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얘기가 나온 김에 잠시 앉아 배달 어플을 켜고선 아름다운 썸네일의 향연을 감상해 본다. 이어서 인스타그램에 들어가 #OO맛집 태그를 검색한다. 몇 시간이고 어떻게 가는 줄을 몰랐다. 형형색색 탐스러운 비주얼에 단단히 둘러싸였던 것이다. "그래, 이거 다 아는 맛들이구만"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맛있는 음식이 살아남은 게 아니라, 살아남은 음식이 맛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여자들의 소울 푸드라 불려 마땅한 떡볶이, 맨날 끌려다니며 먹다 보니 이제는 단 둘이도 만나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빨간 양념을 머금은 새하얀 떡은 그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거기서 멈추면 하수다. 로제떡볶이, 마라떡볶이, 자장떡볶이 등등 소스의 다양화는 끊임없다. 추가할 수 있는 토핑도 10종류가 넘는 데다가 함께 곁들여먹을 세트와 사이드까지 끝까지 유혹을 멈추지 않는다. 닭발, 주먹밥, 각종 튀김, 꿔바로우, 순대 모두 다수에게 인증된 조합이다.
조합? 조합이 중요하다! 한국에서 각종 음식들이 겪는 온갖 변형도 생각해 보면 어떤 재료 간의 시너지를 따져보는 조합식이 아닐런지. 이 재료 저 재료 다 때려박아 넣다 보면,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무엇인가를 찾게 된다. 너무 먼 길을 와서 원래의 형태와는 많이 멀어졌더라도 결국 살아남은 성공적인 진화의 결과물이다.
하지만 조합이라면 재료 간의 조합뿐만이 아닌 걸? 음식 간의 조합도 절대 빠뜨릴 수 없다. 여러 음식을 같이 먹을 때도 분명 확립된 조합을 따라먹었을 때 더 큰 만족감이 있기 때문이다. 먹잘알들이 만들어 놓은 '거인의 어깨'가 따로 없달까.
그런 이유로 중국집서 회식할 때 나를 제일 섭섭하게 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탕수육을 시켜주지 않는 상사이다. 짜장이든 짬뽕이든 그날 기분에 크게 거슬리지 않는다면 메뉴 통일에는 큰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탕수육을 주문하지 않는다면 그렇게 허탈할 수가 없다. 유린기나 깐쇼새우를 바란 것도 아닌데 어떻게 탕수육마저 시키지 않을 수가 있나 서러움이 차오른다. 탕수육 없이 먹는 짜장, 짬뽕은 분식이라고 불러야 하지 않나! 아무리 허섭한 부스러기 탕수육이라고 하더라도, 일단 탕수육이라는 요리 메뉴가 있어야 짜장과 짬뽕까지 만족스러운 식사가 됐다. 물론 서비스 군만두는 기본이다.
탕수육만큼 섭섭하진 않지만 모름지기 꼭 같이 먹어야 되는 조합들은 끝도 없이 떠올릴 수 있다. 닭한마리에는 떡과 칼국수 사리, 제육에는 계란 프라이와 MSG가 가득한 국물, 냉면에는 불에 구운 고기나 만두, 김치찌개에는 (치즈)계란말이, 회에는 한국식 스끼다시와 매운탕 등등. 혼자라면 영 심심할게 뻔하다. 한 그릇 안에도 여러 가지 재료가 함께 뛰놀고, 한 상 위에 다양한 음식과 요리가 가득 차야 한다.
해물과 양파 사이로 강줄기처럼 흐르는 자장면의 면발도, 불 속에서 먹음직스럽게 익어가는 곱창도 단일 메뉴로는 완벽한 만족을 주기 어렵다. 무언가 함께 입에 넣을 곁들임이 있는 음식이 유행을 일으키고 개중 검증된 맛이 살아남는다.
좀 전에 찾아보았던 썸네일에서도 '단일 재료' 음식처럼 보이는 건 굽기 전 한쪽에 정갈하게 쌓아놓은 생고기, 그리고 불멸의 야식 치킨뿐이었다. 하지만 삼겹살집에 가서 오직 고기만 구워 먹고 나온다면 우리는 그 사람을 한국인으로 쳐주지 않으리라. 냉면, 쌈과 채소를 곁들여 먹고, 남은 기름으로 볶음밥까지 만들어 먹어야 하지 않는가? K-치킨이야 뿌링클, 바사삭, 고추마요 등 다양한 레시피가 개발되었으나, 그나마 단일 메뉴로 섭취되는 거의 유일한 한국 음식이라고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이마저도 배달 떡볶이, 불닭볶음면 등 조합식이 있다는 사실을 뒤로해야지만 가능한 이야기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