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 트랜스포머

by 야생올리브

파도처럼 날아드는 변이들에 의해 처음 접한 소금빵의 경이가 잊히기 시작하자 음식의 오리지널리티에 대해서 되새김질을 하게 됐다. 그래, 사실 소금빵뿐만이 아니었다. 예전부터 많은 음식에 여러 시도가 있어오지 않았던가. 영등포구청과 성수 주변에서 즐겨 먹었던 유명 베이글을 생각하니, 소금빵의 변신은 애교처럼 느껴졌다. 그곳은 일찌감치 버터솔트, 시금치, 부추, 연어, 무화과 등등 끝도 없이 다양한 재료가 들어갔다. 하지만 베이글을 애초에 하나의 요리가 아닌 기본 베이스의 빵으로 이해하면 그런 변형이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그럼 피자는? 이거 점점 복잡해지고 만다. 이탈리아에서는 햄과 치즈, 토마토와 허브의 조합이 대표적으로 사용된다. 토마토소스, 바질, 모짜렐라 치즈 이 세 가지만 들어가는 마르게리따나, 프로슈토에 쌉싸름한 루꼴라를 올린 피자, 네 가지 치즈를 올려 풍미를 끌어올린 콰트로 포르마지오 등 여러 가지 종류가 있으나, 토핑의 다양성에 암묵적 룰이 있음은 분명했다.


다양성의 나라 미국의 피자는 조금 더 많이 변형될까? 물론 이탈리아 사람이 '진짜 피자'로 인정하진 않겠지만 말이다. 확실히 훨씬 무겁다. 시카고 딥디쉬나 디트로이트의 사각형 피자, 뉴욕 피자 모두 이탈리아 피자에 비해서 기름지다. 피자가 햄버거, 치킨과 더불어 정크 푸드의 대명사가 된 것도 이러한 미국 피자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대체로 일률적인 기름진 외형에도 불구하고 토핑에 있어서는 비교적 자유도가 높은 것 같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페퍼로니 피자나 치즈 피자가 있지만, 맥앤치즈가 올라가기도 하고, 파인애플을 더해 악명을 쌓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K-피자의 다채로움은 넥스트 레벨이다. 한국 프랜차이즈 메뉴들에서 보이는 토핑에서는 우리만의 현지화 스타일이 실재한다. 기상천외하기 짝이 없다. 스테이크, 고구마무스, 불닭, 크림파스타 면, 마라, 불고기 등 끊임없이 새로운 토핑이 추가된다. 피자가 현지화되기 쉬운 음식이긴 하지만, 이건 현지에서 많이 나는 재료를 써서 업데이트하는 정도가 아니다. 엄밀히 따지면 스테이크나 크림파스타 등은 원래 한국의 것도 아니고 말이다. 물론 참신한 시도는 토핑에 그치지 않는다. 고구마무스나 엣지 등 주변부에 시도되는 변화까지 생각하면 한국 피자의 변형은 위 두 국가의 피자 범주를 한참 넘어선다.


마카롱 같은 디저트라고 예외일까? 한국에 거주하는 프랑스인이 '뚱카롱'에 기겁하며 마카롱의 정체성에 관해 열변을 토하는 클립들을 보게 되니 말이다. 자국 식문화에 자긍심이 강한 프랑스인들의 정신을 쏙 빼놓음으로써 시청자의 샤덴프로이데를 유발하는 것일지도.


이처럼 본토 사람들이 자기네 것이라고 인정하지 않을 정도로 변형된 식품들이 많다. 시간이 지나면 아예 예전에 수입됐다고 생각이 들지 않기도 한다. 라면, 치킨, 아이스크림 등에 가해진 처절한 연구와 실험에 대해서는 두 번 말해봤자 입만 아프다. 이쯤 되니 더 맛있는 조합을 위해 무궁무진한 변화를 시도해 보는 우리나라 식문화가 재미있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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