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만 한 스마트폰과 귀에 쏙 들어가는 블루투스 이어폰만 있으면 세상의 모든 음악은 다 찾아 듣는 현재에 옛날에 음악을 듣는 것은 의식을 지내는 것과 같은 번거로움이 있었습니다.
현대의 기술들은 음악을 듣기 위해 발전해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나기도 합니다.
이렇게 음악을 가까이하고 싶어 하는 건 인간의 본능에 가까운 행동일지도 모릅니다.
옛날 사람들에게도 돌아다니면서 음악을 듣고 싶다는 욕망은 있었습니다.
라디오를 거처 축음기 시대 LP와 함께 녹음된 음악을 마음대로 들을 수 있게 되자 사람들은 어디서든 음악을 듣기 위해 야외전축이라고 불리는 가방 형태의 들고 다니는 턴테이블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야외전축과 LP를 같이 가지고 다녀야 하니 물리적으로 공간을 많이 잡아먹는다는 불편함은 카세트테이프의 등장이 구세주와 같았겠죠.
1966년 Philips 사는 최초의 붐박스를 발매했습니다. Norelco 22 RR482라고 불리는 이 모델은 대형 건전지를 넣어서 밖에서도 틀 수 있고 라디오와 함께 카세트테이프의 플레이가 가능했으며 내부적으로 라디오 소리를 카세트에 녹음도 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유럽에서 시작한 붐박스의 역사는 1970년대가 되어 안타깝게도 일본에서 진짜 붐이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도시바, 소니, 파나소닉, 히타치 등 일본의 유명 전자제품 회사들이 모두 붐박스 제조에 뛰어든 것입니다.
그렇게 나온 붐박스들 중 소니의 CF-580이 있습니다.
CF-580은 1976년도에 발매되었고 초기 가격은 400달러 한국돈으로 39만 원 정도였다는데 그 당시 39만 원 돈이면 지금 환산으로도 400만 원가량은 될 것입니다.
외관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상단의 조작부와 아래의 몸통이 확실하게 재질부터 분리되어 있습니다. 조작부는 금속으로 매끈하면서도 단단한 느낌이 좋습니다. 옛 물건답게 대부분의 컨트롤러가 다이얼, 노브 방식과 스위치로 되어있습니다.
펑션이라 되어있는 다이얼 컨트롤러는 CF-580의 다재다능함을 보여줍니다. Tape , Line in, FM, AM, Phones 모드들을 지원하는데 다이얼로 해당 모드로 돌리면 딱하고 맞는 손맛이 있습니다.
펑션 다이얼 아래에는 주황색 버튼은 라이트 버튼으로 누르고 있는 동안 중앙 라디오 튜너 베젤에 빛이 들어옵니다. 옛 붐박스에는 이렇게 라디오 튜너를 보기 위한 라이트 버튼이 하나씩은 있는 편입니다.
그리고 우측에는 테이프 셀렉트 스위치가 있는데 노멀, 페로크롬, 크롬까지만 지원합니다.
70년대에 출시된 전자제품이라 하니 별 기능 없을 거 같지만 있을 건 다 있습니다. 베이스, 트레블 조절도 있고 스테레오, 모노 변환도 되죠. AFS라 부르는 라디오 수신 자동 조정 기능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온오프 스위치와 카세트 조작 버튼에 포인트로 들어갈 칼라가 취향 저격 입니다만 제가 구한 기기는 많이 벗겨 졌네요.
제 머리는 저렇게 되지 않도록 소중히 해야겠습니다.
좌측에는 라디오 튜닝 다이얼과 밸런스 슬라이드가 있습니다. 스피커의 볼륨을 좌우로 조정이 가능합니다.
아무래도 좀 오래된 기기이다 보니 밸런스가 맞지 않다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해당 슬라이드로 조절해서 들을 수도 있습니다.
이제 몸통을 볼까요. 몸통은 검은색 플라스틱으로 둘러 쌓여있습니다. 중앙의 카세트테이프 영역을 제외하고는 일자 라인 형태의 망으로 되어있습니다. 전면의 좌우는 당연히 스피커가 있는 영역이지만 재미있게도 본체의 양옆에도 스피커가 1조가 더 있어 총 4개의 스피커가 달려있습니다.
전면의 스피커는 알리코 스피커이고 좌우 스피커는 페라이트 스피커로 되어있는데요. 그 때문인지 라디오를 들을 경우 DJ의 말소리가 더 잘 들리기도 하고 보컬에 집중된 음악을 들을 때 부각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음향의 특성은 뒤에 샘플 녹음과 함께 더 얘기해보겠습니다.
이번에는 후면입니다. 꽤 다양한 단자를 지원합니다. 포노 단자와 함께 line in, line out 단자가 있으며 REC/PB라 쓰여있는 현대는 DIN단자로 더 자주 불리는 단자도 지원을 합니다. EXT SP 단자는 외부 스피커를 물릴 때 쓸 수 있는 단자인데 이렇게 다양한 단자들을 집어넣은 것을 보면 당시 CF-580이 얼마나 범용적인 사용성을 위해 제작되었는지 알 것 같습니다.
저는 포노 단자에는 턴테이블을 Line in에는 애플 에어포트 익스프레스를 연결해서 사용했습니다.
이번에는 턴테이블로 포노 단자를 연결해 재생한 걸 녹음해 봤습니다.
음향의 특성은 무언가 특징적인 것은 없는 플랫 한 성향입니다. 하지만 재즈와 같은 어쿠스틱 음악을 들으면 좀 더 풍성하거나 포근한 느낌이 들 때도 있습니다.
해당 붐박스에서 개인적으로 놀라운 부분은 라디오를 들을 때인데 라디오 음질이 이렇게 좋았나? 하고 놀랄 때가 종종 있습니다. 특히 목소리에 특화된 듯한 음향 특성은 DJ의 말소리가 또렷하게 들릴 때 더욱 놀라게 됩니다.
아쉬움이 있다면 해당 기종은 건전지를 넣어 외부에서 동작을 시킬수가 없다는 것이지만 거진 8키로 가까이 되는 무게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현재에선 가지고 돌아다니기에는 다른 좋은 선택들이 많으니 단점이라 하기는 어렵겠죠.
개인적으로 붐박스를 한번 들여보고 싶다고 생각하신다면 추천하는 기기입니다. 국내에서 가장 구하기 쉬운 제품이기도 하고 가성비로도 나쁘지 않습니다. 이 정도로 외부의 포트를 지원하는 붐박스도 없는 편입니다.
소소한 글이지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아래의 붐박스로 이야기를 풀어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