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듯이 책만 읽었던 것 같다.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고 일 년에 최대 백오십 권을 읽은 해도 있었다. 많이 읽어야 지식이 늘고 지혜가 쌓인다고 생각했고 성장하고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했다. 2019년 시작한 독서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지만 그다지 큰 변화는 생기지 않았다.
경제적으로 더 나아지지도 않았고 지식이 머릿속에 가득 차지도 않았다. 말을 줄여야 한다고 읽었던 말하기 책들의 내용은 하나도 기억을 못 하고 지금도 많은 말을 쏟아내며 낄끼빠빠의 TPO를 실천하지 못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TMI를 남발하고 장황한 말에 상대의 지적을 받는 것도 여전하다. 올바른 습관을 갖겠다고 시작한 새벽 기상과 운동도 습관으로 안착하지 못했다.
모두가 나의 부족함일 것이란 생각에 자존감은 하락했다. 읽은 것만큼 성장하지 못했다는 마음은 조급함과 불안을 키웠다. 의지는 흔들렸고 커지는 의심은 포기를 종용하기에 이르렀다. 이대로 포기하고 목적 없는 삶으로 돌아가는 게 맞는 것 같았다. 성장과 성공이 나의 생에 주어진 것이 아니라면 굳이 애쓰며 살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동안 멈추었던 글쓰기를 다시 시작하기로 했던 것이 그때쯤이었던 것 같다. 처음 책을 읽기 시작하며 글을 써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며 저자들처럼 멋진 글을 나도 쓸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었다. 그 정도의 능력은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글재주가 없다는 것을 깨닫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휴대폰의 메모장을 열면 한 글자도 써지지 않는 날이 계속됐고 그나마 써낸 글에는 기교와 가면 쓴 모습이 가득했다.
목표 달성에 여러 번 실패하고 부족함을 깨닫게 되며, 독자에게 어떤 말을 전할 수 있고 그런 자격이 있는지를 생각했다. 이미 바닥 밑으로 떨어진 자존감은 그런 자격이 없다고 말하고 있었다. 이후 글쓰기를 멈췄다. 자격을 갖추는 게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고 전문대 학력을 학사로 만들기 위해 사이버 대학에 입학을 하고 공부를 했다. 부족하다고 생각한 것을 하나씩 채워 간 것이다.
포기하지 않고 책을 읽었고 그런 노력이 가상했는지 조금씩 인사이트가 쌓여 간 듯하다. 책 속의 저자들은 처음부터 잘난 사람은 없으며 자격을 갖추어야 조언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말했다. 행동해야만 말할 자격이 있는 것이 아니라 말하며 행동을 쌓아 나갈 수도 있는 것이다. '성공해서 책을 쓰는 것이 아니라 책을 써야 성공한다.'라는 김태광 작가의 책 제목에서 위안이 됐다.
다시 글을 쓸 수 있게 되었고 자신을 똑바로 볼 수 있으며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동안 글쓰기에 관한 책을 서른 권 가까이 읽었던 것 같다. 나는 그 책들에서 얻은 것이 무엇이고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했는데 생각나는 것이 없었다. 책을 읽기만 하고 실천하며 글을 쓴 적이 없었던 것이다. 그 책들을 다시 꺼내어 읽는 중이다.
세상이 좋아져 읽은 책들의 요약이나 비교를 챗 GPT에게 물으면 잘 정리해 준다.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글이 늘지 않는 이유와 바꿔야 할 것은 어떤 것인지를 알고 싶어 질문을 던졌다. 이번 글에서 글쓰기 책 한 권을 소개하려 하다 노선을 바꾼 것이다. 그동안 읽었던 스물여섯 권의 글쓰기 책들의 공통점과 나의 글에서 채워야 할 것들을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내가 읽은 글쓰기 책의 공통점과 방법론에 대해 챗 GPT는 네 개의 공통점과 일곱 개의 방법론을 제시해 주었다.
글쓰기 책의 공통점
○ 글은 재능이 아니라 습관이다.
○ 생각이 정리되어야 글이 정리된다.
○ 일상이 최고의 소재다.
○ 독자를 의식하라.
글쓰기 방법론 일곱 가지
1. 하루 한 문장 기록하기
2. 사건 -생각-의미 구조 만들기
3. 주장 1개만 세워라
4. 문장은 짧게 끊어라.
5. 좋은 문장 50개 모아라.
6. 자기 고백은 구체적으로
7. 마무리는 '여운'으로
참 좋은 세상인 것 같다. 책을 읽으며 깨닫지 못한 점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를 해준 것이다. 가끔 써 두었던 글을 던지면 깔끔하게 퇴고를 해줄 때면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얻어야 할 인사이트까지 제시해 주는 것을 보니 외우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닌가 싶었다. 책을 기억하려면 어렵게 읽어야 한다고 했는데 점점 쉬워지는 프로그램 속에서 게으름은 그것에 의존하게 만드는 것 같다.
글쓰기 책의 공통점이라 말하는 재능이 아니라 습관이라는 말을 믿어 보려고 한다. 매일 조금이라도 글을 쓰고 자신을 키워가는 행동을 시도함으로 성장한다고 믿으려 한다. 공자의 말처럼 싹이 나도 꽃을 피우지 못하거나 꽃을 피워도 열매를 맺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데 그럼 어떤가 그 마지막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했다면 감사하고 떳떳한 삶을 살았다 말할 수 있다. 그것이면 족하다.
지식을 쌓기 위해 시작한 독서가 어느새 짧은 문장이라도 기록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삶을 살게 해 준 것 같다. 욕심으로 시작했지만 점점 비움을 배우게 되었고 버려야 채울 수 있다는 성인들의 가르침을 깨달으며 흩어지고 뭉쳐지지 않던 생각을 글로 쓸 수 있도록 더 많은 시도를 할 것이다.
그동안 읽었던 글쓰기에 관한 책들 - 참 많이도 읽었다.
글은 많이 좋아진 것 같지 않는데 말이다. 나아진 건 제법 긴 글을 써내고 있다는 것이다. 더 좋아질 것이라 믿으며 계속 쓰기를 망설이지 않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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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번 써 봅시다.
뼈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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