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의 시작이 하루의 톤을 바꾼다.

감사하면 달라지는 것들 - 제니스 캐플런

by 천진의 하루

오늘은 제니스 캐플런의 '감사하면 달라지는 것들'이라는 책에 관해 적으려 한다. 이 책은 2019년 책 읽기를 시작하고 독서 모임을 하는 동안 읽었던 책이다. 그 책이 다시 기억에 들어온 것은 그동안 많은 일들이 발생했고 나의 하루를 온전히 감사하지 못하며 살았던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한동안 매일 감사 일기를 적었던 기억이 있다. 인터넷으로 구입한 감사일기 노트는 매일 다섯 개의 감사한 일을 적는 것이었다. 매일 다섯 개의 감사한 일을 찾는 것은 생각보다 쉬울 것이라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처음에는 한 줄도 제대로 생각나지 않아 머리를 싸매야 했다.


막상 감사한 일을 생각하니 막막하고 어떤 것이 감사한 것인지도 제대로 판단이 서지 않았다. 그러다 작가의 말처럼 작은 것에 감사한 일들이 무엇인지를 찾아보게 되었고 내가 살아 있다는 것만도 엄청 감사해야 할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작은 감사한 일들을 찾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 다섯 개를 쉽게 채울 수 있게 되었다.


감사일기를 오래 쓰지는 못했다. 이사를 하며 노트를 어디다 두었는지 찾지 못했고 새 노트를 살 것인지 망설이는 동안 쓰기를 멈췄었다. 새 노트를 사고 다시 쓰는 것도 백일을 넘기지 못하고 그만두었다. 그렇다고 범사에 감사하는 일을 잊은 것은 아니지만 적지 않게 되며 조금씩 잊히게 되었다. 내가 읽은 책에 대한 글을 쓰겠다고 마음을 먹고 읽었던 책의 목록을 ChatGPT에 질문을 하니 서른 권의 목록을 추천해 주었고 이 책이 그중 하나다.


서가에 꽂혀 있는 책을 꺼내어 다시 읽었고 처음 읽는 것처럼 아무 기억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동안 감사를 잊고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씩 책장이 넘어가며 처음 읽었던 당시 들었던 마음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작은 것에 감사함을 갖는 것이 얼마나 삶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지를 배웠던 일들을 기억해 냈다.


인생을 한 번 사는 우리는 현재의 삶을 과거의 삶과 비교할 수 없고 현재의 삶과 비교해 미래의 삶을 완벽하게 만들 수도 없다. (……) 우리는 예고도 없이 주어진 그대로의 삶을 살아야 한다. 마치 리허설을 하지 않고 무대에 오른 배우처럼.’ 나는 내가 선택하지 못한 삶과 아직 경험하지 못한 삶에 대해 어떻게 할 수 없지만, 현재의 삶에 중요성과 의미와 만족감을 줄 선택을 내리기 위해 노력할 수는 있다.



우리는 한 번뿐인 인생을 산다. 삶에는 많은 고민과 역경이 존재하며 그것은 당신의 삶을 흔들리게 만들곤 한다. 내게도 그런 일이 많았다. 해결되지도 않는 고민거리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그것을 해결하겠다고 과거의 잘못된 선택을 곱씹어 다른 선택을 했을 때의 미래를 상상해 보기도 했으며 이어지는 새로운 선택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를 가늠하는 일에 시간을 허비하고는 했다.


저자의 말대로 우리는 대본도 없이 무대에 올라야 하는 주인공이다. 내가 밤새 고민하며 해결책을 찾고자 소비했던 시간은 맞닥뜨린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는 일이 다반사였다. 결국 그때 마주친 순간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함으로써 직면한 현실을 감당해야 했다. 삶은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것과 선택하지 못하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어떤 선택을 했든 그것이 최선이었다는 마음으로 이루어진 것에 감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나는 수많은 선택들이 모여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물질적이든 정신적이든 가진 것들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당신의 오늘은 누군가가 간절히 바라던 내일이다.'라는 말이 있다. 살아 숨 쉴 수 있다는 것만도 감사해야 하는 일이며 선택받은 것이라 생각해야 한다. 그렇게 매일 저녁 내게 다짐을 하듯 감사함을 전하고 잠자리에 든다.


부정적인 리뷰 하나가 상쇄되는 데 긍정적인 리뷰 네 개가 필요하다고,
일부는 다섯 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몇 년 전에 딸아이가 딸꾹질이 멈추지 않아 고생을 한 적이 있었다. 한 달이 넘게 고생을 한 후에야 딸의 병명이 '시신경 척수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딸꾹질은 그 질병에 가장 약한 증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야위어 가던 딸을 위해 딸꾹질을 멈추게 하기 위해 신경을 절단하는 수술을 하려다 그 의사의 권유에 뇌 MRI를 촬영했고 염증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 의사의 권유가 없었다면 더 큰 위험이 딸을 덮쳤을 것이다. 정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 딸이 작년에 재발을 했고, 올해는 아내가 자궁경부암 진단을 받았다. 이어 아들은 전지훈련에서 연습경기를 하다 발목이 돌아갔다는 연락을 해왔다. 우리 가족에게 계속되는 악재가 발생한 것이었다.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해도 부정적인 생각이 솟구쳐 올라왔다. 왜 우리 가족에게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인지 뭘 잘못했기에 내 삶에 고통을 가하는지 신이 밉고 화가 나기도 했다.


범사에 감사하기를 마음먹었던 긍정적인 생각이 멀어지고 부정적인 생각이 가득 차 있던 옛날로 돌아가려는 것 같았다. 부정적인 생각을 저 아래 깊은 곳까지 밀어 넣거나 떨쳐내야 할 것 같았다. 우리 가족에게 발생한 일들에서 긍정적인 것들을 찾으려 노력했다. 딸은 일찍 발견했기에 회복할 수 있었고 아내 또한 조기에 발견해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 아들은 수술 확률이 높은 인대 부위에 문제가 생겼는데 다행스럽게도 수술을 하지 않고 회복할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모두 얼마나 다행스럽고 감사한 일인지 모르겠다. 늦게 발견했거나 심하게 다쳤다면 큰 걱정으로 삶이 흐트러졌을지도 모른다. 함께하는 미래를 얘기할 수 있게 된 것만도 정말 감사한 일인 것이다. 긍정적인 것을 찾으니 조금씩 부정적인 생각들이 멀어져 가기 시작했다. 저자가 인용했던 연구 결과처럼 부정적인 생각을 덮기 위해 나는 더 많은 긍정적인 것을 보기 위해 노력 중이다.


에픽테토스는 인생을 올바르게 사는 데 중요한 점은,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자기 자신과 자신의 반응뿐이라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인간은 일어난 사건 때문이 아니라 그 사건을 바라보는 자신의 시각 때문에 괴로운 것이다’라고 말했다.

안 좋은 일들을 겪으며 생각하는 것들이 생겼다. 지금까지 나는 이미 발생한 일을 곱씹거나 아직 발생하지 않는 일에 대한 걱정을 하느라 밤을 지새웠던 적이 많았다. 하버드 대학 연구 결과에 의하면 우리가 걱정하는 일들의 98%는 해결되지 않는 것들이라고 한다. 우리는 해결할 수 없는 걱정들을 고민하며 붙잡고 놓지를 못하는 것이다.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지금일 뿐이다. 이미 벌어진 일이나 일어나지 않은 일은 어찌할 수가 없다는 것을 알지만 집착하게 된다.


이미 한 선택이 아니라 다른 선택을 했다면 좋았을 텐데 하며 자신의 선택을 원망하고 앞으로는 이런 선택을 해야겠다고 상상하며 아까운 시간을 흘려보내곤 한다. 그런 내게 에픽테토스는 따끔하게 충고한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데로 두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네가 통제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맞닥뜨린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처하는가에 대한 선택은 당신만이 할 수 있는 것이고 부정적인 선택을 하며 그 선택으로 괴로움에 빠져 헤매게 될 것이지만 긍정적인 선택을 하면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해결책을 모색하게 될 것이라 말하는 것 같았다. 이전의 나는 부정적인 선택을 자주 하는 사람이었지만 감사함을 배운 이유로는 긍정적인 선택을 선호하게 되었다.


라인홀드 니버가 쓴 '평온을 비는 기도'가 생각이 났다.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평온,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는 용기, 또 그 둘의 차이를 구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옵소서.'라는 기도처럼 인생을 살면서 많은 부정적인 일들이 밀려들겠지만 내가 바꿀 수 없는 것과 바꿀 수 있는 것을 구별할 수 있는 지혜는 감사함이 아닐까 생각한다. 부정적인 일을 감사함으로 바꿀 때, 긍정적이 되고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이다.


에피쿠로스는 충분할 정도이되 너무 과하지 않게 소유하는 것이 기쁨의 원천이 된다고 믿었다. 그 수준에서 더 원하면 문제가 발생한다고 보았다. 그는 “충분한 것을 너무 적다고 여기는 자에게는 그 무엇도 충분치 않다”라고 말했다.


이 책을 마지막 장을 덮지는 못했다. 저자는 다방면의 상황에서 어떻게 감사를 실천할 수 있는지를 예시와 더불어 제시하고 있다. 그중 요즘에서야 느끼게 되는 것으로 이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욕심은 풍선 같아서 채울수록 더 커져나가고 어느 순간 터져버리게 된다고 말한다. 법정 스님은 비움을 실천하는 삶을 살았다고 한다.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 무소유를 실천하며 간소한 삶을 살았다. 법정 스님의 책을 읽으며 내 안에 깊숙이 자리한 욕심의 크기를 본 적이 있다.


욕심을 버릴 수는 없었다. 더 좋은 것을 갖고 싶고 더 큰 것을 가지고 싶은 마음은 커질 뿐 작아지거나 없어지지 않았다. 욕심을 부릴 때마다 자신이 점점 작아지고 보잘것없어지는 것을 느꼈다. 무엇이 문제인지 파악해 내지 못하고 답답하기만 했을 때, 에피쿠로스는 적절한 해답을 제시해 주는 것 같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충분하다 여기지 않았기에 부족하고 무능하다 자신을 비하했던 것이었다.


이것도 가진 것에 감사하지 못하는 일로 발생하는 것이었다. 나보다 높은 곳에 있는 사람만을 바라보고 쫓아가기 위해 안달했고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해 스스로를 비난하게 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 것이다. 한없이 부풀어 오르는 욕심을 제어할 수 없게 되니 행복할 수도 없었다. 우리 가족에게 힘들고 어려웠던 일들이 발생하고 그만한 것도 다행이며 감사한 일이라는 마음으로 생각을 바꾸니 가진 것은 풍족하지는 않지만 배곯지 않고 따뜻한 집에서 안락을 누릴 수 있다는 것만도 감사한 일이라 깨닫게 되었다.


'과유불급'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너무 과하거나 모자란 것 모두 좋지 못하다는 말인데 그 적당함이라는 가치는 자신이 결정할 수 있는 마음의 가치인 것이다. 지금 가지고 있는 것들에 감사한 마음을 갖는다면 적당함이 되지만 욕심의 풍선에 바람을 넣는 순간 적당함을 잃게 되는 것이다. '범사에 감사하라.'는 성경의 구절처럼 당신의 매 순간에 감사함을 채워야 한다. 당신이 사는 순간이 누군가에게는 간절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것을 깨달으면 하루가 감사해질 것이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나의 하루도 감사함으로 시작해 온종일 따뜻함이 가득해지길 바란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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