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상희 Oct 12. 2024

박지원 아나운서와 맞절하는 울 아들! [오빠와 아들]

제가 유년기와 성장기를 보냈던 7, 80년대는 '예'와 '효'에 대한 교육이 성행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 시대를 보낸 사람이라 그런지 저는 사람이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인 '예'와 어버이를 잘 섬기는 일인 '효'에 대한 관심과 자부심이 큰 1인입니다. 


미국에 오래 살다보니 이런 제 생각은 더 확고해 졌습니다. 올해로 벌서 미국생활 30년째이지만 저는 아직도 친구 아버지나 할아버지 같은 어른들의 이름을 부르지 않습니다. 늘 그들의 성 앞에 '미스터' 또는 '미스'를 붙여서 '미스터 잭슨', '미스 존슨' 식으로 부릅니다. 그들은 제게 "격식을 갖추지 말고 편하게 이름을 부르라"고 하지만 저는 제 방식이 더 좋습니다. 저는 한국인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런 제 생각은 자식교육에도 영향을 끼치게 되었습니다. 늦은 나이에 자식을 얻어 '오십대 아빠'인 '오빠'가 되었지만 그 귀한 자식을 위한 교육에서 만큼은 때론, 엄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 제 아들이 어른들에게 반말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예'와 '효'를 안다는 것은 또 다른 의미의 '한국인이 되는 과정'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 '오빠와 아들' 입니다. ^^)


고맙게도 제 아들 준기는 이런 아빠의 바람을 이해하는지 아직까지는 존댓말을 적절하게 사용하며 잘 따라와 주고 있습니다. 이따금 TV 뉴스 말미에 아나운서가 목례와 함께 인사를 하면 그것마저 따라 할 정도로 예의 범절(?)이 좋아졌습니다. ㅋㅋ  


(제 아들 준기는 뉴스 아나운서를 보고도 인사를 할 줄 아는 아이입니다! ^^;)


미국 내 한인사회에 보면 부모 자식 간에 한국어로 대화가 안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그리고 이들 중 대다수는 '먹고 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자식들에게 한글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아 후회한다'는 케이스를 많이 봅니다. 저는 어느 나라에 살던지 간에 '한국인은 한국인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어를 구사한다는 것은 자신의 정체성과 뿌리를 알기 위해 제일 먼저 선행되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 내에는 다양한 인종이 함께 어울려 살아갑니다. 이를 가리켜 '멜팅팟'이라는 표현을 합니다. 그 많은 인종 가운데 눈에 띄게 많은 인구는 바로 '히스패닉'으로 불리는 남미계입니다. 이들은 미국 내에서 폭발적인 인구증가와 더불어 이민 1세대와 2세대 간에 언어장벽이 없다는 장점을 바탕으로 신구세대가 어울러 정치, 경제, 사회 등 각 분야에서 눈부시는 성장을 일궈내고 있습니다. 


반면 한인들은 1세대와 2, 3세대 간에 소통이 어렵다는 이유로 갈수록 이질감이 커지고 있는 게 부정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제일 큰 이유는 바로 언어소통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1세대가 후손들에게 한국어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은 결과입니다. 


저는 제 아내와 약속을 했습니다. "울 아들 준기만큼은 방정식같은 수학 문제를 못 풀어도 좋으니 한국어와 예의범절은 꼭 가르치자"라고 말입니다. 자식 농사가 제일 힘들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장담이나 단언은 못합니다. 그래도 이런 중심을 잡고 노력하다 보면 적어도 울 아들 준기는 한국어를 잘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   

작가의 이전글 '오빠와 아들' 이야기를 연재하려고 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