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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일 Oct 13. 2024

여행 에세이 1


  바쁜 일상 속에서 시간을 쪼개어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하려 하면 다시 익숙해지기 전까지 인내가 필요한데, 그것을 이기지 못하면 결국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하게 된다. 나는 책 읽는 것을 좋아해서 어렸을 때부터 많은 책을 읽었고, 언젠가는 책을 한 권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었다. 그리고 이제는 나의 경험들을 나눔으로써 누군가의 삶에 영감을 주고픈 마음과, 시공간을 초월해 나의 글을 읽는 독자와 친구가 될 수 있으리라는 마음에서 글을 쓰게 되었다. 


 막연한 생각을 현실로 바꾸기까지는 오랜 시간과 과정들이 있었다. 출판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일반인이 출판사를 통해 책을 출간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였고, 결국 독립 출판을 결정하게 되었다.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보다는 새로운 분야에 대해 알아가는 재미가 더 컸던 것이 도움이 되었다.


 처음 출판한 책은 여행 에세이 ‘가브리엘 샤넬을 찾아가는 길’이었다. 한번 출간을 하고 나니 왠지 모를 자신감이 생겼고, 두 번째 책을 출간하는 것도 가능할 것 같았다. 처음이어서 헤매고 힘들었던 것들을 다시 반복하지 않으리라 다짐했고, 그렇게 세상에 나온 두 번째 책이 ‘내가 열어본 조지아 오키프의 옷장’이다.


 '조지아 오키프'는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한 멋진 여성이었다.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나이가 들수록 환경이 바뀌는 것에 대해 큰 스트레스를 가지게 될법한데, 조지아 오키프는 늦은 나이 '뉴멕시코'의 아비큐 지역으로 이주했고 그곳에서 40여 년 가까운 인생을 보내다 세상과 이별을 한다. 



 실제로 가보니 아비큐 지역은 사막과 일반 녹지의 중간 지대로 완전한 사막은 아니지만 황량해서 거주지로 정착할만한 이유를 찾기 어려워 보였다. 그러나 그녀는 그곳에서 자기만의 작품 세계를 펼치며 멋진 작가로 인정받았고,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자기만의 화풍으로 미국의 화단에서 독보적 작가로 멋진 삶을 살았다. 그녀가 작가로서 가장 멋진 선택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그녀에게 큰 매력을 느끼게 된 이유는 옷에 대한 철학 또한 뚜렷했기 때문이다. 100년 가까운 삶을 비교적 건강하게 살았고 특히 작가로 유명한 그녀이지만, 자신의 이미지를 옷으로 표현할 만큼 옷을 잘 입었기 때문에 나에게는 신선하게 다가왔다. 당대에 여배우를 제외하고 세계적인 사진작가들에게 가장 많은 사진이 찍힌 여성을 꼽으라면 가브리엘 샤넬과 조지아 오키프가 아닐까 싶다. 영국의 작위를 받은 '세실 비통’도 가브리엘 샤넬과 조지아 오키프 사진을 남겼다. 한 명의 작가를 찾아가 보고자 계획했던 여행이었는데, 알면 알수록 그림뿐 아니라 ‘모던 라이프’ 그 자체인 그녀의 삶을 엿볼 수 있어 더욱 흥미로웠다. 


 

 유럽의 귀족은 오래전부터 자신들의 신분에 맞는 의복으로 자신을 연출하는 역사를 갖고 있고, 복식으로 자신의 포지션을 전달하는 방식에도 능숙하다. 유럽의 초상화를 보거나 역사화를 보면 얼마나 수준 높은 복식을 향유했는지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그들의 옷은 단순한 의복이 아니라 본인의 취향과 안목, 수준, 모든 것의 표현인 것이다. 


 사실 내가 노스 캐롤라이나의 윈스턴 살램에 방문했을 때, 레이놀즈 뮤지엄의 개관 10주년 기념 조지아 오키프 기념전의 타이틀이 '모던 리빙’인 점에 조금은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여행의 끝에서 왜 기념전 타이틀이 작가의 이름이 아닌 ‘모던 리빙’이었는지  확실하게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녀의 모던한 라이프 스타일에 포커싱이 되어 기획되었던 것이다.


 

 미술 분야 전문가가 아닌 내가 취미로 공부한 미술사를 배경으로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적는다는 것에 부족함이 많을지 모르지만, 40여 년을 패션 사업가로 살아온 내가 한 여성 작가의 삶을 평생 동안 입어 온 옷에 대한 이야기로 풀어나가 보는 것은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생을 옷과 관련한 비즈니스를 하면서도 내가 입는 옷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었다는 점이 문득 부끄럽게 느껴졌다. 


 여행을 통해 만난 멋진 여성들의 인생을 엿보며, 나도 그들의 삶의 자취를 따르면 멋진 여성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 옷을 스스로 즐기기 시작했고, 내가 입는 옷을 어떻게 나의 편으로 만들까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은 사회 활동을 하는 주변 여성들에게 재능기부로 이미지 컨설팅과 의상 코디 제안까지 하게 되었다. 



 새로운 패션을 제안하며 패션계에 거장이 된 샤넬은 자신을 어떻게 보여줄 것 인지에 확실한 전략이 있었다고 한다. 미국의 현대 미술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조지아 오키프는 자신의 작품세계뿐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에도 많은 시간을 쏟은 것이 분명하다. 


 가브리엘 샤넬과 조지아 오키프의 생에 영향을 준 장소들을 여행하면서 느낀 점들을 글로 적었다. 내가 받은 영감이 글을 읽는 이에게도 전해지기를 바라본다. 이 글을 통해 패션 디자이너를 꿈꾸는 취업 준비생부터 패션에 관심이 많은 비전문가까지 시공간을 초월해 누구나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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