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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사람과 일

AI 시대 과연 어떻게 일하게 될까

노동의 변화를 생각해봤다

by 진원재 Willie Chin

AGI(범용 인공지능)는

인간의 '지식노동'을 변화시킬 것이다.


과거 산업혁명 때부터 기계가 인간의 육체노동을 대신하게 되었고, 인간의 노동은 육체노동에서 정보와 지식을 활용하는 '지식노동'으로 변화했다.


산업혁명 이전에는 90%가 육체노동이었고, 10%가 지식노동이었다.

하지만 이 비율은 계속해서 변화되었고, 이제는 지식노동이 육체노동 비율보다 많아지게 되었다.


AI 시대가 도래한 지금은 인간의 지식노동을 AI가 도와주기 시작했다.

빠른 시일 내에 스스로 생각하는 AGI가 지식노동 자체를 대체해 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오래전 많은 미래학자들이 기계와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간의 노동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토마스 모어는 유토피아에서 국민들은 하루 6시간만 일하면 될 것이라고 봤다.

경제학자 케인스도 1930년 자신의 저서에 노동은 줄어서 주당 15시간만 일해도 충분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독서, 예술을 즐기고 인간적인 문화생활에 집중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과연 현재 노동이 줄었을까? 일보다 책을 많이 볼까?

아주 옛날 보다는 문화 소비가 엄청나게 늘었겠지만, 그만큼 노동(업무)량도 늘었다.

아직도 주당 52시간이 넘어 노동청에 지적을 받는 회사들이 꽤 많다.

이렇게 일하는 사람이 많아졌는데도 일할 사람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이다.


아무리 기술과 기계가 발전해도 인간의 노동은 줄어들지 않는다.

인간은 노동(일)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

단순히 먹는 것도 일이라서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맛있는 걸 잘 먹을 수 있을지 고민한다.

인간은 끊임없이 자신의 세상, 모두의 세상에 더 많은 가치를 만들어 나가려고 노력한다.


지식노동을 AGI에게 넘겨주면서 분명히 인간은 다른 일거리를 찾을 것이다.

산업혁명 이후 인간은 기계를 만들어 육체노동을 위임하고, 지식과 정보를 활용하여 다른 가치를 위해 노동해 온 것처럼, 인간은 AGI에게 지식 노동을 위임하고 ㅇㅇ노동으로 전환할 것이다.


과연 ㅇㅇ은 무엇일까?


ㅇㅇ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예전에 읽었던 철학자 헤겔의 이론에서 힌트를 얻었다.


헤겔은 그의 대표 저서 '정신현상학'에서 대상(사물)을 인식하는 '의식'의 발전 단계에 대한 이론을 펼친다.

1. 감각: 감각기관으로 대상을 느끼고 인식한다.
2. 지각: 대상의 속성, 특성을 파악하여 구별한다.
3. 오성: 대상의 배후나 원인, 법칙을 파악하게 된다.
4. 자기의식: 대상을 인식하는 주체인 자신을 인식하고 타인과의 관계를 확인한다.
5. 절대정신: 본질을 깨닫고 주관과 객관이 통합된 진리에 도달한다.


1. 감각은 육체적이다.

신체 감각을 사용하여 일하는 것이 육체노동이다.


2. 지각과 3. 오성은 다분히 지식적이다.

이성적 뇌를 사용하여 일하는 것이 지식노동이다.


노동의 다음 단계는 4. 자기의식으로 발전할 것이다.

나와 대상의 관계를 인식하고 조율하는 노동이 될 것이다.



관계 인식의 노동, 그것은 '조화노동'이다.


조화노동은 지휘자, 디렉터와 같이 리더가 되는 것이다.

이제 인간의 노동은 육체 5%, 지식 5%, 조화 90%로 변화하는 세상이 올 것이다.


지금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리더의 일을 하게 될 것이다.

AGI와 기계들을 조화롭게 조작하고 움직이는 세상이 올 것이다.

한 회사 대표이사가 여러 직원들을 다루는 것처럼, 한 명의 직원이 여러 AGI와 기계를 다루게 될 것이다.

그 직원들이 한 명 한 명 모여 회사를 이룰 것이다.


예전에 몇십 명이 할 출판일을 현재는 1인 출판사가 할 수 있고, 예전보단 몇 백배의 책을 출판해 낼 수 있듯이 현재의 몇 십 명이 할 일을 한 명이 할 수 있고 현재보단 몇 백배의 책이 나올 것이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계속 발전하고 더 복잡해질 것이다.

미래학자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노동이 줄고 여가가 많아지지 않을 것이다.

노동의 결과물도 많아지고, 여가의 다양성과 퀄리티도 높아질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워라밸을 주장하며 여가를 원하는 것 같지만, 그것은 밸런스를 원하는 것이지 여가만을 원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의 가치 추구 욕망은 여가를 원하는 수준을 넘어선다.

그래서 한 단계 더 예상해본다면 인간의 조화노동 이후에는 '정신노동'으로 발전할 것이다.


모든 인간이 진리를 탐구하고 진리에 가까워지려고 모든 기술과 기기를 조화롭게 조율하며 노동할 것이다.

세상의 진리 탐구가 어느 정도 해결되는 시대, 신의 존재와 양자역학이 밝혀지는 시대 정도가 된다면

그때서야 인간은 노동을 내려놓고 책과 같은 것들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고 죽을 수 있을 것 같다.



p.s. 업무량은 많아지는데, 4.5일제 얘기는 나오고, 인건비는 늘어나고, AI는 활용되기 시작했고, 야근해야 하는데 노동의 변화가 궁금해져서 딴생각하다가 해야할 일은 못하고 브런치를 쓰고 있는.. 기술은 발전해도 할 일은 계속 쌓이는 이유, 노동이 여가로 변환하지 못하는 이유는 인간의 가치 욕망이 아닌 '잡생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든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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