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리 조합식에 열광할까. 왜 굳이 한 번에 같이 먹으려고 할까. 이것이 바로 비빔밥에서 보이는 오랜 섞임의 전통? 하지만 이런 유행을 전통으로 치부하기에는 정갈함의 대명사인 정통 한식이 약간은 거리를 두는 것처럼 느껴진다.
식사 자리에 항상 곁들여지는 반찬 문화가 오래전부터 존재했지만, 그 반찬에는 각각의 오리지널리티가 있다. 참기름과 통깨를 곁들여도 각종 나물의 향은 채 감추이지 않는다. 본래의 향과 식감에 더해 부차적으로 향신료의 향을 즐길 수 있어서 좋은 나물 반찬이 되는 것이다. 그 나물들 간의 특정한 조합이 강제되지도 않는다. 이 나물 저 나물 원하는 걸로 집어서 밥이랑 먹으면 된다. 심지어 비빔밥서 그 모든 나물이 장과 섞이는 와중에도 개별 재료의 향이나 맛은 보존된다. 고추장과 들기름이 마에스트로처럼 재료의 오케스트라를 지휘하지만, 결국 다른 재료들의 개성을 아우른다는 사명은 변함없다. 나물의 향과 맛을 다 가려버린다면, 차라리 고추장 베이스의 볶음밥이라 불려 마땅할 것이다.
한국인의 대표 음식 김치 또한 그렇다. 젓갈과 고춧가루를 입혀 발효과정을 거치는 와중에도 원재료의 개성을 살린다. 좋은 김치를 담그기 위해서는 좋은 배추와 무를 고르는 게 정말 정말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김치가 그저 짜고 매운맛으로 먹는 음식에 불과했다면 그럴 필요가 없다. 발효과정을 거치며 본재료의 원초적인 맛을 극대화시킬 때 진또배기 김치가 된다.
반면 요즘 조합은 재료의 맛과 향을 뒤덮는 방식이 많다. 크림과 치즈, 매운 향신료, 초콜릿은 선두 주자이다. 소금빵을 초코로 덮으면 단짠단짠의 공식은 만족시킬지 몰라도, 소금빵 본래의 버터향과 짭조름함은 가리어질 수밖에 없다. 마라탕에는 비빔밥보다 다양한 종류의 야채와 고기, 탄수화물이 들어가지만 강한 향신료가 원재료의 식감만을 온전히 남겨둘 뿐 맛과 향은 현저히 약화시킨다. 크림과 치즈는 소셜 미디어의 광고 피드를 뒤덮는 단골 재료다. 고기, 밥, 디저트에 두루두루 들어가서 한껏 입맛을 자극하지만 주재료의 원 개성을 살려준다고 말할 수 있는 경우는 드물다. 강한 색조대비를 통해 양념과 치즈를 부각하는 인스타그램 광고를 하도 많이 봐서 이제는 비슷한 게시물만 보여도 해당 업장이 주메뉴에 자신이 없는 걸까 의심부터 하게 되었다.
물론 한국 식품외식 산업에서의 이런 유행은 미디어의 발전과 배달 문화의 확장이 이루어진 비교적 최근 시점의 이야기일 것이다. 8090 때만 해도 이제 막 외식문화의 대중화가 시작되는 시점이어서 먹거리의 다양성이 지금과는 비교되기 어렵다. 따라서 구매력 상승, 자유 무역의 확장 등 다양한 경제학적 설명이 동반되고, 조리 문화의 변화나 소셜 미디어의 발달 등 사회문화적 분석이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 그런 구구절절은 나의 관심 외이다. 치열한 논리싸움이나 팩트 체크는 교수님들께 맡기면 되지 않을까? 이 글은 식(食)을 둘러싼 일종의 관음증에서부터 시작됐다. 나는 사람들이 그 조합의 한 입을 베어물 때 느끼는 그 쾌감을 확인하고 싶을 뿐이다. 욕망, 감정, 감각 그 무엇으로 불러야 될지 모르겠는 그 한순간의 농도!
무엇이 우리로 하여금 그렇게 휘황찬란한 맛의 조합에 빠지도록 만들까? 먹음직스럽게, 탐스럽게, 응시하게 만드는 마성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물론 깊이 생각하지 않고 바로 나오는 대답은 '맛있다'이다. 식품 유통업자들과 요식업계 사람들의 치열하다 못해 피 터지는 생존 대결 속에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는 메뉴들이니 맛있을 수밖에.
그래, 식문화를 통해 일차적으로 추구하는 바가 '맛있다' 외에 무엇이 있겠는가. 건강과 접근성 등등의 부차적인 이유가 있을지언정 식문화의 메가트렌드는 결국 맛에 달려 있다.
그런데 또 한 꺼풀 벗겨보면 맛있다는 감각 이거 참 단순하지 않다. 당장 주변만 둘러봐도 무엇이 맛있다고 느끼는지는 참 다르지 않던가. 사람 마다도 다르고 나라 마다도 다르다. 네이버나 카카오에서 아무리 높은 평점을 받은 맛집이더라도 실망하는 사람은 항상 있다. 또 옆나라 일본의 음식은 우리에게는 너무나 달게, 우리의 음식이 그들에게는 너무나 맵게 느껴지도 한다. 기본적으로 맛이라는 게 상당히 복합적인 감각이지 않은가? 미뢰 끝에 닿는 달고 시고 짠맛뿐 아니라, 베어 물을 때의 식감, 입에서 차지하는 용량감, 음식을 먹는 몸의 상태 등 수없이 많은 변수가 작용한다.
결국 이어지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조합되는 재료와 음식이 "왜 맛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