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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필적 글쓰기 Mar 04. 2016

제 3당 인 더 트랩

1이 되려는 3의 바람



 "나는 너희와 다르다."

'나'도 모르고 '너'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런 결심은 만용이 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창당 전후를 막론하고 "다름"의 구호를 외쳤다. 이는  올해뿐이 아니다. 2012년 대선은 바로 어젯밤 일 같이 선명하기만 하다. 안풍安風의 당사자였던 그는 대선을 앞둔 국민에게 '기성 정치인'과는 다른 신선함이었다. 겨울철 퀴퀴하고 눅눅한 집에 영하의 바람을  불어넣는 일이었다. 당시 그가 일으킨 '새 바람'은 겨우내 집안을 장악한 '기성 공기'에 의해 가로 막혔다. 그렇게 2016년이 되었다. 4년 동안 그는 어떤 '다름'을 궁구 했을까? 안철수 자신의 이름을 필두로 창당한 '국민의 당'은 창당 후 한 달 간 정말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과 '달랐을까?'  

그림판 타임라인

 일단, 답은 "아니오"

 한국 갤럽이 실시한 정당 지지율 여론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당은 1월 셋째 주엔 13%의 지지율을 기록했지만, 2월 넷째 주(23~25일)엔 8%대로 하락했다. '신장개업'때 손님이 반짝 들끓곤 파리만 날리는 상점의 '개업 효과'를 보는  듯하다. 오픈 한 달 째인 국민의당은 현재  '개점휴업'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언제 폐업과 점포 임대가 상점 유리문에 줄줄이 나붙을지 장담할 수 없다. 왜 손님의 발길이 똑 끊긴 것일까?





지도부 갈등 

 애초 국민의당은 당대표 선임부터 난제였다. 안철수 단독 대표는 사당화私黨化의 쓴 맛을 냈다. 이를 경계하고자 천정배를 공동 대표로 선임했다. 2일 대전서 열린 창당대회장의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다. 그러다 2월 중순을 넘겨가면서 '의문'이 생겨났다. 당에서 중책을 맡은 김한길 선대위원장이 2주 동안 마포 당사에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언론을 타고 안철수와 천정배 의원과의 불화설이 퍼져나갔다. 으쌰 으쌰 사기 탱천 해야 할 '새 정당'의 지도부 내홍은 기성 정치가 보여주는 구태의 전형이었다. 




말뿐인 중도 1, 정동영 영입

 20대 총선이 다가오자 전북 순창엔 여러 쌍의 족적이 찍혔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정동영 정계 복귀"를 외치기 위해 남긴 자취였다. 작년 관악을 재보선에서 패배한 이후 사실상 잠적의 길에 들어섰던 정동영은 결국 복귀를 택했다. 국민의당으로 들어갔다. 안철수와 정동영의 만남은 단연 화제였다. 이 둘의 만남은 쉽게 말해 이런 계산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당 차원 "호남 표!", 정동영 "새 옷 입을 기회!"


그러나 언론에서도 이미 언급했듯이, 정동영 영입은 국민의당이 애초 내세웠던 '새로움'의 기조와는 대척점으로 가는 행보라고 할 수 있다. 정동영 색으로 칠해진 국민의당은 '호남색'이 짙어질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중도색의 탈색, 더 나아가 더민주의 아류로 전락해버릴 위험을 뜻한다. 이는 '여당'이 아닌 '범야'가 감내해야 할 태생적 한계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한계선는 일찍이 70년대부터 시작된 '지역주의 정치'가 그었다고 할 수 있다. 아무튼 정동영 영입이 당력 강화엔 긍정 요인이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당격의 근본을 흔드는 일일 수 있다. 고깃집으로 개업한 가게가 국밥집으로 슬쩍 메뉴를 바꾸는 모습이랄까. 지나친 억측인가...  




말뿐인 중도 2, 더민주 컷오프 이삭 줍기

 더민주 컷오프 명단이  발표됐다. 탈락 의원들의 반발과 이의 제기도 볼거리였지만, 언론의 눈은 국민의당의 '인물 영입'으로도 쏠렸다. 이삭 줍기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는 전혀 새로운 정치행보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하는 것이다.  더민주를 탈당한 박지원 의원과 '더불어' 동교동계 인사 100여명의 입당도 결정됐다. 생두부를 김치찌개에 넣으면 결국 '김치 맛이 든 두부'가 된다. 본태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더민주 아류로서의 정체성 굳히기가 될 수가 있다.  脫더민주 의원 영입이 국민의당의 '중도의 길', '제 3당'을 기대한 지지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 깊이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지금 국민의당은 누란지위 위에 서있다. 안철수 대표는 4년을 웅크린 반동을 이용해 날아보려 했으나 아직 비거리가 짧다. 세월이 무색하다. 당내엔 특색 강한 재료들만 넘쳐난다. 한 데 모아 화합의 맛을 내는 것이 관건이다. 그 맛은 '중도'라는 단어만으로 이룩되지 않는다. 당원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중도의 길, 새로운 정치'에 대한 합의가 서야 한다. 똥 묻은 개와 겨 묻은 개 사이에서 '소변' 묻히는 게 새로움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 당장 국민의당을 '무능한 정당'이라 정의하는 것은 야박한 속단이다. 그들은 기껏 해봐야 난지 한 달 된  '신생정당'일뿐이다. (물론 안철수를 제외한 지도부가 정치 경륜이 있다는 건 함정이지만;) 선거구 획정안도 처리되지 못한 이 시점에서, 우린 20대 총선에 임하는 그들의 모습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그들은 엑셀 밟기 전 시동만 걸어 둔 상태인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썩어 부취를 풍길지, 초심이 낸 길로 걸어갈지는 두고두고 관심으로 지켜보면 된다. 


 3이 1이 되려면 2를 덜어내야 한다. 1당이 되고자 하는 3당은 -2보다 더 많은 '구태'를 도려내야 한다. 제 3당의 등장이 새누리와 더민주에 건강한 긴장을 전할 수 있길 바란다. 그러길 이상理想한다. 이후에 이 글이 부끄러워졌으면 좋겠다. 더 나은 제 3당의 모습을 보고 싶다. 트랩을 잘  빠져나오길 기대한다. 기우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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