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를 마치고 감상평을 적어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많지만 행동으로 옮기는데는 언제나 오래 걸리곤 했다. 이 책의 마지막을 덮으며 지금의 감정을 짧지만 글로 남겨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1권을 읽고 난 후 계속할 것인지를 망설이다 밀리의 서재 검색어에 '돈키호테'를 입력하자 검색된 책이었다. 작가의 전작인 '불편한 편의점'도 재밌게 읽은 경험이 있어 제목이 주는 내용은 무엇일까 궁금해 선택했다.
책의 내용은 깊이 빠져들어 책을 놓을 수 없을 만큼 흥미로웠다. 주인공 솔이가 방송사 PD일을 그만두고 대전으로 내려오며 어린시절 추억이 깃든 '돈키호테 비디오' 가게에서 돈 아저씨의 아들을 만나 아저씨의 행방을 찾기 위해 유튜브를 개설하고 실마리를 쫓아가며 스스로 성장해 나가고 자신이 돈키호테였다는 내면의 자아를 찾는 내용이다. 그 안에 돈 아저씨 삶의 여정은 돈키호테였다 산초로 다시 세르반테스로 변화하며 결국 자신은 평범하고 겁이 많은 사람이었다는 자각을 하기도 한다.
이 책의 모토가 되는 돈키호테는 오래된 고전이며 성경 다음으로 많이 번역되어 읽힌 책이라고 한다. 나는 돈키호테라는 고전을 읽어 본 적이 없었다. 어린시절 만화영화로 제작되어 쓰러질듯한 말을 타고 갑옷을 입은 돈키호테가 늠름한 모습으로 창을 들고 풍차로 돌진하는 모습외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주 무모하고 정신 나간 사람의 행동들을 보면서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도 못했던 것 같다.
그러다 돈키호테라는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밀리의 서재에서 생각없이 읽기를 선택하고 읽어 나갔다. 무슨 생각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끝나지 않는 책을 읽으며 잠시 덮고 총 페이지 숫자를 보는 순간 숨이 탁하고 멎는 것 같았다. 첫 번째 책의 페이지가 900페이지에 가까웠다. 어린시절 잠깐의 만화에서 보았던 내용이 그렇게 길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찌어찌 첫 권의 책을 끝까지 읽어냈고 계속해야 할지 고민할 때 이 책을 만난 것이다. 저자는 돈키호테를 모태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만나는 변곡점들과 인생의 변화를 담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으며 돈 아저씨의 삶에서 나의 삶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젊은 시절 무모하고 용감했으며 불의에 굴하지 않으려 했던 모습이 점차 삶의 풍파에 무너지며 현실과 타협해야 하는 모습으로 바뀌어가는 모양새가 꼭 지금의 나를 보는 듯 했다.
그래도 책 안에서 희망을 볼 수 있었다. 돈 아저씨가 현실에 무너져 안주하지 않고 다시 자신의 꿈을 만들고 그에 맞는 도전을 하는 모습이 나의 의지를 일으키게 해주었다. 책 속의 돈 아저씨가 오십대이듯 나도 오십대라 그런지 동질감도 느껴졌다. 열정을 잃어버렸었고 살아가는 것에 만족하고 싶었던 내 마음 속에 새로운 불씨를 피워내게 해준 것이다.
나는 다시 돈키호테 2권을 선택하기로 했고 읽어낼 것이다. 지금 당장 돈 아저씨와 솔이처럼 나의 길을 찾아내지는 못할지도 모르지만 나 또한 내 여정을 가려고 한다. 솔이가 '돈 아저씨를 찾아서'라는 여정 속에서 자신의 길을 발견했듯이 말이다. 나는 고전문학을 독파하는 여정을 가려고 한다. 책을 읽으며 고민했던 것을 실행에 옮기고 그 안에서 주어질지 모르는 나의 자아를 찾아보려고 한다.
그 첫번째 여정이 돈키호테 독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