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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사람과 일

거머리 팀장님

의존과 집착을 벗어나 진정한 사랑으로

by 진원재 Willie Chin

의존과 집착이 심한 팀장이 있었다.

그녀는 항상 팀원들이 자신을 팀을 떠날까 봐 노심초사했다.

회의 때 자신을 배신하면 죽여버리겠다고 웃으며 말했지만 진심이었다.

이직을 하면 끝까지 쫓아가서 복수할 거라고도 했다.


젊고 똘똘한 팀원들은 그런 것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팀장의 집착과 공포스러운 분위기에 부서이동이나 이직을 하는 친구들이 생겨났다.

그럴 때마다 그녀는 실연 당한 것처럼 무기력과 우울감에 빠졌다.


그러다 새로운 사람이 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또 오버해서 잘해주기 시작했지만 이내 집착으로 바뀌었다.

주위엔 좋은 친구들이 모두 떠나고, 무기력하고 문제 있는 몇몇의 팀원들만 남았고, 상사에게도, 회사에게도 관심받지 못하고 부담스러운 존재가 되어버렸다.


사실 그녀는 가정에서도 문제가 있었다.

더 이상 자신을 사랑해주지 않는 남편과 사춘기가 지난 딸이 자신과 얘기하길 거부했다.

그녀는 온통 의지할 곳이 없어지고 있었다.


불안했다.

사랑받을 가망성이 별로 없어 보이자, 변화를 생각해 냈다.

모든 것을 바꾸기로 했다.

이직과 이사를 강행했다.


바뀐 회사와 동료들에게 과도하게 잘해주면서 새로운 의존 관계를 만들었다.

집을 옮기면서 동네 주민들을 살피고, 남편과 아이에게 변화를 주며 상황을 바꿔보려 했다.

하지만 몇 달 지나지 않아 사람들에게 다시 부담스러운 존재가 되고 있었다.

예전 팀원들은 그녀를 자신들에게 붙어서 기생하는 거머리라고 불렀다.


그녀는 진정으로 주변 사람들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기생하는 거머리다.

사람들은 그녀를 부담스러워하고 피하고 싶어 한다.

이런 관계는 어떠한 선택도 자유도 없다.

의존일 뿐, 구속일 뿐.


사랑은 자유로운 것이다.

상대가 있던 없던 잘 살 수 있어야 한다.

같이 있으면 더 잘 살 수 있는 것이다.

상대가 떠나도 잠시 슬프긴 하지만 계속해서 절망하진 않는다.


진정한 사랑을 하는 사람들은 서로의 역할을 효율적으로 수행한다.

서로의 필요성이 역할로서 정해진다.

상대가 그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거나 힘들어할 때에는 기꺼이 상대의 역할을 대신한다.

대신하는 수고를 결코 희생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서로를 위하고 삶의 양념이 되어 재미있게 발전시켜 나아가는 것이다.

이렇게 상대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은 서로에 대한 의존성을 줄여 나아가는 훈련이 된다.

사람은 모두 다 생로병사하고, 계속 변화한다.

언젠가는 상대를 잃게 될 테니 꼭 필요한 훈련이다.

이것이 진정한 사랑이다.


상대 없이는 절대 살아갈 수 없다고 느끼는 것이 의존과 집착이다.

의존은 보통사람들도 어느 정도는 가지고 있다.

자기 보다 더 강한 사람이 돌봐주길 바라는 그런 마음이다.

훌륭한 리더를 원한다거나 돌아가신 엄마가 살아계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이 온통 지배적이어서 자신의 삶이 우울하거나 불안해지는 것은 정신 질환이다.

이 병은 계속해서 자신을 타인에게 의존하게 만들고 모든 삶을 불안하게 만든다.

언제나 굶주린 사람처럼 주변에 있는 상대에게 집착하게 된다.

상대는 그런 사랑?을, 관심?을 거북스러워한다.


이 정서장애자의 마음은 텅 비어 있어서 바닥이 보이는 웅덩이와 같다.

아무리 바가지로 물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다.

그들은 항상 외로움을 이겨내지 못하고 충만감이나 완전함을 느끼지 못한다.

병든 자신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주변의 타인에게서만 원인을 찾으려고 한다.

타인이 떠나버리면 그들은 미쳐버린다.


괴로워하다가 다시 다른 주변인이 보이면 바로 붙는다.

인간 거머리다.

과도한 의존과 집착은 사랑의 결핍에서 시작된다.


유년기에 필요로 했던 부모의 애정과 보살핌을 받지 못한 결과다.

내적 안정감이 길러지지 않았고 성년기에 들어와 심각한 문제가 생겨버린다.

부족하고 모자란 자신은 예측할 수 없는 세상에서 잘 살 수 없다는 열등감에 공포로 가득 차게 된다.

이런 자신이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없는 인간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끝내 관계가 형성되는 사람들에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의존을 반복하다가 파멸의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된다.


이와 같은 의존과 집착은 자기 훈련이 필요하다.

주위 사람들, 즉 타인으로부터 마음을 내려놓아야 한다.

회사, 동료, 심지어 부모, 자식에게 조차도 그들은 자신에게 사랑을 줄 거라고 바라면 안 된다.

주변 타인에게 아무것도 바라면 안 된다.


철저하게 자신의 상태에 집중하며 타인에게 의존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

그 사람들에게 중독되어 그 사람들을 빨아먹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빨아먹은 사람들이 주변에 더 이상 없어졌을 때, 알코올이나 마약에 중독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자신을 돌아보며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깨닫고, 그 사랑을 자신이 자신에게 주어야 한다.

어렸을 때의 받았던 상처를 자신이 직접 약을 발라 아물게 해주어야 한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과거 의존했던 사람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현재 자신의 주위에 있어주는 사람들과 이렇게 힘들게 살아온 자신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며 살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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