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이탈리아교 신도도 아니고,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주도 잘 모르면서,
이태리 와인에 빠져 찬양이나 하고 자빠졌냐며,
비난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어디서 쥐뿔도 모르는 동양인이
와인 조금 맛본 거 가지고,
이빨을 까냐고,
개무시하는 이탈리아인도 있을 수도 있다.
누가 뭐라고 하든 난 이탈리아 와인이 좋다. 단지 매력적이어서가 아니다. 나에게 인생의 아름다움을 가르쳐줬다. 그래서 너무도 고맙고 또 사랑한다.
원래 난 아주 소심한 아이였다. 단순하고 심플하고 검소한 가정환경에서 항상 바르고 별일 없이 살아야 한다고 배웠다. 또 그렇게 하려고 강박 속에 나 자신을 억지로 밀어 넣었다. 그것은 주눅과 떨림, 소심으로 나타났고, 어린 시절 동안 내 주위를 계속 맴돌았다.
이탈리아를 다녀온 뒤, 그 굴레와 족쇄를 풀 수 있었다. 그동안 정답이라고 생각했던 단순, 심플, 검소가 정답이 아니었다. 이탈리아 와인들은 세상은 그렇게 생기지 않았다고 얘기해주었다. 원래 세상은 복잡하고 다양하며 소비적이라고 했다. 그리고 내 속의 나도 그렇게 생기지 않았다고 말해주었다. 자신을 찾으라고 했다. 그제야 나는 내 자신이 단순, 심플, 검소한 인간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나는 다분히 복잡, 다양, 소비적인 인간이었다.
드디어 나는 생각의 날개를 달고 자유의 몸이 되었다. 진정한 나를 발견하였다. 40년여 년이 걸렸다. 그리고 세상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다양함을 인정하게 되었고, 복잡함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소비되는 걸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고 비로소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은 너무도 편안히 나의 삶을 살고 있다.
언제나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해 살아가려고 한다.
바로 죽어도 여한이 없을 정도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
다만 죽는다면…
더 이상 키안티를 못 마시게 될 것이란 생각에 조금 아쉽긴 하지만 말이다. ㅎㅎ
'이탈리아 와인에 빠지다' 마지막 편이었습니다.
그동안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더 좋은 주제로 다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항상 행복하세요!