도 한다. 우리가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고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할 때 공존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는 몰려드는 상념 속에서 내가 모르는 것을 버리고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을 비우며 하루하루의 시작을 새벽 속 고요의 힘으로 이겨나가는 중이다. 바다처럼 무엇이든 받아들이고 거부하지 않으며 가진 것에 만족하고 험한 파도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며 한 발 한 발 두드리며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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