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를 시작하며 가장 많이 부딪히는 고민이 있다. 읽고 나면 아무것도 제대로 기억하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집중해서 읽었다고 생각하는데 책 내용에 관하여 얘기를 하려고 하면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며 떠오르는 것이 없다.
고민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책과 관련하여 검색을 하면 잘 정리된 서평이 나오고 그런 사람들과 비교하며 자신을 비하하는 단계에 이르게 되기도 한다. 독서 방법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다시 독서법에 관한 책을 꺼내 읽기도 한다.
독서 목록을 정리하다 보니 독서법에 관한 책을 삼십 권 가까이 되었다. 독서를 시작하면서 고민이 들 때마다 독서법을 탐닉하고 잊어버리기를 반복했던 것 같다. 요즘 읽었던 책들을 다시 꺼내어 읽고 정리를 하며 글을 쓰기도 하는데 여전히 기억하지 못하는 자신을 볼 때마다 답답하다.
칠 년의 시간, 천 권에 가까운 독서, 그리고 독서 기록까지 많은 시도를 했지만 아직도 읽은 것이 내 것으로 바뀌지는 않았다. 그런다고 독서를 포기하지는 않는다. '싹이 났어도 꽃을 피우지 못하거나, 꽃을 피워도 열매를 맺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라는 공자의 말처럼 모두가 잘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받아들이기로 했기 때문이다.
읽은 전부를 기억해야 한다는 것, 깨달아야 한다는 것, 이 모든 것이 빠르게 도달해야 하는 것이라는 마음을 비웠다. 분명 나의 속도가 존재할 것이고 너무 느려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을 책을 읽으며 배우게 되었다.
책을 읽고 기억하기 위한 방법으로 제시되는 기획과 생각 정리의 책들에서 효율적으로 외워야 할 것을 배치하고 연상하며 장기 기억으로 가도록 반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더 많은 방법들도 책에는 있었지만 기억하지 못한다. 기억하려 하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2021년 5월 나의 독서 기록에는 '한 권의 책을 읽으며 생각에 빠지곤 한다. 나는 여기서 무엇을 얻으려 책을 읽었는가? 세상을 얻거나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 원대한 목표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의 삶의 방향을 정하고 전진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있다. 그 방향에 어떤 것들이 기다리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앞으로 나가기를 소망한다. 책을 읽고 그것에 관하여 생각하지 않는 것이 나의 책 읽기 문제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얻는 것이 없는 걸까? 매번 이 고민을 하는 것 같은데 나가지를 못하는 것 같다.
더 나아지지 못하는 데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이다. 나아갈 것인가 멈춰 설 것인가를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도 자신이듯 생각의 속도를 갖는 것도 자신이다. 내가 읽어낸 것에 관해 생각을 정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 것 나의 성장을 막고 있던 나의 나태함을 넘어서야 한다. 한 발자국 내 딛기 위해 잠시 멈추어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결정을 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생각이 필요하다. 잘못된 결정보다 결정하지 못하는 것이 더 나쁘다는 말을 명심하자. 생각해야 나아갈 수 있다.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고 파스칼은 말했다. 인간은 누구나 흔들린다 그 속에서 생각하고 흔들리는 것을 바로잡을 수 있는 것이다."라고 기록해 두었다.
기억하지 못하고 내 것을 만들지 못하는 상태가 자신에게 있음을 분명히 알아챘지만 실천하지 못해 지금도 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무려 4년이 지났는데 성장하지 못했다는 것은 잘못된 방법을 선택했거나 능력이 부족하거나 일 것이다. '일이관지'라는 말이 있는데 '하나로 모든 것을 꿰뚫는다.'라는 말이다.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자격증 시험공부를 하다 계속해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아무리 책을 읽고 시간을 들여도 시험을 보면 매번 그 문제를 틀렸다. 포기할 수는 없는 부분이라 걱정이 되었다. 포기할까 생각하다 몇 번 더 읽기를 선택했는데 어느 순간 이해가 되고 문제를 틀리지 않게 되었다. 이후 시험에서도 그 문제를 맞히며 합격을 했다.
지금은 읽었던 책들이 내 것이 되지 않고 있지만 계속하는 한 언젠가 이치를 꿰뚫어 보는 시점이 올 것이라 믿는다. 그것을 위해 독서를 멈추지 않고 있다. 외워야 되는 것들이 있는 반면 이해해야 내 것이 되는 것들도 있다. 삶의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가는 길이 정답임을 믿지 않으면 불안에서 벗어날 수가 없게 된다.
많은 저자들이 읽은 것을 내 것으로 만드는 방법으로 '읽고, 쓰고, 말하기'를 제안한다. 거기에 하나를 덧붙이면 '행동하기'가 있을 것이다. 기록 학자인 김익환 교수는 자신의 저서 '거인의 노트'에서 "어떤 순간에도 반드시 생각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자기식으로 받아들이고 기록한 다음, 필요할 때 다시 끄집어내는 반복 과정이 필요하다. 생각과 자기화 그리고 기록, 이 세 가지가 서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면서 나선형 성장을 이루게 해 줄 것이다.라고 썼다.
읽은 것을 자기식으로 생각하고 이해해 기록한 후 그 생각을 표현하며 다듬어 가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지금까지 놓치고 있었던 일들이었다. 그동안의 독서기록을 살펴보면 책에 대한 생각과 이해를 기록한 부분은 보이지 않는다. 읽으며 눈에 들어왔던 문장의 기록은 풍부하지만 내 생각을 기록한 부분이 없는 것이다.
이후 책을 읽으면 생각을 기록하는 습관을 들이려 하지만 쉽지는 않다. 왜 저자는 책 속에 자신의 생각을 이렇게 표현했는지를 고민하고 내 생각을 덧붙이는 작업이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생각을 덧붙인다는 것은 무모한 일이기 때문이다.
나에게 좋은 책일수록 지저분하다. 나의 생각이 빼곡히 적혀있기 때문이다. 밑줄 치고 생각을 기록하고 본문을 접어놓기도 하고 포스트잇을 붙이기도 한다. 책을 읽는 이유는 생각을 하기 위해서다. 생각하는 ‘상태’를 만들기 위해서 독서를 하는 것이다. 책을 읽는 행위 그 자체에 목적을 두지 말자. 책을 읽어서 생각을 하는 상태를 만드는 것, 그것에 집중하자.
복주환<생각 정리 스킬>
복주환 작가는 '생각 정리 스킬'이란 책에 위와 같이 적었다. 밑줄 긋기는 잘하는데 생각 쓰기는 서툰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두 저자의 방법을 해보지 않은 것은 아닌데 계속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실천 행동의 문제로 귀결되는 것이다.
읽은 것을 내 것으로 만드는 방법을 제시하는 저자들이 많이 있지만 그 방법이 옳은지 그른지는 알 수가 없다. 읽고, 쓰고, 말하고의 방법이 잘못된 것은 아니며 모두가 필요한 것인지도 정확하지는 않다. 하지만 모든 것의 결론에는 나의 행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성공하는 사람, 성장하는 사람, 부자가 되는 사람 등 앞서가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자신을 믿고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수많은 자기 계발서에서 말하지 않는 비결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자신의 선택을 믿고 꾸준히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읽은 것이 내 것이 되는 순간은 '자신을 믿고 행동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