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붐박스, 기계를 넘어 문화가 되다.

by Bright P

붐박스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막상 붐박스에 대해 너무 기계적인 리뷰만 쓴 게 아닌가 싶어 문화적인 면에서 들여다보는 글을 써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글을 어떻게 시작할까 고민을 하다 보니 붐박스란 말은 이제 죽은 말이 아닐까 싶더군요.


최근까지 붐박스란 단어를 음향기기에 사용해온 곳은 JBL이 2019년까지 블루투스 스피커에 붙여 판매를 하고 있었고 그 뒤로는 Partybox 란 이름을 붙여서 판매 중이네요. 아마도 지금 시대에 붐박스란 단어는 촌스럽거나 잊혀야 할 단어인 모양입니다.


이제 붐박스가 무엇인지 제대로 기억할 세대는 90년 대생들 지금 30대 이전이라면 없다고 봐야겠죠.


이런 세대 차이를 보여주는 몇 가지 이야기들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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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의 전화 통화 아이콘이 2000년 생 이후 세대들에게는 왜 수화기 모양으로 생겼는지 이해 못하는 것과 저장 버튼에 그려져 있는 디스켓이 무엇인지 모르는 경우들이죠.


그런데 이 붐박스가 유난히 잊혀 가는 게 저는 안타깝습니다. 특히 요즘같이 힙합 음악이 유행하는 시대에 말이죠.


그래서 얘기해 볼까 합니다. 붐박스(Boombox) 란 뭘까요?


이전에 올린 CF-580에 대한 글에서 앞부분에 필립스사에서 발매한 최초의 붐박스에 대한 이야기를 썼었습니다.

하지만 따져본다면 해당 모델은 붐박스가 아니고 Radio Cassette Recoder입니다. 카세트로 라디오를 바로 녹음하는 데 사용하는 음향 기계입니다.


그 뒤로 음향기기의 테두리 안에서 붐박스의 발전이 시작되었습니다. 다양하고 깨끗한 라디오 수신, 좋은 음질의 카세트를 지원하기 시작했고 노이즈도 개선하고 스피커도 더 큰 음량을 낼 수 있도록 커졌습니다.


그리고 원래대로라면 Portable Cassette Radio 라 불리는 게 맞는 이 기계가 붐박스라 불리기 시작한 건 이 기계가 미국에서 유행을 시작하면서부터입니다.


뉴욕의 브롱스(Bronx), 브루클린(Brooklyn) 은 힙합의 성지와 같은 곳이죠. 힙합이란 문화에서 빼먹을 수 없는 게 댄스일 겁니다. 이곳에서 흑인들과 히스패닉들은 붐박스를 들고 다니며 거리 곳곳에서 음악을 틀고 춤도 추고 랩도 하며 힙합을 누렸고 그 과정에서 더 빵빵한 베이스를 내주는 붐박스의 인기는 점점 높아져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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붐박스는 이곳에서 또 다른 이름을 가지게 되었는데 Ghetto Blaster라는 이름입니다.

정확한 어원은 알 수 없지만 빈민가에서 뿜어내는 에너지 공격 정도의 의미가 아닐까 싶네요. 대형 붐박스에서 뿜어 나오는 볼륨은 누군가들에게는 청각 공격이었을 겁니다.


결국 주 정부에서는 이들의 무차별적인 청각 공격에 공공장소에서의 소음 제재 법까지 만들게 되었다고 합니다.


실제 붐박스의 볼륨 출력은 모델에 따라 엄청 크기도 합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붐박스들 중에서도 집에서 50% 이상 볼륨을 높여 본 적이 없습니다. 스피커가 가장 큰 모델은 평균 20~30% 정도만 사용하고 있기도 하고요.


이제 왜 붐박스가 되었는지 이해가 갑니다. 리듬과 베이스를 중요시하는 흑인음악에서 스피커의 출력은 중요했고 그에 맞춰 발매되는 붐박스 들도 출력을 높이다 보니 진짜 소리의 폭탄이 된 것입니다.


소음 제재 그리고 카세트의 시대를 지나 CD, MP3, 스트리밍의 시대가 되었고 이제 자잘한 버튼들을 누르는 것보다 블루투스로 연결 한 뒤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트는 게 쉽고 당연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https://youtu.be/2FDpAoHQFbM


그래도 아직 세계 어딘가에서는 오래된 붐박스로 음악을 틀며 춤추는 사람들을 상상해 보는 건 그저 낭만적 공상일 뿐 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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