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써야지..’ 머릿속으로 구상만 하고 미루고 미루다 이제 내가 뭘 쓰려고 했는지도 가물가물 하다. 다 날아가버리기 전에 끄적여 본다.
동영상을 진득허니 보는 스타일은 아니라 드라마를 잘 보지는 않지만 가끔 심심할 때는 숏츠를 본다. 어느 날 숏츠를 넘기다 보니 정년이라는 드라마가 내가 좋아하는 요소(성장, 한복, 국악 등등..)를 많이 갖춰서 눈여겨보게 되었다.
소리 천재 정년이가 대사 한마디 정도밖에 없는 단역을 맡았는데 오버해서 된통 혼나는 에피소드다. 드라마는 등장인물들이 정년이가 뭘 잘못했는지 아주 친절하게 가르쳐주기 때문에 시청자는 정년이 왜 저러냐 재미로 보고 넘어가겠지만 나는 그 에피소드를 보며 낯부끄러웠다.
한 8년 전인가.. 내가 성당에서 청년 성가대를 하던 때였다. 성가대 인원도 몇 명 없을뿐더러 내가 노래를 어느 정도는 한다고 자만하던 때라 나 혼자 소리를 더 크게 내어 성가를 불렀었다. 나보다 한참 어렸던 우리 지휘자의 표정이 어두 었었는데 힘든가 보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이후 성가대는 여러 사정으로 흐지부지 소멸했고 어떻게 활동했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았다.
근데 정년이를 보고 지휘자의 굳은 표정의 이유를 이제야 알게 됐다. 합창은 조화인데 큰 소리 내겠다고 목청껏 소리 내던 나를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던 것 같다. 이제야 그 이유를 깨닫고 부끄러움에 이불을 팡팡 찼다.
합창만이 아니다.
직장생활에서도 조화는 필요하다.
지금 직장 입사 초기에 다른 직원들이 도와주지 않았다. 입사동기랑 둘이 이를 악물고 도움 요청하지 말고 우리 둘이 잘 해내자 했다. 일은 6명 합친 것보다 굉장히 잘 해냈지만 적응은 힘들었다. 그때는 팀장처럼 일하는 간사가 능력자라고 생각했다. 나도 나이를 들고 겪어보니 각자의 역할이 있는데 그때의 우리가 너무 오버했다는 걸 깨달았다.내 역할에 충실한 것. 옆 사람과 맞추는 것. 조화가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