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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필적 글쓰기 Jun 24. 2016

그때만 맞고 왜 지금은 틀린지

앞뒤와 선후와 표리가 다른 갖가지



1.

 쌀 씻기 : 국토 균형 발전 대계

 쌀 불리기 : 2007, 2012년 대선 공약 영남권 신공항 포함

 군불 떼기 : 2016년 가덕도 - 밀양 신공항 유치 설계 (타당성 용역 조사)

 쌀 익히기 : TK-PK 지역 분화로 승화하며 양파전 전개, 지역 주민&지역구 의원 총공세

 뜸 들이기 : 어디로 정하든 잿물 튀기는 건 피할 수 없을 것 같은데. 어쩌지 주저주저.

 밥 완ㅅㅓㅇ... : 전면 백지화.


밥 익는 냄새로 한껏 달아오른 위장에 찬물만 끼얹었으니 그 속이. 밥이 곤죽이 되어 못 먹게 된 거야 그렇다 치고, 그렇담 꼴린 위에 대한 사과의 문장 한 토막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그 마저도 바랄 수 없어 배는 더 주리고. 더 고프고. 서글프고. 그때는 신공항 필요하다면서, 왜 지금은 아니라고 하는지, 눈치만 보다 발을 뺀 건 아닌지, 이도 저도 못되었으면 미안하다고나 하던지. 밥 먹기 힘드네.



 

2.

 새정치의 구호로 빈사상태의 정치 구명에 나섰던 당에서 흘러나온 리베이트 의혹. 당은 당차원의 조사위원회를 꾸렸으나 기본적인 사실 관계부터 정황까지 밝혀낸 성과 없이 다만 "당과 관계 없다"를 주문처럼 왼다. 의혹이니 그 속엔 필연 억울함이 있을텐데, 당사자들은 조사위를 해산시켜버리고 마냥 아니라고 뻗대기만 한다. 의혹을 풀겠다는 태도가 아니다. 갈등은 경쟁한다더니, 현재 당사자들의 모습에서 리베이트 의혹과의 경쟁에서 이겨줄 또다른 갈등을 기다리고 있는 태만이 보인다. 기획->제작이 업계의 업무 처리 수순인데도, 당에서 내놓은 변명은 제작->기획의 하청이 업계 관행이다? 말에 씨알이 없다. 돈이 흘러간 정황조차 해명하지 못한채 며칠만 흘려보내다가 오늘 들린 소식. 당사자 비례대표 의원은 이 모든 과정을 당이 지시했다고 밝히는데... 웬만한 치정보다 질기게 엉긴 이 상황을 우리의 '새정치'씨께서는 어떻게 풀어나가실지. 그때는 새정치를 하시겠다더니, 왜 지금은 아닌지. 부정이고 의혹이고 있을 수야 있지만 과연 이걸 어떻게 새정치스럽게 풀어나갈지.



3.

 청년을 위해 혼당渾黨의 힘을 다하는 그 당, 청년수당을 지지하며 청년정치의 주추로 삼을 청년비례대표를 모집했던, 20대 투표율에 갈증을 느끼며 투표율 달성 공약을 쏟아냈던 그 당의 의원은 자신의 딸을 인턴으로, 자신의 오라버니는 후원회 회계책임자로 임명했다. 자녀는 인턴 한 줄의 위세일지 본인의 자질일지, 로스쿨에 합격을 했고 오라버니는 다달의 급여 봉투를 챙겼다. 인턴 경험과 월급이 부재한 대한민국 청년들은 다시금 공수래空手來해서 공수생空手生(빈 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사는)의 현실만 뼈에 새기고 있다. 앞뜰에선 청년들을 위한 연설 한 마당을 꾸리고 뒷간에선 제 혈족위한 고기덩어리나 챙기는 모습을 어떻게 봐야 할까. 그때도 틀리고 지금도 틀리고 겉과 속이 다르거니와 동시에 틀리기도 하다. 그때의 청년 파수꾼은 지금의 변절자가 되었다.



0.

마지막. 이건 내 얘기.

 "여자의 짧은 머리는 보이쉬라는 형용을 받길 원하며 여리여리의 수식을 꺼려할 것이다. 레이스와 펜슬스커트는 박스티, 후드와 옷감의 차원에서 겨우 엮이지만 결국엔 다른 종種으로 구분된다. 짧은 머리는 훌훌 털어 말리고 긴 머리는 찰랑찰랑 손질해 말린다. 짧은 머리는 질끈 동여자고 긴 머리는 정갈히 묶인다. 짧은 머리엔 알량한 샴푸가 필요하고 긴 머리에선 풍성한 샴푸향이 난다. 짧은 머리는 깡똥하게 달랑거리고 긴 머리는 촤라라 흘러내린다." 는 그때의 나를 강점한 헛된 사상. 때문에 나는 장장 4년간 머리를 키우다시피 돌봤다. 긴 머리는 브레지어와 동류로서 여성성의 상징이었으니까.

 오늘 머리를 잘라버렸다. 완전 짧은 머리로. 큰 고비나 시련은 없었다. 아니 있었나, 입하의 더위. 생각은 의외로 가볍게 반전했다. 짧은 머리도 여성스러울 수 있으며, 여성스럽지 않아도 상관 없다는 생각이었다. 여자는 여성스러워도 좋고, 아니어도 좋다. 사실 '여성스럽다'는 "그렇다/아니다", "옳다/그르다" 로 칼같이 양분되는 가치편향의 수사가 아니다. '덥다', '춥다'와 같이 개인이 알아서 느끼면 그만인 언어다. 나는 나의 다가올 생일에 5세가 되는 긴 머리 양육에 지쳤고, 마침 더웠고, 그러니 머리를 짧게 쳐냈다. 그뿐인거다. 등 뒤로 주렁주렁 늘어진 머리 건더기가 없으니 가뿐하다. 그때가 틀리고 지금이 맞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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