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순.
엄마의 일흔 번째 생신.
난 올해 엄마 칠순인 것도 몰랐었다.
지금도 친하게 지내는 대학 동기들 어머니들도 신기하게 1955년 생 이신대 동기들이 칠순이라고 해서 알았다.
해외여행을 같이 간다, 사람들 잔뜩 모아 잔치를 한다 등 계획이 뻑적지근하다.
남들도 하니 나도 구색은 맞춰야겠다 싶어 평소에는 같이 외식도 안 가면서 여행을 가자고 졸랐다.
당연히 씨알도 안 먹힌다.
올해 엄마의 어릴 적 친구가 경주에 간다 소식을 들으시고 한번 가보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치신 적이 있다.
그것이 생각나서 이야기했는데 이제는 됐다고 한다.
여행은 텄다. 완고하시다.
사실 나도 엄마와 함께 여행을 갈 엄두가 안 났는데 잘됐다 싶다.(나쁜 나)
우리는 친척이 한 명도 없고, 엄마의 친구도 많지가 않아 동네잔치도 할 상황도 아니다.
그나마 가족끼리 외식이나 하려고 드시고 싶은 걸 묻는데 극구 사양하신다.
화가 났다.
조급했다.
이제 엄마랑 얼굴 보고 밖에서 밥 먹을 날이 많이 않을 것 같아 외식하고 싶은데 기회를 주지 않는다.
엄마 좋은 것 해야지 나 마음 편하자고 강요하면 안 되지..
마음을 다스린다.
엄마가 나와 함께 하고 싶다고 보내는 사인들을 무시했던 결과다.
손 내밀 때 잡지 않으면 닫혀 버린다.
지금 알고 있는 것을 20년 전 알았으면 어땠을까.
내가 클 때까지 엄마가 나를 기다려줬고,
이제 크니 친구들이랑 노느라 엄마를 기다리게 했고,
내가 준비가 되니
엄마는 늙어버렸다.
쑥스럽지만 오래간만에 엄마에게 편지를 쓴다.
어릴 때처럼.
그때 편지를 받고 좋아하던 엄마의 모습을 다시 보고 싶다.
엄마 생일 축하해요.
무탈하게 잔잔하게 끝까지 함께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