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 다운 불륜이라고 말해도 될까?
(이 글은 2020년 코로나가 한창일 때 써서 브런치 설합에서 잠자던 글이다)
빌 게이츠는 일 년에 2주 동안 모든 것에서 분리된 그만의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나는 그처럼 대단한 사람도 아니고 항상 시간에 쫓기어 살기 때문에 2주 동안의 진정한 휴식은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우리 아파트에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많이 나오면서 코오트격리 대상이 될까 봐 두려워서 예상 못한 2주간의 자발적 격리 휴식이 나에게 필요하게 되었다. 나는 그동안 사놓고 못 읽은 책, 너무 두꺼워서 엄두가 안나는 책 몇 권을 챙겨서 차에 싣고 친구의 세컨드하우스가 있는 전주 호수마을로 코로나바이러스 피해서 왔다.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1993년도판 한 권과 1994년도판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도 한 권 가지고 왔다. 최근에 구입한 월터 아이작슨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도 가지고 왔다. 특히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그 당시 엄청난 베스트셀러 중 하나였다.
그 책은 불륜이지만 아름답고 멋진 러브스토리였다. 책을 읽으며 상상하는 두 남녀의 모습은 막연하지만 나름대로 멋진 그림으로 가슴에 남았다. 얼마 후 영화로 나왔는데 남자 주인공이 크린트 이스트우드, 여주인공은 메릴 스트립 이어서 좀 황당했다. 총잡이 크린트 이스트우드도 멜러 영화의 주인공이 한 번쯤 돼보고 싶은 심정은 이해하지만 책을 읽은 독자들은 ‘말도 안 된다!!’를 연발하면서 극장으로 가서 환상을 깨는 확인 작업을 한 경험들을 갖고 있다. 그 후로 뮤지컬도 나오고 했지만 처음 소설을 읽던 40대에 느낀 느낌은 다시 오지 않았다.
그러나 내가 60 중반에 되면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어서 몇 차례 책장을 정리할 때도 남겨두고 있다가 이번에 다시 읽었다. 그 당시 영화의 두 주인공이 너무 나이가 들어 보여서 영화에 몰입을 할 수 없었다. 나중에 나도 저 정도 나이가 들었을 때 다시 한번 보면 어떤 느낌일지 확인해보고 싶었던 영화였다. 실화를 배경으로 탄생한 소설은 로버트 제임스 월러에 의해서 상당히 섬세한 터치로 쓰인 소설이다.
특히 이번에 느낀 점은 두 주인공의 패션이 세밀하게 그려져 있었다. 여주인공 프란체스카가 시내의 옷가게에서 ‘밝은 핑크색에 허리에는 얇은 벨트가 있는 등이 많이 파이고 앞도 똑같이 파여서 가슴 윗부분이 드러나는 가는 줄이 달린 원피스를 골라서 서둘러 원피스 단을 무릎길이로 줄이는 대목이 나온다.
그녀는 단 하루 그 원피스를 입고 그 후로 영원히 옷장에 사랑의 징표로 간직하게 된다. 오랜 시간이 흐르고 엄마 옷장에서 한 번도 입은 것을 본 적이 없는 핑크 원피스를 딸이 입어보고 싶어 할 때 ‘절대 안 돼!’라고 해서 딸과 심하게 다투기까지 한 원피스가 등장한다. 모든 옷이 그렇치는 않지만 때때로 옷은 자신의 감정이나 상황, 추억, 등 많은 역할을 알게 모르게 한다.
내가 지금 특별히 입고 싶거나 사고 싶은 옷에 관심이 1도 없다면 나는 무미건조한 삶 속에서 시간만 죽이는 것 일수도 있다. 삶이 지루할 때 내가 권하는 것은 옷 매장에 가서 여러 가지 옷을 입어보고 찾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미리 내가 경험하고 싶은 상황에 맞는 옷을 준비하고 기다리는 행복도 놓칠 수 없는 소소한 행복이다.
이제 코로나바이러스 보다 더 센 봄이 우리 곁에 왔다. 나의 행복지수가 올라가면 면역력이 올라간다.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이 땅에 태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