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와일드랜드 Aug 30. 2016

#30. 성게알/전복을 맘대로 건져먹는 캠핑, 멘도시노

꾸는 꿈이 아닌, 이루는 꿈!



성게알, 전복, 게를 배터지게 건져 먹는다고? 그런 천국이 있단 말야?






1. 멀고 먼, 가는 길


멘도시노 (Mendocino) 는 캘리포니아 북쪽에 위치한 휴양지이다. LA 에서 차로 무려 편도 10시간이나 걸리기 때문에 (비행편도 매우 어렵다.) 그동안 벼르고 벼르다가, 이번에 큰 맘 먹고 모든 일을 다 제치고 다녀왔다. 여긴 다이빙의 천국이며 동시에 어마어마한 해산물을 직접 잡아서 먹을 수 있는 환상의 여행지이기 때문에, 혼자 가는건 별로 의미가 없고, 반드시 다이버들 사이에 낑겨가야하는 관계로다가, 오는 기회를 잘 잡아야 한다. 1명의 숙련된 다이버와 2명의 보조다이버가 초대한 자리인만큼 만사 제치고 갔다옴.



가는 길은 순탄치 않다. 일단 4명이서 차 한대로 5-6시간을 운전해서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한 뒤, 나는 마침 출장이 있어서 일을 좀 보고, 새벽 1시에 혼자 차를 몰고 3시간을 북쪽으로 더 운전해서 도착했는데, 젠장 맵이 엉뚱한데로 인도한거 같다. 불빛 하나 없는 곳에서 목적지에 도착했댄다. 여긴 핸드폰도 안 터진다. 구글맵도 안된다. 여기는 어디고, 나는 누군지.. 근데 하늘에서 별이 마구 쏟아진다!!!!



겨우, 핸드폰 통화만 간신히 되는 장소를 찾아서 통화를 하고 30분을 더 달려서 새벽 5시에 도착, 그대로 뻗는다. 내가 여기 왜 왔지…






2. 천국에서의 아침


아침에 일어났는데, 와~ 통나무집에서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데, 완전 신세계가 내눈에 펼쳐진다. 바다는 파랗고, 하늘도 파랗고, 바위와 조그만 섬들, 이건 그냥 대충 찍어도 화보가 나오는 풍경이다. 역시, 캘리포니아는 북쪽이 더 아름답다. (물론, 남쪽도 매우 아름답다~)



이미 다이버들은 아침 일찍 다이빙을 하러 갔단다. 어제 먼저와서 잡아놓은 전복내장으로 끓인 다시마국 (오우~ 국물이~) 을 원샷하고 다이빙 포인트로 다이버들 마중을 간다.



마침 다이버들이 조업(?)을 마치고 나오는데, 이런 젠장 전복이 여자 머리통 만하다. 성게는 어린애 머리통 만하다. 머 이런게 다 있지? 커도 너~~~~무 커서, 이거 너무 커서 오히려 맛 없는거 아니야? 라는 우려에, 아니란다. 고급 스시집에서 맛보는 바로 그 전복맛 우니맛이란다. (일행 중 한명이 쓰시 쉐프)



이걸 어떻게 3마리나 잡았냐고 물어보니, 전복은 다시마를 먹고 살기 때문에 다시마밭 물 밑으로 가면 쉽게 찾을 수 있다고. 저 앞 다시마 밭에 이렇게 큰 전복이 수천개는 있을거란다. 허걱~~







3. 미국사람들이 자연을 즐기는 방법


아니 어떻게 이렇게 큰 전복이 이렇게 많이 깔려 있는 걸까? 전복은 1인치 커지는데 1년 이상이 걸린다고 한다. 즉, 이렇게 큰 전복이 되려면 적어도 십년이상이 걸린다는 거다. (우리가 잡은 전복이 8-9인치, 20-25cm) 결국 사람이 관리하지 않으면 이런 전복이 이렇게 쌓여있을 수가 없다.



이 곳은 매우매우매우 엄격하게 해산물을 관리하고 있다. 전복을 따려면 다이빙 라이센스가 있어야 하고, 미리 수개월전에 예약을 해야하며, (하루에 다이빙 가능한 인원에 제한을 둔다.) 일정 정도의 돈을 내고 다시 현장 허가증을 사야 한다. (비싸지는 않다.) 그리고, 이 모든 조건이 성립되는 1인당 하루에 3개만 따올 수 있으며, 1년에 18개까지만 딸 수 있다. (물론 공짜다!)


그럼, 보통 한국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한다. 이거 팔면 돈 되겠는데? 아니 뭐, 몰래 해변으로 밀어놓고, 일행이 줏어가면 되는거 아닌가, 또는 숨겨서 나오면 되는거 아닌가? 아니다.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도 무조건 걸리는 시스템으로 완벽감시가 이루어져있다고 한다. (일단, 주요 포인트에 배가 떠있고, 원격에서 망원경으로 감시하는 사람도 여럿 있다고 함. 낮에는 물론 밤에도 철통경비..) 한국 사람들이 정말 별의별 수단을 동원해서 빼갈려다가 어마어마한 벌금을 맞은 일화가 한둘이 아니라고 한다. (죄질에 따라 다르지만 제일 싼 기본 벌금이 2백만원부터 시작한다. 것다가 벌금을 내러 반드시 이곳으로 다시 와야한다. 온라인으로 안 받는다.) 이 부분에서 좀 창피하기도 했다. 안봐도 훤한 한국사람들의 유난이 여기서도 많이 발휘됬을게 눈에 선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성게는 조금 제한폭이 넓다. 1인당 하루에 35개를 줏어갈 수 있다.







4. 만찬


자 어쨌든, 우리 쿼터인 대형 전복 3마리는 잡았고, (보조다이버는 전복을 못딴다.) 아쉽게도 성게는 10마리 밖에 (?) 잡지 못했다. 파도가 너무 쳐서 성게를 잡기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좀 많이 아쉬웠다. 난 사실 전복보다 우니를 훨~~~~씬 더 좋아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온 첫번째 이유가, 우니를 숟가락으로 배터지게 퍼먹고, 남는 걸로 우니스시, 우니파스타, 우니타코, 우니샌드위치, 우니비빔밥을 만들어 먹는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숙소로 돌아와서 전복을 손질하는데, 이거 뭐, 진짜 커도 너~~~ 무 크다. 일단, 급한대로 한개를 잘라서 전복회를 먹는데, 우리 일행 8명이 먹고도 남는다..



그리고 성게를 개봉하는데, 성게 한마리에서 나온 성게알이 큰 밥그릇을 1/3 채운다. 대박.



성게알 사진을 보면 돌기가 너무 커서 좀 이상하게 보이는데, 이건 성게가 너무 커서 그런거다. 맛은 서울에 있는 최고급 일식집에서 먹는 우니보다 나으면 나았지 못하지 않다. (금방 자연에서 건져올린 이 신선함을 어떻게 따라올 것인가!)


메뉴는 다음과 같다. 전복회, 데친 다시마, 전복죽, 전복 파스타, 성게알 회 (그렇다 숫가락으로 퍼 먹었다!), 우니쓰시, 성게알 타코, 성게알 파스타, 김치 그리고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한 양념삼겹살과 소시지. 우려와는 달리 전복이 너무 부드럽고 고소해서 오랜만에 소주를 한잔했다. 입에서 녹는다는 게 가장 정확한 표현이 되겠다. 일행 중에 요리사가 둘이나 있다. 이거 뭐~~







5. 게잡이


밥먹고 이제 게를 잡으러 간다. 게는 야행성이라 밤에 잡아야 한다. 게는 전복이나 성게와 달리, 다이빙 라이센스도 필요없고, 물에 들어갈 필요도 없고, 그물로 잡는다. 오케이, 이건 나도 할 수 있는 거구나.


게잡이 전용 그물 안쪽에 쌩 닭고기를 몇 개 넣고 그냥 물에 넣어 두면 게들이 들어와서 갇히는 구조다. 아니 이거 뭐 깊은 물도 아니고 물가에서 조그만 망 하나 슬쩍 던져놓고 이래서 몇마리나 잡히겠어? 새끼만 몇개 잡히는거 아녀?


근데, 이거참, 십분 뒤에 그물을 올리는데 내 머리통 만한 게 (던저네스 크랩, 샌프란시스코/리단도비치/싱가폴등의 고급 음식점에 나오는 몸통도 크고 팔다리도 짧고 굵어서 살이 많이 들어있는 진짜 맛있는 게) 가 10마리가 가득차 있다. 뭐 이런 신세계가 있나.


근데 옆의 다른 미국애들이랑 문제가 좀 생겨서 어쩔 수없이 우린 잡은 게를 버리고 다른데로 가야하는 상황. (상세한 내용은 너무 길어서 생략) 나는 너무 피곤해서 그러고 바로 들어가서 잤지만, 담날 얘기를 들어보니,


아까처럼 게가 잘 잡히는 포인트를 못 찾고, (그 자리가 완전 명당자리였..) 여기저기 헤메다가 겨우 한군데서 다시 약 10마리를 잡았는데, 사이즈가 확실하지 않아서 (일정 사이즈 이하는 놔줘야 하며, 걸리면 역시 엄청난 벌금) 혹시 모를 단속에 대비해서 옆에 있는 빈 트럭의 적재함에 살짝 올려놨는데, 어느샌가 그 차가 게싣고 도망갔다는… ㅡㅡ;;; 잡은거 중에 털게도 있었다는데 ㅜㅜ


결국, 게 20마리를 잡고도 사진도 없고, 먹지도 못했다. 이런 젠장 내가 게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6. 돌아오는 길


또 다시 아침으로 전복죽, 전복회, 데친 다시마, 성게알 회, 전복 미역국으로 어마하게 먹고, (다음날 아침에도 조업.)



돌아오는 길은 캘리포니아의 황금같은 해안도로인 ‘1번 국도’ (PCH) 를 타고 샌프란시스코까지 내려온다. 원래 LA 부터 샌프란시스코까지 가는 1번 국도도 유명한 드라이브 코스인데, 여긴 또 조금 다른 느낌의, 그냥 카메라 들이대면 화보인 곳이다. 간만에 사진 원없이 찍었다.







7. 예산


차 2대로 8명이 직접 운전해서 다녀오고, 대부분의 식재료를 직접 잡아다 먹었기 때문에 들어간 비용은 1인당 150불 (17만원). 이걸로 2박 3일간 전망 죽여주는 통나무집 빌리고, 고급 음식점에서나 볼 수 있는 해산물을 배터지게 먹고, 신나게 놀고 마시고, 차에 기름 넣고, 사진 원없이 찍고 왔다. 뭐 이런 뿌듯한 여행이 다 있나?










두둥!! 드디어 브런치 1면에 제 글이 올랐네요~ 가문의 영광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29. 다른 행성으로의 캠핑 - 하바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