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이게 당연하니까 하는 거죠.

#제주도에서 한 생각 #4

by 꽃부리

[중문, 마노 커피하우스]

세계 3대 커피라는 예멘 모카 마타리 1잔을 시킨 나는 자리를 잡았다.

숙소 주변 카페 사장님이 적극 추천한 장소였지만 기대와 달리 다른 일반 카페와 비슷한 것에 다소 아쉬움을 느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테이스팅 용으로 총 3잔의 커피를 가져오신 사장님이 '설명을 해 드려도 괜찮으신가요?'라고 정중히 말씀을 건네주셨다.

원두 산지 설명 정도를 예상한 나는 기꺼이 설명을 요청했다.


시음용 (코나커피) / 본테이스팅 (예멘 모카마타리)


"이 아이스커피에 담긴 얼음은 15g입니다. PH는 7.5이고, 농도를 맞추기 위해 6조각을 담았습니다. 그리고 이 거품은 질소로 만든 게 아닌 저희가 직접...."

"같은 온도라도 로스팅 시간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수율을 맞추기 위해....."


수율?, 질소?, 농도?, PH????

예상치 못한 '커피의 과학'에 잠깐이나마 정신이 혼미해졌지만 어디서도 듣지 못한 커피의 메커니즘에 대한 설명은 상당히 흥미로웠다.

중간중간 모르는 내용에 대해 질문을 했고, 사장님은 이런 일에 익숙한 듯 불편한 기색 없이 커피 과학에 대한 메커니즘을 설명해 주셨다.


그렇게 20분여,

커피에 대한 의문이 거의 식을 때쯤, 내가 질문했다.

"어휴 사람들이 올 때마다 커피 이야기하실 텐데 피곤하시겠어요."


일말의 망설임 없이 사장님이 답하셨다.

"아니오. 이게 당연하니까 하는 거죠.

사실 큰 기업들은 커피를 파는 것에만 중점을 두지, 어떤 원두인지 어떤 로스팅인지 알려주지 않아요. 그들이 파는 검은색, 캐러멜 향 그런 보편이 정말 올바른 것일까요?. 아니오. 그건 그저 오래 보관하고 판매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돼지고기나 소고기도 원산지를 따지는데 당연히 커피도 알고 먹어야죠. 그래야 더 많은걸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커피를 알려드리는 것이 피곤한 게 아니라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마노 커피하우스 정문

말씀을 들은 후, 머릿속에 남는 잔상은 오직 하나였다.

'자신의 업에 대한 태도'


생각은 스쳐 지나가지만 태도는 행동과 생각이 모두가 일치하는 총체적 행동 경향이다. 때문에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며, 수많은 반복 끝에 만들어진다.

그리고 이걸 '당연하다'라고 담담히 말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누군가에겐 별것 아니라는 '당연함'의 단어의 무게를 나는 일을 하는 동안 알게 되었다. 설득을 시키거나 이해를 시켜야 하는 일이 있으면, 매일 스트레스를 받으며 문장, PPT의 단어 하나하나를 다듬었다. 그 내용이 누가 봐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빈틈 하나 없이 딱 맞아야 했다.

그렇게 그 수많은 반복을 통해 만들어진 것만이, 사람을 설득시키고 이해될 수 있었다.


태도가 수많은 노력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라면

당연한 태도는 수많은 당연스러움의 첨탑 끝에서 만들어진 것이리라. 그리고 그 당연스러움은 당연하지 않은 노력으로 채워져 있을 것이며, 우리는 그 당연하지 않은 노력을 하는 사람을 '장인'이라 부른다.


커피를 마신 후 바라본 주변

커피에 대해 무지렁이인 나는, 커피의 향과 과학은 모두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사장님도 내가 모든 것을 이해하지 못하리란 걸 알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에게 친절하게 커피에 대해 알려준 이유는

내가 커피를 만나는 모든 순간을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배려가 아니었을까?


그러니 앞으로 나에게 찾아올 커피를

기꺼운 마음으로 즐겨보자.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만큼 너를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